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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2월은 유독 눈이 많이 내렸다. 그 중에서도 서해안 지역, 충남 서산 태안 지역에 내린 폭설로 시설 등이 무너지는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충남 태안은 처가가 있는 곳이기에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처가에 전화를 했더니, 뉴스에 나오는 대로 하우스가 무너져 주저앉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태안 쪽의 농산물 시설은 날씨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다. 결혼한 지 3년 차인데, 그 동안 여름에 태풍 때문에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지은 적도 있었고, 중간 중간 강한 바람에 비닐이 찢어져 명절 때 온 가족이 하우스 보수하느라 하우스 위로 왔다갔다 한 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하우스가 아예 주저앉아 버렸다.

12월 폭설에 태안 하우스가 무너져내렸다
▲ 폭설에 무너진 하우스 12월 폭설에 태안 하우스가 무너져내렸다
ⓒ 김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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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되는 마음에 바로 찾아가려고 했더니, 어머님이 "눈 많이 와서 차도 다니기 힘들어, 나중에 와" 하셨다. 실제 버스도 통제될 정도로 많은 눈이 왔었다. 어머님은 하우스 피해에 안절부절 못하셨지만, 그래도 방법이 없었다.

처남은 전화통화에서 "이게 눈이 그칠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다시 세우는 것보다도 철거가 일이에요. 철거야 뭐 고물상에 이야기하면 좋다고 와서 가져가기는 하는데 철거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하니까요"라고 말한다.

처남도 지금까지 살면서 하우스 관련 시설에 피해를 입었던 경험이 많다보니 이제는 담담한 것 같다.

폭설에 하우스 시설이 무너졌다.
▲ 폭설에 무너진 하우스 폭설에 하우스 시설이 무너졌다.
ⓒ 김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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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도 '어쩔 수 있느냐?' 라는 반응이다. 날씨 좋을 때를 기다려서 다시 세워야 하지 않겠느냐 하신다.

2010년 태풍 곤파스 때도 시설을 철거하고 다시 지었던 경험이 있으신 아버님. 그런데 이번에서는 아버님의 연세만큼 더 실망하신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주어진 상황이 힘에 부치신다는 느낌이 들었다.

충남 태안 12월 중 내린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
▲ 폭설에 무너진 하우스 충남 태안 12월 중 내린 폭설로 무너진 하우스
ⓒ 김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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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가에 가서 무너진 하우스를 볼 수 있었다. 하우스 철재 구조물이 힘없이 꺾여서 엿가락 처럼 휘어져 버린 모습에 '하!' 하고 한숨부터 나온다.

12월의 마지막 날 아침. 태안에는 다시금 제법 눈이 내렸다. 무너진 하우스 안에도 눈이 내려와 덮었다. 그래도 어머님은 그나마 남아있는 작물이라도 보호하시려고 무너진 공간 사이로 비닐을 씌워두셨다.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공간에까지 웅크리고 들어가서 비닐을 씌워두셨다.

그나마 남아있는 농작물에 비닐을 씌워놓으셨다.
▲ 폭설에 무너진 하우스 그나마 남아있는 농작물에 비닐을 씌워놓으셨다.
ⓒ 김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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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폭설이 오기 전에 출하를 많이 해서 다행이여."

라고 말씀하시며 애써 사위를 안심시키시려는 어머님. 무너진 하우스 작물은 봄나물로 알려진 작물이기에 당장 출하된 것보다는 다가오는 봄 농사를 준비하는 것이 더 크다. 비닐을 치는 것은 어느 정도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그런 임시방편이라도 해야 봄에 수확을 거둘 수 있다.

어머님의 이야기에서 다시금 미래를 준비하는 농부의 마음을 읽게 된다. 눈앞의 상황은 여러 피해들을 보게되지만 그나마 남아있는 희망을 바라보는 것이 농부의 마음이 아닌가? 

폭설에 무너진 인삼시설
▲ 태안 폭설에 무너진 인삼재배시설 폭설에 무너진 인삼시설
ⓒ 김락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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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해부터 다시 서해안 지역의 폭설 뉴스를 접하게 된다. 이번 겨울 동안에도 한 동안 계속 폭설 소식을 듣게 될 것 같다.

"어쩌겄나? 사위. 날 풀리는 대로 다시 일해야지. 너무 걱정하지 말게."

집으로 돌아오는 딸에게 여전히 콩이며, 파며, 김치며 이것 저것 챙겨주신다.

2015년, 날씨가 풀리는 봄에는 어떤 희망의 열매를 얻을 수 있을까?


태그:#태안, #폭설, #하우스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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