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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중간 나오는 아이들의 영상이 여전히 괴롭고 아프다. 유가족들조차 울지 않고 덤덤할 때 내가 우는 건 허락되지 않는 일 같아서 몇 번을 뛰쳐나갔다. 이 아이들이 내 인생을 통째로 갈아엎었다. 남을 돌아보고 살라고 알려주고 떠났다. 빚을 갚는 마음으로 너희를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며 너희 가족들을 외롭게 두지 않겠다! -작곡가이자 열일곱 살의 버킷리스트 기획진 김인영의 일기

처음에는 단원고 2학년 4반 박수현군이 남긴 버킷리스트 스물다섯가지 중 하나인 "공연 20회하기 A.D.H.D 기준"에서 시작했다. A.D.H.D? 주의력 결핍장애? 그게 무슨 뜻일까 알 수 가 없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수현이가 단원중학교시절부터 하던 스쿨밴드 이름이라는 것을 타학교로 진학한 A.D.H.D 멤버들에게 듣게 되었다.

경미, 재욱이, 건우, 순영이가 수현이와 함께 밴드를 했었고 세월호에서 모두 희생되었다는 것도 그제야 알게 되었다. A.D.H.D의 뜻도 아이들이 롯데리아에서 시끄럽게 떠들며 햄버거를 먹다가 문득 '주위사람들이 우리를 정신없게 봐도 우리가 즐거우면그만' 이라는 의미에서 따왔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 다른 학교로 진학한 턱에 살아남은 세친구가 지난 3월 무대에 친구들을 대신해 올랐다.

학생 250명과 선생님 12명이 희생된 2014년 단원고 2학년에는 1반에서부터 10반까지 있다. 모두가 아마 마음속에 버킷리스트가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 하나하나와 선생님들의 꿈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기억하는 자리로 만들고자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라는 공연을 시작했다.

A.D.H.D 나머지 멤버들이 고등학교 3학년 수험생활을 하게 되면서 그 자리를 선배 뮤지션들이 채워주고 있다. 매 달  다른 반 이야기를 한다. 3반, 4반, 5반, 6반까지 총 100명 남짓 음악인들이 아이들 대신 무대에 섰다.

7월 24일 이번 주 금요일 저녁 8시 홍대 롤링홀에서는 단원고 2학년 7반 소년들의 이야기를 음악, 영상 그리고 아이들의 유품과 함께 하려고 한다. 2학년 7반에서는 총 33명 학생 중에서 32명이 희생되었다. 그나마 한명 생존한 것도 아이들과 게임하다가 벌칙으로 홀로 갑판에 나왔다가 배가 기울어지는 바람에 들어오지 못해. 아니 안 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담임 이지혜 선생님은 아이들 둘을 두 팔에 끌어안고 발견되었는데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순직처리과정이 복잡한 상황이다.

총 33명의 이야기를 어떻게 하루에 그것도 세 시간 남짓의 시간에 음악과 함께 담아야 할지 걱정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던 304인에 대한 무게감하고 그 304명을 한 명 한 명 나열하는 것은 사뭇 다르다.

어느 날엔가 우리와 함께 지하철을 탔을 수도, 비오는 날 맞은편에서 걸어오다가 우산이 부딪혔을 수도, 극장 앞에서 팝콘을 사는 줄에 같이 서 있었을 수도 있었던 아이들에 대한 상실감은 더 크다. 어쩌면 내가 그 배안에 타고 있었을 수도 있던, 그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구나 하는 실감을 어슴푸레 하게 된다. 

다섯 달 연속으로 공연을 진행하다 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 매달 관객이 적을까 영상이 부족할까 진행이 잘 안 될까 노심초사 한다. 특히 매달 다른 반의 유가족들이 공연에 관객으로 오기 때문에 자칫 '관객이 없는 것을 보니 세월호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져 가나보다. 우리 아이들이 잊혀가는 가보다'하는 느낌을 받고 발걸음을 돌릴까 제일 걱정이다.

서명대에서, 리본공작소에서 아니면 1년 동안 현장에서 만난 시민으로 이루어진 기획진 30여명도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공연 전문가들이 아니어서 공연이라는 것을 잘 알지 못했으니 과감하게 매달 1번씩 10달을 진행한다고 했는데 힘이 달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어른들이 더 미안한 일은 안 해야지. 지금까지 충분히 미안하니까. 오늘부터 금요일이 되기 전까지 공연 준비과정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함께 이야기 할 사람들이 더 생기겠지 하는 바람으로 끝까지 해야지 하는 다짐으로.

다음은 우리가 이번주 금요일에 이야기할 소년들과 선생님의 명단이다.

2-7반
곽수인 국승현 김건호 김기수 김민수 김상호 김성빈 김수빈 김정민 나강민 박성복 박인배 박현섭 서현섭 성민재 손찬우 송강현 심장영 안중근 양철민 오영석 이강명 이근형 이민우 이수빈 이정인 이준우 이진형 전찬호 정동수 최현주 허재강

그리고 이지혜 담임선생님

공연장
▲ 열일곱살의 버킷리스트 공연장
ⓒ 김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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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현이, 건우, 순영이, 재욱이
▲ A.D.H.D 멤버들 수현이, 건우, 순영이, 재욱이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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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이야기
▲ 2학년 7반 소년들의 이야기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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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 매너있는 7반 시간표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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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에서
▲ 이지혜선생님 단원고에서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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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의 꿈
▲ 버킷리스트 포스터 열일곱의 꿈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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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들의 이야기
▲ 2학년 7반 소년들의 이야기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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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돌아와.
▲ 2학년 7반 사물함 얘들아 돌아와.
ⓒ 윤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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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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