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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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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모은 600만 명의 서명이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제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실천하고 행동하겠다는 '약속의 서명'입니다. 국가의 안전 확립으로, 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서약입니다. 먼저 간 아이들 곁에서 부모들이 끝까지 함께 할 수 있도록 서명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 후 213일째, 부모들의 눈물은 그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아래 가족대책위)는 14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서명 지속을 위한 범국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들께 간절히 부탁드린다, 서명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말했다.

참사 이후 반팔을 입고 기자회견을 했던 유가족들은 이제 두꺼운 패딩점퍼를 입고 있었다. 안전사회를 위한 서명 동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내내, 일부 어머니들은 울음을 참느라 코가 빨개졌고 아버지들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번 참사로 외동아들 고 오영석군을 잃은 유가족 권미화씨는 '최고 엄마' 배지를 단 털모자를 쓴 채, 두 눈을 질끈 감고 울었다.

단원고 2학년 4반 유가족은 숨진 아이들의 생전 사진과 함께 "범국민 서명에 참여해주세요"란 피켓을 들기도 했다. 자신이 입고 있던 구명조끼를 벗어 친구에게 주고, 다른 친구를 구하다 목숨을 잃은 정차웅 학생의 얼굴도 피켓 안에 있었다. 기자회견에는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함께해 약 60명이 참여했다.

가족들은 "지난 7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이뤄진 특별법에 대한 합의는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합의"라며 "미완의 특별법으로는 철저한 진상규명에 한계가 있다, 이에 국민적 힘으로 성역 없는 진상조사와 진상규명을 해내기 위한 서명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민참여 민간진상조사단 가시화... "많이 동참해달라"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보이고 있다.
▲ 진실을 요구하는 유가족의 눈물 14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월호희생자 농성장 앞에서 열린 세월호참사진상규명을위한 범국민서명호소 기자회견에서 한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 뒤로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 사진이 보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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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박래군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은 "앞으로도 국민들이 함께하는 '416 약속지킴이'를 모으고, 오는 12월에는 (정부와 별개로)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민간진상조사단을 가시화할 것"이라며 "정부가 계속 책임감 을 가지고 4·16참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서명운동에 다시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범시민사회단체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안전사회를 촉구하는 국민서명은 11월 14일 현재 600만 명에 이른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직접 전국을 돌며 서명을 받는 등 지난 6월부터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민서명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호주 2058명 등을 포함해 해외 교민 서명 3645명(주최 측 집계)도 포함돼 있다.

기자회견 사회를 맡은 장동원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대표는 "이번에 살아 돌아온 아이가 제게 '지금은 미성년자이지만 나중에 돈 벌면 이 나라를 떠나겠다'고 하더라"며 "나라가 국민을 지키지 못해 생긴 일이다, 온 국민이 바라보고 있던 4월 16일 그 날 정부는 무엇을 했고 기성세대는 무엇을 했나, 저 또한 어른으로서 많은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그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딸과 아들, 가족을 잃은 유족들의 아픔은 그저 '아픔'으로만 표현할 수는 없는 고통일 것"이라며 "그래서 더 이상은 우리 아이들 같은 비참한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데 앞장서겠다, 저희가 지치지 않도록 끝까지 국민여러분들이 손 잡아주시고 용기 북돋아 달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가족대책위가 이 날 발표한 기자회견 전문이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범국민 서명 호소 기자회견>

오늘은 416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13일째 되는 날입니다. 참사 이후 저희 가족들은 아이를 잃은 슬픔을 제대로 치유하지도 못한 채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제정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서명을 받으며, 도보행진을 하고, 노숙농성을 하고, 단식을 하였습니다. 모두 다 생전 처음 해보는 일들이어서 낯설고 힘들었지만 같은 아픔을 가진 부모들과 서로 위로하고, 국민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겨우 여기까지 왔습니다.

416 참사를 둘러싼 무수한 의혹들과 참사 이후 저희 가족들이 보고 느낀 수많은 부당함은 저희 가족들을 한 없이 괴롭혔습니다. 그러나 이것들은 역설적이게도 저희 가족들로 하여금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한없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304명을 잃은 슬픔은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저희들을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7일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간 특별법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습니다. 긴 줄다리기 끝에 이루어진 합의지만 진실을 제대로 밝히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미흡한 합의였습니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에게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에 대한 의지가 있었는지조차 의문이 듭니다.

이런 합의는 당장 밀쳐 버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진상규명의 시작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현실적 필요 등으로 인해 눈물을 머금고 수용 아닌 수용을 해야 했습니다. 이런 입장을 정하면서 저희 가족들이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은 바로 국민 여러분들이었습니다. 그 동안 서명운동 등 특별법 제정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주신 국민분들에게 너무나 미흡한 성과를 돌려드리는 것 같아 송구하고 죄송스러운 마음뿐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렇지만, 너무 뻔뻔하다고 하실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부탁드리려 합니다. 머리 숙여 정말 절실한 마음으로 부탁드리려 합니다. 서명에 동참하고 관심을 가졌던 많은 분들이 "법안이 통과 되었으니 서명은 안하느냐?"고 묻습니다. 저희 가족들은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서명에 더욱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십시오"

천만 명이 되는 그날까지 아니 저희 세월호 희생자들의 사고 의혹이 낱낱이 밝혀지고 진실 앞에 당당히 마주하는 그날 까지 기억하고 행동하겠다고 약속해 주십시오. 비록 아무것도 모르는 나약한 부모라 자식하나 못 지켰지만 남은 생명과 국민여러분의 안전 그리고 저희가 정말 사랑했던 내 조국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약속해 주십시오.

국민분들이 궁금해 하고 우리 가족들이 궁금해 하는 수많은 의혹들이 밝혀지고 우리가 아이들 영정 앞에 당당히 슬퍼할 수 있는 그날이 올 때까지 저희 손을 놓지 말고 서명을 지속하여 주십시오.

지금까지 모아준 600만의 서명은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별법제정이었다면 지금부터는 실천하고 행동하겠다는 "약속의 서명"입니다. 국가의 안전 확립으로 나와 사랑하는 사람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서약입니다. 저희가 먼저 간 아이들 곁에 가는 길에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서명에 적극 동참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함께 해주신 국민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드리며 그 소중한 마음 반드시 기억하겠습니다.


태그:#세월호 유가족, #유가족 서명 호소,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 #세월호 농성장, #세월호 생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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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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