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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지난 14일 서울대공원 긴급토론회 당시. (아래) 14일 긴급토론회 휴식시간 동안 ‘케어’의 활동가 및 회원들이 토론회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울동물원에 항의하고 있다.
 (위) 지난 14일 서울대공원 긴급토론회 당시. (아래) 14일 긴급토론회 휴식시간 동안 ‘케어’의 활동가 및 회원들이 토론회에서 중요한 사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는 것에 대해 서울동물원에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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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취한 사육사가 사슴을 삽자루로 폭행하고, 동물들에게 지급된 과일과 채소를 사육사가 가로채 동물들에게는 썩은 먹이가 제공됐다. 지난 9월 14일 서울대공원 대강당에서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아래 서울동물원)에서 일어난 동물학대에 대한 충격적인 증언이 터져 나왔다.

이날 증언을 한 서울동물원의 사슴사육사는 본인이 지난 8월 19일 서울동물원의 사슴·흑염소 43마리가 도축농장에 식용으로 매각된 사건을 동물보호단체에 제보한 당사자라고 밝히면서, 사육사로서 동물들이 죽어가는 것을 방관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43마리의 사슴과 흑염소가 도축농장으로 매각된 사건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서울동물원 측의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사건발생 전날과 당일인 8월 18일과 19일, 사슴을 반출하는 자는 낙찰자가 아닌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제3자이며, 사슴농장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동물들이 반출되면 밀도축되어 식용이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본인이 동물원 담당자에게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본인이 근무하는 사슴사의 다른 사육사가 근무 중 만취한 상태에서 사슴을 삽자루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놀란 관람객들이 그 광경을 촬영하려고 해서 본인이 그 사육사를 말렸고, 상급자에게 사실을 보고하여 폭행을 저지른 사육사는 사슴사에서 퇴출됐다는 것이다.

사육사의 증언은 동물들이 먹어야 할 과일과 채소를 다른 사육사가 빼돌려 다른 사람들에게 넘기고, 동물들에게는 썩은 당근과 배추 등이 지급된 사례도 있다는 폭로로 이어졌다. 그는 이에 대해 담당자에게 여러 차례 시정을 요청했으며, 또다시 썩은 먹이를 지급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경고했다고 주장했다.

사육사는 지난 9월 3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8월 19일에 발생한 사건에 대한 보고서와 탄원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날의 증언에 대해 서울동물원 측은 당일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 않았다.

토론회 이후 사육사 증언에 대한 반론을 듣기 위해 서울동물원 직원과 전화통화를 했다. 동물원 직원은 '43마리의 사슴과 흑염소가 도축농장으로 매각된 줄 몰랐다'는 서울동물원의 주장이 거짓말이라는 증언의 진위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사육사가 사슴을 삽자루로 폭행한 사건이 있었다는 증언과 동물들이 먹어야 할 과일과 채소를 다른 사육사가 빼돌린 사례가 있었다는 증언이 진실인지는 논란이 있으며, 이 두 가지 증언이 진실인지 조사를 통해 밝혀지길 원한다고 했다.

'긴급토론회'에서 다른 얘기만, 시민단체 "물타기 말라" 항의

토론회가 열린 지난 14일 촬영한 사진으로, 사슴사는 대부분 거의 모든 공간이 비어 있었다.
▲ 서울동물원의 사슴사 토론회가 열린 지난 14일 촬영한 사진으로, 사슴사는 대부분 거의 모든 공간이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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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동물원의 사슴·흑염소 43마리가 도축농장에 매각된 사건과 관련, 지난 9월 14일 오후 2시 서울대공원 대강당에서 긴급 시민토론회가 열렸다.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한 긴급 시민토론회'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날의 토론회의 분위기는 몹시 격앙돼 있었다.

사육사의 충격적인 증언 때문만은 아니었다. 도축농장에 남아 있는 사슴과 흑염소들을 서울동물원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비롯하여 아직 해결되지 않은 사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은 채, 토론회의 대부분이 이번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논의들로 진행된 것에 대해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었다.

총 4시간으로 예정된 이날의 긴급 시민토론회에서는 7명의 동물관련 분야 인사들의 발표가 이어졌고, 이후 시민들이 참여하는 토론이 진행됐다. 그런데 7명의 발표주제는 동물원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홍보와 농장동물의 복지 등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기 때문에, 정작 긴급 토론회를 소집한 계기인 사슴·흑염소 식용 매각 사건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게다가 발표가 예정된 시간을 초과하면서 이번 사건을 집중적으로 토론할 시간이 부족해지자, 동물보호단체와 시민들은 서울동물원이 물타기를 하는 것이 아니냐고 거세게 항의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을 위한 행동'의 전채은 대표는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트위터를 통해 지난 8월 19일의 도축농장 매각 사건을 알린 결과 토론회가 마련된 것이라고 이날 행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 사건에 대해 서울동물원으로부터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한 번도 듣지 못했고 아직 논의되지 못한 사안들에 대한 동물원의 진솔한 입장을 듣고 싶었는데, 정작 토론회에서는 현안과 무관한 이야기만 무성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전 대표는 그동안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서울동물원 동물원장과의 면담과 대화를 지속적으로 제안했는데 묵살됐다고 말하면서, 동물원 측은 애초에 대화할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동물단체 "사슴과 흑염소 데려와야" - 서울동물원 "재수용 불가능"

