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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8일 삼성본관 앞에는 100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10여 일 동안 삼성본관 앞에서 노숙 농성 중인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음식과 필요한 물품을 들고 찾아온 것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 인정과 자살한 염호석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삼성이 질 것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농성중이었죠. 맨 바닥에서 침낭 하나에 의지해 잠을 청하고, 길거리에서 변변한 반찬없이 식사를 했던 노동자들에게 28일 연대한마당은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길에서 잠을 자야하며, 길에서 식사를 해야 합니다. 특히 700여 명이 식사를 하다보니 하루 1000만 원이 넘는 식대를 마련하는 것, 그리고 한 끼라도 제대로 된 식사를 편히 먹는 것이 여전히 절실합니다. 연대의 손길은 28일 하루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합니다.

삼성노동인권지킴이는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에서 '따뜻한 밥 한 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자는 제안을 드리고자 합니다. 이런 제안의 의미를 담아 각계각층에서 삼성전자서비스노동자들의 투쟁을 지지하는 글을 게재할 계획입니다. - 편집자 말

금속노조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경찰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탈취 만행을 규탄하며 경찰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금속노조 결의대회 "열사 정신 이어받아 민주노조 사수하자" 금속노조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경찰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탈취 만행을 규탄하며 경찰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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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4일, 부산구치소에서 현대자동차비정규직지회 투쟁으로 구속된 노동자가 스무 번째로 출소했다. 많은 동지들이 출소한 박현제 전 지회장을 맞이했다. 10년 넘게 현대차 불법파견을 고발하고, 법을 지키라 투쟁했던 현대차 울산공장 비정규직노동자 20명이 구속될 동안 불법을 지시하거나 은폐한 현대차 정몽구 회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한 명도 기소되지 않은 현실이 한탄스럽게 느껴졌다. 이렇게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의 진짜 사장 찾기는 엄청난 고통을 수반한다.

지금은 구속되어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위영일 지회장을 처음 만났을 때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많이 걱정됩니다"라고 말했던 기억난다. 말이 씨가 된 것 같아 미안하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는 오랜 시간 삼성전자서비스 작업복을 입으며 일을 했다. 서비스를 받은 소비자는 이 수리 노동자를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으로 알고 있다. 삼성서비스 고객센터에 접수하고, 삼성서비스 옷을 입은 노동자들이 수리했고, 다시 고객센터에서 서비스 평가를 물어보니 누가 감히 이들을 하청노동자로 의심했을까? 이렇게 사실상 삼성서비스에 불법파견 된 노동자들이 삼성서비스 진짜 사장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상대로 26일 현재 39일째 농성중이다.

삼성 패륜에 눈감은 언론, 하청업체 뒤에 숨은 사장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담당 구역이 변경되고, 일거리가 줄었다. 당연히 임금도 깎였다. 심지어 3개 업체를 폐업하며, 조합원을 배제한 선별승계를 추진했다. 사실상 조합원을 죽음 문턱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이것은 현실이 됐다. 최종범 열사가 "배고파서 못 살았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염호석 열사는 "지회가 승리하는 그날 화장해 달라"는 글을 마지막으로 또 다시 우리 곁을 떠났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마지막 바람을 지키지 못했다. 염호석 열사 아버지의 요청을 받은 경찰은 시신을 탈취했고, 비밀작전을 수행하듯 시신을 빼돌려 화장했다.

전국금속노조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경찰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탈취 만행을 규탄하며 경찰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금속노조 결의대회 "시신탈취 경찰 책임자 처벌하라" 전국금속노조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경찰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탈취 만행을 규탄하며 경찰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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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은 슬퍼할 시간도 없이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해 열사의 뜻을 받아 안고 투쟁했다. 하지만 언론은 삼성의 패륜에 눈감았고, 진짜 사장은 하청업체 뒤에 숨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의 교섭은 비공개로 진행돼 왔다. 이래서는 누가 삼성서비스지회 조합원의 진짜 사장인지 알 수 없고, 설사 합의를 한다 하더라도 언제 어떻게 하청업체 바지사장을 통해 그 합의를 무력화 시킬지 모른다. 또 누군가가 "전 선택했어요, 부디 도움이 되길 바라겠습니다", "저 하나로 인해 지회 승리를 기원한다"는 말을 남기고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기필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의 진짜 사장을 확인해야 하고, 이를 위해 연대해야 한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2010년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연대로 '25일 점거파업'을 진행했고, 현대차를 교섭에 끌어냈듯이. 2012년~13년 만장투쟁, 현장파업, 296일 동안 진행한 철탑농성을 지원하기 위한 희망버스로 현대차가 10년 만에 제시안을 제출하게 만들었듯이 삼성전자서비스지회 투쟁도 수많은 사람들의 연대가 존재할 때 진짜 사장 '삼성'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현대차비정규직지회처럼 수많은 연대가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사장을 확인해야 할 간접고용(사내하청) 노동자에게는 진짜 사장을 만나야 그 다음이 있고, 그 다음 다음도 생각할 수 있다. 그렇게 연대는 다음을 가는 열쇠가 된다. 이제 비가 와도, 더워도 39일 동안 아스팔트에서 살며, 진짜 사장을 만나기 위해 죽어라 투쟁하는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이 다음을 설계할 수 있게 우리가 더 큰 연대를 조직해야 한다.

행동하자!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당신과 나의 삶과 미래를 바꾸기 위해.

덧붙이는 글 | 최병승씨는 현대차지부 조합원입니다.



태그:#삼성전자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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