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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이 심판대에 섰다. 험난한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문 닫는 종편이 생길 수 있다.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심판대에 섰다. 험난한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문 닫는 종편이 생길 수 있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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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종편)이 심판대에 섰다. 험난한 파고를 넘지 못한다면, 문닫는 종편이 생길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3월 중순 종편 재승인 심사에 돌입한다. 지난 2010년 12월 허가 받은 TV조선과 JTBC의 승인유효기간은 오는 31일이다. 채널A는 내달 21일까지 재승인을 받아야 방송을 계속 송출할 수 있다. 11월 승인이 만료되는 MBN은 오는 5월 별도의 재승인 심사를 받는다. 14명의 심사위원들이 4일 간의 합숙을 통해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방통위의 '종편 봐주기' 행태를 감안하면, 종편 4곳 모두 재승인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문제는 재승인 관문을 통과해도, 치열한 생존 경쟁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종편은 승인조건인 콘텐츠 투자 계획을 지키지 못해 과징금을 냈다.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은 보도프로그램과 재방송으로 방송을 채우고 있다.

또한 막말·편파 방송 덕에 시청률이 오른다지만, 적자가 쌓여가고 있다. 특히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특혜 환수 주장이 정치권에서 받아들여지면, 특혜라는 갑옷을 벗고 '무장해제'되는 종편의 생존력은 더욱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종편의 재승인 심사 탈락은 어려울 듯

'종편의 재승인 심사 탈락'은 상상하기 힘든 시나리오다. 재승인 심사 기준안부터 특혜 논란이 일었다. 방통위는 사업계획서 평가(총점 650점), 방송평가(350점)를 합쳐 재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650점 이상 얻은 종편만 재승인을 받을 수 있다. 방통위의 사업계획서 평가는 대부분 비계량 평가다. 심사위원들이 자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방통위는 지난달 28일 종편의 2013년도 사업계획 이행실적 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방안' 등의 항목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종편은 막말·편파 방송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여러 차례 제재 처분을 받았다. 방심위는 지난달 7일 종편 프로그램에 대한 민원이 2012년 252건에서 2013년 739건으로 급증했다며 종편을 엄중하게 심의하겠다고 경고했다.

또한 종편 모회사인 조중동은 지난달 27일 방송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 구성 방안에 십자포화를 날리며 무력화시킨 바 있다.

반면 거의 유일한 계량평가인 방송평가 점수에서 종편 모두 합격점을 받았다. 종편을 위한 방통위의 배려는 평가가 나온다. 방통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2년 방송평가에서 종편은 100점 만점 기준으로 77.51~79.95점을 받았다. 국책연구기관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부적절하고 지적한 평가지표가 반영되는 등 논란이 일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이 뽑는 심사위원장이 전권을 갖고 14명의 심사위원을 선임하는 것부터 편향적인 심사를 예고하는 것"이라면서 "지금까지 방통위의 행태를 보면, 종편은 모두 재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혜가 환수되면 종편은 계속 웃을 수 있을까?

언론노조,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테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방송이기를 포기한 조중동방송은 승인장을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 언론시민단체 "조중동방송은 승인장 반납하라" 언론노조, 민언련,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테평로 조선일보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스스로 방송이기를 포기한 조중동방송은 승인장을 반납하라"고 주장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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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승인 관문을 통과하면, 탄탄대로가 기다리고 있을까. 종편은 대선을 거치면서 보수층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시청률이 올랐다. 한 MBC 관계자는 "설 연휴 때 MBC 평균 시청률이 하락했는데, 그만큼 종편이 반사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KBS 수신료 인상이 확정돼 KBS 2TV 방송 광고가 줄어들면, 종편에 적지 않은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종편은 지난 3년 동안 큰 학습 효과를 얻었을 것이다, 종편의 매출액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했을 것"이라면서 "TV조선과 채널A처럼 투자를 줄여 현재 수준에서 버티거나 JTBC처럼 콘텐츠 투자를 이어가는 등 자신들의 매출과 수익의 범위 내에서 생존하는 개별적인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성과는 특혜 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종편은 신생 매체라는 이유로 막대한 특혜를 받았다. 대표적인 것은 광고 직접 영업이다. 종편은 모회사인 조중동의 힘을 이용해 광고를 얻어왔다. '조폭 영업'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오는 4월 광고 직접 영업이 중단되지만, '1사 1미디어렙(방송광고 판매대행사)' 체제가 도입돼 특혜가 유지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종편은 지금껏 지상파 방송사와 달리,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방송 제작비용으로 18억4500만 원의 지원을 받는 등 혜택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또한 종편은 지상파와 인접한 황금채널을 배정받고, 케이블TV 등에서 의무적으로 전송해야 하는 채널로 선정됐다. 지난해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들을 압박해 수신료까지 챙기고 있다.

경영상황에 '경고등'... '투자 감소→방송 질 하락' 악순환 우려

언론노조와 언론시민단체는 특혜 환수를 주장하고 있다. 이미 국회에서는 '종편 특혜 환수법' 발의됐다. 최 교수는 "종편이 자리를 잡았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특혜가 사라지면 종편은 경영상의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종편은 지난해 영업실적을 아직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1~9월 영업실적을 공개한 MBN를 통해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MBN의 지난해 9월 기준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이 방송은 지난해 1~9월 412억 원의 손실을 냈다. 2011년과 2012년 각각 68억 원과 419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경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MBN은 20개월째 종편 시청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JTBC, TV조선, 채널A 등 나머지 종편의 경영 상황 역시 MBN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더 큰 문제는 콘텐츠 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종편은 2012년 콘텐츠에 3429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종편의 콘텐츠 투자액은 318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JTBC, MBN의 투자액은 늘었지만, 채널A와 TV조선은 투자액을 크게 줄었다.

특히, TV조선은 지난해 414억 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다. 투자를 가장 많이 한 JTBC(1511억 원)의 1/4 수준이었다. 2012년에도 604억 원을 투자해 종편 중 투자금액이 꼴찌였다. 승인 당시 제출한 사업계획서에서 2012년과 2013년 각각 1575억 원과 1609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약속은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방통위가 제재에 나서자, 이 방송은 지난 1월 "광고시장 규모나 종편사의 매출 규모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투자는 오히려 사업자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재정상태를 악화시켜 결과적으로 폐업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의견을 냈다.

상대적으로 콘텐츠 투자액이 적은 TV조선과 채널A의 보도 편성비율은 48.2%, 43.2%에 달했다. 제작비가 낮은 보도프로그램을 제작한 탓이다. 반면 MBN과 JTBC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도 편성 비율은 낮았지만, 자사 프로그램의 재방송 비율은 62.2%와 48.4%에 달했다.

이는 종편이 '투자 감소→방송의 질 하락→영업실적 악화→투자 감소'의 악순환에 빠진 것을 나타낸다. 지난해 9월 신용평가기관인 한국신용평가 안희준 수석애널리스트는 "일정기간 영업손실을 감수하면서 투자를 계속할 수 있는 강한 체력을 보유하고 있는지가 생존의 관건이 된다"면서 "경쟁우위를 접하지 못하는 사업자는 인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태그:#종편 재승인 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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