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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석화구이에 이야기꽃을 피워본다.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석화구이에 이야기꽃을 피워본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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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바다가 그립고 자연산 석화구이(굴구이)가 생각날 때면 전남 장흥의 남포마을로 훌쩍 떠난다. 마을 앞에는 쪽빛바다가 있고 섬의 생김새가 소의 등을 닮은 소등섬이 외로이 떠있다. 이곳은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축제>의 촬영지로도 이름난 곳이다. 양의 해인 을미년(乙未年) 새해에 찾아가도 좋을 곳이다.

바다를 품어 해 뜨는 풍경이 아름다운 소등섬

남포마을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은 생김새가 소의 등을 닮았다하여 소등섬이라 불린다.
 남포마을 앞에 있는 자그마한 섬은 생김새가 소의 등을 닮았다하여 소등섬이라 불린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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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묵어가는 민박집에서의 하룻밤도 멋진 추억이 될 것이다. 갯벌 바다를 품어 해 뜨는 풍경이 아름다운 이곳에서는 해마다 해맞이축제도 열린다. 잔잔한 바다위에 홀로 떠있는 무인도 소등섬 위로 눈부신 해가 떠오르면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낄 수 있다.

남포 석화구이집에 전화를 해봤다. 혹시나 하는 노파심에서다. 지난해 굴 개시 이전에 너무 빨리 방문해 석화구이를 못 먹고 돌아선 기억 때문이다. 석화 한판의 가격은 2만 원으로 지난해와 똑같다. 석화 한판으로 4명이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봤더니 석화구이집 아주머니가 "그라제라~ 작으면 작은 대로 먹고, 많으면 많은 대로 먹고..."라며 정겨운 남도의 사투리로 답을 해준다.

갯벌이 드러난 바다에 비스듬히 드러누운 어선이 한가롭다.
 갯벌이 드러난 바다에 비스듬히 드러누운 어선이 한가롭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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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주머니가 조새로 깐 석화를 손질하고 있다.
 한 아주머니가 조새로 깐 석화를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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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장흥군 용산면 상발리마을이다. 갯벌이 드러난 바다에는 비스듬히 드러누운 어선이 한가롭다. 마을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땔감을 준비하는 촌로의 기계톱소리가 정적을 깨뜨린다. 이따금씩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차가 지나칠 뿐이다.

이내 마을은 고요하고 평화롭기만 하다. 소등섬으로 이어지는 갯길 너머에는 백로 한 마리가 외로이 서있다. 섬으로 난 바닷길을 걸어본다. 겨울 갯바람이 차갑다. 하지만 남녘의 갯바람은 여행자의 마음을 살갑게 어루만져준다.

짭조름하고 달큼한 석화향 입안에 감돌아

남포마을 어르신들이 한데모여 굴 까기 작업을 하는 공동작업장이다.
 남포마을 어르신들이 한데모여 굴 까기 작업을 하는 공동작업장이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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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어르신들이 굴 까기 작업 중인 공동작업장으로 가봤다. 이곳에서는 잘 손질한 알굴과 각굴을 직접 판매도 한다.

"돌에서 딴 자연산 석화예요."

아주머니가 조새로 깐 석화를 맛보라며 건네준다. 짭조름하고 달큼한 석화향이 입안에 감돈다. 석화를 구입한 후 자연산 석화구이집으로 갔다. 모닥불에 직화로 구워먹는 자연산 석화 한판(7kg)에 2만 원이다. 맛있는 호박고구마는 덤이다.

석화구이는 일반 굴구이에 비해 짭조름한 향과 풍미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석화구이는 일반 굴구이에 비해 짭조름한 향과 풍미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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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호박고구마는 덤이다.
 맛있는 호박고구마는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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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가 제법 튼실하니 알이 찼다. 목장갑을 한손에 끼고 칼로 까먹는다. 굴구이와는 약간 다른 맛이다. 자연의 향을 더 품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석화구이는 일반 굴구이에 비해 짭조름한 향과 풍미가 더 진하게 느껴진다. 장작으로 불을 지펴주는 이곳은 모닥불과 함께 피어오르는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는 풍경에 운치가 더해진다.

석화는 초고추장에 먹고, 군고구마는 신건지와 먹으면 그 맛이 금상첨화다. 갯마을에 어둠이 내리자 비닐하우스의 전구가 빛을 발한다. 겨울밤에 좋은 사람들과 함께 모닥불을 가운데 두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오랜만에 이야기꽃을 피워본다. 참 행복한 시간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맛돌이의 네이버 블로그 내고향 밥상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장흥 남포마을, #소등섬, #을미년, #새해, #맛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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