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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시장의 과일들
 아침시장의 과일들
ⓒ 이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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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장터에서 만난 여름 과일들

다카야마 진야 장터는 오전 6시부터 정오까지 운영된다. 에도 시대부터 쌀, 누에, 꽃 등이 거래됐고, 현재는 야채, 과일, 꽃 등이 판매되고 있다. 이날도 여름인지라 그런지 채소와 과일, 반찬류가 주로 판매되고 있었다. 우리는 목이 말라 과일을 사기로 했다. 사과, 복숭아, 토마토가 있는데, 그 중 토마토를 샀다. 사과와 복숭아는 껍질을 벗겨야 하지만 토마토는 그냥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격은 개당 100~200엔이니 싸지는 않다. 더욱이 농부들이 직접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이니, 최상의 제품이라 말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크기나 생김새로 보아 농약을 안 쓰고 성장 호르몬을 안 쓴 친환경 농산물임에 틀림없다. 맛에서도 지역 특색이 느껴진다. 앞에서도 언급한 지산지소 정책(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이 이곳에서도 지켜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곳에서 파는 반찬으로는 장아찌, 절임반찬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한 봉지에 350엔 정도로 비싸지 않다. 그리고 맛을 볼 수 있도록, 모든 반찬을 도자기 그릇에 담아 놓았다. 이들은 모두 아침 시장에서만 파는 것으로 '진심을 다해 만들어 믿을만하다'고 적혀 있다. 아침 시장은 다카야마 진야 외에 미야가와 장터에서 열린다. 이들 아침 시장은 11월부터 3월까지 동절기에는 아침 7시부터 열린다고 한다.

역사와 전통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거리

다카야마 전통거리
 다카야마 전통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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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카야마는 인구 9만의 중소 도시다. 인구가 정체 상태라 관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 때문에 한국어판 하다 다카야마 안내서와 산책 지도를 볼 수 있다. 나는 그 지도를 들고 전통 거리로 갔다. 전통거리는 미야기와 동쪽에 남북으로 길게 형성돼 있다. 나카바시 다리를 건너 왼쪽으로 가면, 산초(三町) 전통 건조물 보존 지구가 나온다.

우리는 길 입구에서부터 대나무 깃발을 볼 수 있었다. 음력 칠월 칠석을 기념하는 뜻에서 무언가 글귀를 적어 꽃아 놓았다. 이곳 전통 거리에는 히다 민속고고관, 후지이 (藤井) 미술 민예관, 다카야마 쇼와관(昭和館), 양조장, 기념품점 등이 있다. 둘러볼 시간이 많지 않아 우리는 박물관 보다는 금은 세공점, 양조장, 공예 미술점 등 삶의 현장을 찾아보기로 했다.

상고당(尙古堂)이라는 공예 미술점에서는 시부쿠사야키(渋草焼)라 불리는 전통 공예품을 팔고 있다. 19세기 중반 이 지역에 도자기 산업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세토(瀬戸)와 구타니(九谷) 지역 도공과 화가를 초빙해 시부야쿠사 지역에서 생산되는 흙으로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 도자기를 히다 구타니라 불렀고, 나중에 시부쿠사야키라 불리게 됐다.

이곳에는 목공예품인 이치이토호리(一位一刀彫)가 있다. 이것은 단어 그대로 히다에서 제일가는 칼로 조각한 작품이란 뜻을 갖고 있다. 거북과 사자, 학과 닭을 조각한 장식품, 다구(茶具), 과반(菓盤) 등 생활용품, 액세서리를 볼 수 있다. 또 백의관음상, 달마대사상 같은 종교 용품도 볼 수 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양조장이다. 앞쪽으로 술이 진열돼 있고, 안쪽으로 양조 시설이 보인다. 이곳 다카야마 술은 히다산맥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양질의 쌀로 만드는 가양주(地酒)로 유명하다. 향기롭고 순한 술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 다양한 사케가 보인다. 다카야마 시내에만 7개의 양조장이 있다고 하니 술의 천국이다. 다카야마에서는 니혼슈(日本酒)만이 아니고 맥주와 포도주도 생산된다.

양조장
 양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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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장유(醬油)와 절임 음식(漬物)을 파는 식료품점이다. 이들은 모두 발효식품으로 소금, 장유, 미소, 식초, 설탕 등에 절여 만든다. 우리도 절임 음식이 많지만, 상대적으로 고온다습한 일본의 절임음식이 더 유명하다. 또 다른 곳에는 합장촌락(두 손을 모은 모습을 한 건물)의 건물 모형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팔고 있다. 이들 모두 구경할 만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채색 판화를 찍어 파는 공방이다. 2014년이 갑오년 말띠 해여서인지 말을 찍은 판화가 많았다. 말은 백마와 흑마로 나뉘고, 이들은 복(福)이라고 쓴 장식을 허리와 배 부분에 두르고 있었다. 전체 색이 청황흑녹적으로 이루어져 단순하면서도 화려하다. 티벳에서 유행하는 룽따(風馬)를 연상케 한다. 하늘나라에서 내려온 천마가 우리에게 복을 내려준다는 개념이다.

