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애국가 배경 영상이나 사진으로만 보던 백두산을 직접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사진을 찍어놓으니 마치 합성을 해놓은 것처럼 선명하다는 이야기도 주고 받았습니다.

실제로 카톡으로 보낸 사진을 본 친구나 가족들 중에 합성 사진이라고 믿지 않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맨 후미에 올라 온 참가자들이 다 도착하였을 때 천지를 배경으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아쉬운 발길을 돌려 주차장으로 나왔습니다.

오후 1시가 넘은 시간에 여행사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간단히 점심을 먹으며 가이드 왕선생이 '정상주'로 준비해 온 막걸리를 나눠 마셨고 아이들은 콜라로 대신하였습니다. 백두산 천지까지 올라오느라 힘을 다 쓴 아이들은 허겁지겁 점심 도시락을 먹어 치웠는데 그야말로 '게눈 감추듯' 하였습니다.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던 아이들도 백두산 천지에선 카메라를 피하지 않았다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던 아이들도 백두산 천지에선 카메라를 피하지 않았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백두산 다운힐 인원은 절반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업힐 구간에서 체력이 소진된 사람들과 로드자전거를 타고 온 참가자들은 다운힐을 포기하고 차로 남파산문 입구까지 이동하기로 하고, 절반 남짓한 참가자들만 다운힐을 시작하였습니다. 안전을 위하여 다운힐을 포기한 참가자 중에 나중에 남파산문까지 내려와서는 많이 후회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백두산 정상 주차장에서 남파산문까지는 약 30km였습니다.  1시 30분에 라이딩을 시작하여 오후 2시 40분에 남파산문 주차장까지 다운힐을 하였습니다. 해발 2565미터 백두산 관면봉에서 해발 1350미터 남파산문까지 다운힐은 거리는 약 32km, 고도는 1200미터를 내려와야 했는데 약 1시간 10분이 소요되었습니다.

해발 2565-> 1350까지 32km 다운힐 1시간 10분

GPS 기록을 확인해보니 정상에서 남파산문 주차장까지 32km 남짓한 다운힐 구간을 평균속도 27.6km로 달려 내려왔더군요. 그동안 자전거를 타면서 경험한 다운힐 구간 중에서 가장 길고 가장 경사가 가파른 짜릿한 구간을 달렸습니다.

짧은 시간에 고도를 낮췄기 때문인지 귀가 멍멍해지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다운힐을 하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깐 잠깐 멈출 때마다 소리가 잘 들릴 수 있도록 코를 막고 숨을 내쉬기를 반복하였습니다.

악화폭포에서 출발하여 천지까지 라이딩 후 남파산문까지 다운힐을 하였다
 악화폭포에서 출발하여 천지까지 라이딩 후 남파산문까지 다운힐을 하였다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백두산 정상에서 출발하여 약 3~4km 구간은 급경사 구간이라 성급하게 속도를 높일 수가 없겠더군요. 약 1km쯤 달렸을 때 바닥에 모래가 있는 커브 구간에서 청소년 참가자 한 명이 미끄러졌습니다. 다행히 가벼운 찰과상이었습니다만, 차를 태워서 내려보냈습니다.

다운힐 구간은 대부분 내리막이었습니다만, 크고 작은 오르막 구간이 네 번쯤 나타났습니다. 아침에 업힐을 할 때와 비교하면 모두 짧은 오르막들이었습니다만, 체력이 많이 떨어진 탓인지 오르막 구간이 나타날 때마다 속도가 팍팍 떨어졌습니다.

출발지였던 악화폭포를 지나고나니 경사가 많이 완만해지더군요. 얕은 내리막 길이 이어졌기 때문에 기어를 높이고 가벼운 패달링을 하면서 35~40km를 유지하면서 달렸습니다. 앞서 다운힐을 시작한 다른팀들이 멈춰서서 사진을 찍고 있길래 브레이크를 잡았더니 '압록강 대협곡'이더군요.

압록강 대협곡
 압록강 대협곡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특별한 광복 70주년 기념 '백두산 천지 라이딩'

뒤따라 내려 온 일행들과 인증샷을 찍은 후에 다시 다운힐을 계속하였습니다. 빠르게 내려 오느라 화산폭발로 나무가 통째로 숯이 되어버린 '탄화목 유적'은 아쉽게 놓쳐버렸습니다. 다운힐은 선두와 후미그룹의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았습니다. 남파산문 주차장에 맨 후미가 도착하자마자 자전거 앞바퀴를 분해하여 차에 싣고 숙소인 통화까지 차량 이동을 시작하였습니다.

백두산의 감동과 무용담을 나누면서 차를 타고 이동을 시작하였는데, 차가 출발하고도 한참 동안은 아무도 잠을 자지 않고 앞자리, 옆자리에 앉은 일행들과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라이딩으로 이번 여행의 정점을 찍었습니다. 백두산 천지까지 왔던 길을 거슬러 다시 한국으로 되돌아 가는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백두산 천지 자전거 라이딩을 마치고 넷째 날 숙소인 통화까지 버스로 이동하는데 무려 6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오후 3시 30분에 남파산문을 출발하여 오후 5시쯤 이른 저녁 식사를 마치고 통화까지 가는 길을 재촉하였습니다만, 호텔 도착 시간은 오후 9시가 넘었더군요.

백두산 정상 관면봉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한 점심
 백두산 정상 관면봉에서 도시락으로 간단한 점심
ⓒ 이윤기

관련사진보기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YMCA 청소년 백두산 자전거 국토순례에 참가한 29명의 참가자들 한 명도 빠짐없이 백두산 업힐에 성공하였습니다. 누구는 조금 빨리, 누구는 조금 늦었을 뿐 다함께 백두산 천지까지 완주하였기 때문에 그 기쁨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모두가 들뜬 기분으로 숙소에 들어와 와이파이로 가족들에게 인증샷을 보내고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근처 슈퍼에서 야식을 사와 백두산 천지에서 느낀 감동을 다시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2015년 8월 15일, YMCA 청소년 백두산 자전거 국토순례단 29명은 1945년 8월 15일 일본 천황이 항복 방송을 하는 시간에 맞춰 백두산 천지까지 온 힘을 모아 자전거를 타고 오르며 세상 누구 못지 않게 의미있게 광복 70주년을 기념하였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백두산, #YMCA, #청소년, #자전거, #광복70주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마산YMC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대안교육, 주민자치, 시민운동, 소비자운동, 자연의학, 공동체 운동에 관심 많음.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2월 22일상(2007), 뉴스게릴라상(2008)수상, 시민기자 명예의 숲 으뜸상(2009. 10), 시민기자 명예의 숲 오름상(2013..2) 수상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