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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70년경. 불천위 장계향은 75세에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을 한글로 저술했다. '디'는 지(知, 알 지)이다. 고어에는 '知'를 디로 발음했다. 한글로 기록한 이유는 여성독자를 위한 배려였을 것이다. 목표 독자는 집안 며느리들과 딸들이었으며, 다시 다음 세대에 종부를 통해서 계속 전해졌다. 집안의 며느리나 딸들은 원본을 물려받을 수는 없었고, 다만 필사본을 베껴갈 수만 있었다. 학문의 내공이 있는 조선중기 교육자 장흥효(張興孝)의 외동딸로 어깨 넘어 배웠지만, 한자로 기록할 능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선시대 양반가에서 먹던 반가음식은 벼슬의 직책에 따라 달랐다. 대개 궁중요리의 맥을 계승했다. 그런데 육회, 수란, 다식, 수정과 등 흔한 음식이야기가 없다.  저자의 경험과 기억에 의한 잡 안 전래의 음식 조리법만을 정리했을 것이다.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의 표지에 적힌 한자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은 후손들이 덧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규곤'(閨壼)은 여성들이 거처하는 공간인 '안방과 안뜰'을 뜻하고, '시의방'(是議方)은 '올바르게 풀이한 처방문'이다. 책의 제목은 한글로 쓰인 <음식디미방>이 맞다. 국수·밀가루 종류 18가지, 어류·고기류 음식이 44가지, 술·한과·식초 등에 대한 조리법과 저장·발효식품, 식품보관법 등 총 146가지가 들어있다.

 

"나물을 버무릴 때는 들기름 대신 참기름을 사용한다. 육수를 낼 때는 우족이 아닌 꿩의 뼈를 사용한다"는 등 현대어로 해석하면 알만한 음식도 있지만 조리법이 다르다. 가제육, 가지찜, 대구껍질 누르미, 꿩 김치, 석류탕, 석이편, 어만두, 연근적, 자라탕, 동아적 등 생소한 요리가 많다. 잡채처럼 이름이 비슷하지만 지금 우리가 먹는 음식과는 다르다. 순대는 개고기를 이용해 만든다. 빈대떡은 속에 팥을 넣어 지지는 화전, 혹은 부꾸미와 비슷하다.

 

현재 두들마을에서는 40여 종류의 메뉴가 재현되고 있다. 가재육은 돼지고기와 연근, 부추에 밀가루를 묻혀 구운 것이다. 대구껍질 누르미는 벗겨낸 대구껍질 속에 석이버섯과 표고버섯, 꿩고기 등을 잘게 다져 넣어 삶은 음식이다. 꿩고기 육수와 밀가루, 골파로 즙을 만들어 뿌려먹는다. 반주로 나온 담향주는 막걸리인데, 요구르트처럼 스푼으로 떠먹는다.

 

영양군의 <음식디미방> 마케팅

 

영양군은 4월에는 구글문화연구원과 전략적 파트너십 제휴 협약을 체결했다. 구글문화연구원은 세계의 위대한 문화유산이나 유적, 예술 작품들을 디지털 콜렉션을 제작해 전 세계 사람들과 공유하려 한다. 영양군은 구글문화연구원과의 제휴가 <음식디미방>의 세계화 및 한국의 대표 전통음식, 건강음식으로의 <음식디미방>의 위상을 확고하게 정립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식디미방>을 훈민정음해례본,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등에 이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활동도 지속하고 있다.

 

'2014 장계향 아카데미'에는 한국스토리텔링포럼회원, 여행사 대표모임, 파워블로거, 홍보마케팅전문가 등이 참가했다. YTN·EBS 촬영팀 및 구글 사업개발팀도 동행했다. YTN은 '조선요리 과학의 진수 <음식디미방>이라는 4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고, EBS는 '한국기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음식디미방>을 취재해 방송한다. 또한 2013년 12월에는 아리랑TV에서 세계 188개국에 <음식디미방>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했다. 외국인 파워블로거 등도 다녀갔다.

 

장계향의 일대기와 <음식디미방>은  KBS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역사스페셜에서도 소개됐다. 조선시대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쓰여 있다. 이 책의 영향력은 막강하여, 지금도 전통 음식을 재현하려는 분들이 참조하고 있다.