시간이 없어 보지 못한 박물관과 민예관 이야기

다카야마 향토관이 확대 개편된 다카야마 역사 미술 박물관은 히다 다카야마 지방의 역사 민속자료 7만 5000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 중 유물 900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대표적인 전시물로는 다카야마 성주였던 가나 모리씨 관련 자료, 엔쿠(1632-1695)가 만든 목조 불상, 미술 공예품, 생활 용품, 죠몽(繩文)시대 토기 등이 있다고 한다.

후지이 미술민예관은 오래된 미술품과 민예품을 전시하고 있는 고미술 박물관이다. 다카야마에서 병원을 열었던 후지이 타다이치(糺一)가 평생 동안 수집한 공예품과 고미술품 2500점을 전시하고 있다. 입구의 문은 다카마야성의 니노마루(二の丸) 성문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다. 회화나무를 사용해 만든 흙벽(土藏), 에도시대 인형, 도자기와 칠기 등이 대표적인 유물이다.

전통 거리에서 서쪽 방향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히다 다카야마 미술관이 있다. 이곳은 히다 다카야마 지역의 유리 공예품과 가구를 중점으로 전시하는 사립 박물관이다. 1997년 현대식 건물로 개관했다고 한다.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만들어진 전 세계의 유리 공예품, 19세기 말의 가구와 조명 기구 등 약 1000점 이상을 소장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르누보와 아르데코 유리 공예품이다. 1층의 기획 전시실에서는 공예뿐 아니라 회화, 조각, 사진 전시회도 연다고 한다.

공예미술점
 공예미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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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 시정 기념관을 찾아서

우리는 이어 다카야마의 마지막 볼거리, 다카야마 시정 기념관으로 갔다. 이곳은 다카야마시의 행정 자료를 보존하고 전시하는 자료관이다. 다카야마가 시(市)가 되기 전 초(町)일 때부터 현재까지 시정의 변화를 자료와 사진 그리고 패널로 소개하고 있다. 기념관 건물은 1895년부터 1968년까지 다카마츠초 사무소 건물로 사용됐다. 그 후 1986년까지는 공민관(公民館)으로 사용했다. 기념관으로 사용한 지는 30년이 조금 못된 것이다.

이곳은 2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1층에는 사무실과 응접실 그리고 대기실이 있다. 2층이 전시관인데, 그곳에는 역대 정장(町長) 사진이 걸려 있고, 시정 자료, 공민관 자료, 지도 등이 진열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다카아먀초 지도다. 하나는 19세기의 것으로 보이고, 다른 하나는 20세기의 것으로 보였다. 그것은 전자가 산을 입체적으로 표현했다면, 후자는 직업별 명세(明細)를 평면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다카야마 시정기념관
 다카야마 시정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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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야마마치 옛 지도
 다카야마마치 옛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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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라마치 지구
 데라마치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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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마츠는 미야가와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길게 발달된 마을로 출발했다. 그 후 20세기 들어 동서로 도시가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쪽 히가시야마에 있는 사찰지구(寺町)는 다카야마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그것은 다카야마 성주였던 가나 모리 가문에서 이 지역에, 교토의 히가시야마처럼 절과 신사를 건립했기 때문이다.

158번 지방도 좌우에 10개의 절과 두 개의 신사가 있다. 그 중 가장 오래된 절이 1632년 도로 남쪽에 지어진 소류지(宗猷寺)다. 그러므로 이 절은 가나 모리 가문의 원찰로 그 역할을 했다. 도로 북쪽에는 다이오지(大雄寺)가 가장 크다. 이곳 데라마치는 아래쪽에 절이 있다면 위쪽에 신사가 있다. 이곳에 있는 신사의 이름은 신메(神明) 신사와 하쿠산(白山) 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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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데라마치 지역은 현재 산책로가 잘 조성되어 있어 1~2시간 정도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그 중 가장 오래되고 아름다운 소유지는 특별한 날에만 공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절에는 산수가 어우러진 정원, 가나 모리 가문의 사당, 오래된 건물 등 볼거리가 많다고 한다. 이들을 볼 수 없는 게 유감이었다.

우리는 이제 2층 전시실에서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전통거리를 조망해 봤다. 단층과 2층으로 지어진 전통 가옥에 20세기식 콘크리트 건물도 가끔 보인다. 그러나 회벽과 나무를 이용한 전통 일본가옥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20세기 들어 서방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경제적으로 부를 이루었지만, 문화적으로도 전통을 잘 지켜나가는 문화 국가이기도 하다.

후지이 미술민예관
 후지이 미술민예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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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일본 구로베 알펜루트의 내륙과 바다쪽에 있는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보기 위해 지난 해 8월 4일 동안 도야마, 나가노, 기후, 이시카와현을 여행했다. 여행한 대표적인 도시로는 도야마, 가나자와, 다카야마가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는 시라카와코가 있고, 자연유산으로는 구로베 알펜루트가 있다. [구로베 알펜루트의 이쪽과 저쪽]이라는 제목으로 여행기를 10회 정도 연재하려고 한다.



태그:#다카야마, #다카야마 진야 장터, #전통거리, #공예미술점, #시정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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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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