서울동물원의 흑염소
 서울동물원의 흑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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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단체 '케어'의 박소연 공동대표는 서울대공원이 운영하는 반려동물 입양센터에 빗대어 이번 사건의 본질을 지적했다. 박 대표는 서울대공원의 반려동물 입양센터가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개들을 입양 보냈는데, 입양을 간 곳이 개식용 농장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시민들이 이 개들을 구해달라고 하면 동물원은 이번 사건과 마찬가지로 방관할 거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다시 말해서, 반려동물이나 동물원 동물이나 사람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한 박 대표는 서울동물원에서 매각된 사슴·흑염소 43마리 가운데 농장 도착 직후 도축된 1마리와 스트레스로 폐사한 6마리를 제외한 나머지 동물들이 여전히 살아있고 도축농장주가 도축을 포기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즉, 서울동물원이 동물들을 재매입할 경우 서울동물원에 돌려보내기로 농장주가 의사를 밝힌 상태에서 동물원이 시간만 끌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동물원에게 재정부족을 감수하면서까지 동물들의 사육환경을 개선해달라는 무리한 '복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도축농장으로 매각된 동물들을 구조해달라는 '상식'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동물원 동물들이 갑자기 식용으로 둔갑되어 죽임을 당하는 비상식이 승리하는 사회를 원치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동물원에게 도축농장에 있는 동물들을 재매입할 재정적 여유가 없다면, 국민성금을 모금하여 시민단체가 대신 재매입 비용을 마련할 테니 동물원의 문만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노정래 서울동물원장은 이날 토론회의 총평에서, 이번 식용 매각 사건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서울동물원이 동물복지를 중심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동물원이 보다 진보적인 동물원으로 거듭나기 위해 종관리 시스템에 따라 앞으로 번식시킬 종과 번식시키지 않을 종을 선별하는 한편 잉여동물 매각을 통해 동물원 동물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동물원장은 앞으로 잉여개체 발생을 막기 위해 번식을 어떻게 제한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이날의 중요한 안건이었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며, 이번 토론회를 기점으로 준비를 더 철저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동물원 동물들에게 보다 넓은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 일부 개체를 매각했는데, 도축농장의 동물들이 동물원으로 돌아갈 경우 동물복지에 관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그 동물들을 다시 수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케어'의 박소연 대표는 현재 사슴사의 공간이 거의 비어있으며, 잉여동물들을 매각하기 전보다 훨씬 많은 개체를 수용했을 때도 문제가 없었다는 사육사의 증언을 언급하면서, 도축장에 있는 동물들을 다시 수용한다고 해서 동물복지 문제가 발생한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동물원은 돌고래 '제돌이'를 제주도 바다로 돌려보낸 것을 기념하는 서류 보관용 파일을 토론회 참석자들에게 나눠줬다. 이 파일 뒷면은 "제돌이의 꿈은 바다였습니다, 혼획 이후 서울대공원에서 공연하던 남방큰돌고래 제돌이가 시민의 뜻으로 이곳에서 방류되었습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기념비 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시민의 뜻으로 제돌이를 고향에 돌려보낸 서울동물원. 도축장에 있는 사슴과 흑염소들을 다시 데려가 보호해달라는 시민단체의 인도적인 요청에는 언제쯤 긍정적인 답변을 줄 것인가? 서울동물원이 제돌이 방류를 동물원의 진정한 자랑거리로 홍보하려면, 도축농장에 있는 사슴과 흑염소의 복지와 생명도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편 동물보호단체 '케어'는 긴급토론회의 대부분이 사슴 및 흑염소 식용 매각 사건과 무관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정작 중요한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점에 비추어, 이번 토론회는 "시민단체의 요구를 교묘하게 흐리게 하려는 물타기 토론회"였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또한 이번 사건과 관련한 사과와 더불어 책임 있는 말 한마디 없었던 노정래 동물원장을 비롯한 서울동물원 관계자들은 생명존중의 비전을 시민들에게 제시하는 서울동물원에서 일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하고,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이들의 직위해제를 요청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15일부터 시작했다.


○ 편집ㅣ박혜경 기자



태그:#서울대공원, #동물원, #사슴 , #흑염소, #식용 매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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