 

<음식디미방>이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려면

 

이탈리아의 피자가 세계적인 음식이 된 것은  2차 세계대전 덕분이다. 이탈리아에 상륙해 피자를 처음 먹어본 미군 병사들은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가서도  이탈리아 피자집을 찾았다. 피자가 미국 사회 전반에 알려지자, 1970년대 이탈리아에서도 피자가 본격적으로 소비됐다.

 

비빔밥은 1800년대 말엽에 발간된 요리서 <시의전서>(是議全書)에 처음 나온다. 한자어로 '골동반'(汨董飯)인 비빔밥은 지어놓은 밥에 나물 등 여러 가지 찬을 섞어서 비빈 것이다. 비빔밥의 유래는 '임금 몽진 음식설' '궁중 음식설' '묵은 음식 처리설' '농번기 음식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비빔밥은 이것저것 섞어 한꺼번에 비벼 먹어야 제맛이 난다. 비빔밥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우리나라 어디서나 즐겨먹었다. 특히 전주비빔밥, 진주비빔밥 그리고 해주비빔밥은 유명하다.

 

오래전부터 있던 비빔밥을  CJ는 '비비고'라는 비빔밥 전문 체인 및 브랜드로 현대화했다. 비비고는 "비빔"과 "go"의 합성어이다. 비비고 레스토랑은 우리나라, 미국 ,싱가포르, 중국, 일본, 영국, 인도네시아 등 20개국에 수출되어 운영되고 있다. 비빔밥의 화려한 변신은 창조경제 사례로도 소개됐다.

 

이제 시대가 변했다. 밀가루로 쑨 소스를 붓는 것은 시대에 안 맞는 조리법이다. 음식은 고추 가루 등이 전혀 사용되지 않아 간이 심심하고, 담백하며 기름지지 않다.건강에 좋다지만 현대인의 입맛에는 안 맞는 것으로 보인다.

 

<음식디미방>이라는 위대한 교과서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시대조류와 현대인의 입맛에 맞도록 조리법을 변화시켜야 세계적인 음식으로 거듭날 수 있다.

 

조선중기에는 저작권개념이 없었다. 오늘날 말로 <음식디미방>의 저작권자인 장계향은 동일성유지권을 주장했다.

 

"이 책을 이리 눈 어두운데 간신히 썼으니 이 뜻을 알아 제대로 시행하고 딸자식들은 각각 베껴 가되, 이 책을 가져갈 생각일랑 마음도 먹지 말며,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하여 쉽게 떨어지게 하지 말라"고 했다.

 

동일성유지권은 인격권이다. 존중될 필요가 있으며 존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저자는 딸자식 등 가족에게만 필사로서의 복제권을 허락했으며, 원본은 보존할 것을 원했다. '부디 상하지 않게 간수해달라'는 당부는 자손대대로 무한복제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해서 일 것이다. 요리책 <음식디미방>은 조선중기 한글 문헌으로 소중한 유산이며, 이 책에 기록된 조선중기의 요리법은 무형 문화재이다.

 

이제 요리법과 요리책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변했다. 필사에서 인쇄로, 인쇄된 문헌에서 영상으로, 다시 영상에서 디지털로 주류 미디어가 바뀌고 있다. 이제 복제는 손으로 할 필요가 없다. 이웃의 모르는 딸들과 며느리들까지 누구나 복제가 수월하다. 수많은 요리법과 다양한 생각들이 디지털로 매일 표현되고 확산된다. 디지털 시대에는 복제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야 위대한 작품이다.

 

오늘날의 음식은 건강 등 기능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보기 좋고 먹기도 좋아야 한다.  '스낵처럼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는 문화'인 '스낵 컬처'가 대세다. IT, 패션, 음식, 방송 등은 조류를 부지런히 따라가고 있다. 문화예술소비, 음식 소비, 창작도 변하고 있다. 위대한 어머니 장계향도 이 시대에는 개정판을 내고 싶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지식재산으로 착한부자되자
http://cafe.naver.com/cproperty 


태그:#음식디미방, #대구누르미, #담화주, #장계향, #홍보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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