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감바오사카의 경기가 16일 저녁 일본 오사카 스이타시 엑스포70 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감바오사카의 경기가 16일 저녁 일본 오사카 스이타시 엑스포70 경기장에서 열렸다. 전북 현대 최강희 감독이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수비수를 빼고 공격수를 넣는 것은 충분히 납득할만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센터백 두 명 모두를 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고 패착이었다. 남아있는 몇 분 몇 초의 시간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한국)가 지난 16일 오후 7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엑스포 70 경기장에서 열린 2015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감바 오사카와의 원정 경기에서 종료 직전에 뼈아픈 결승골을 내주며 2-3 '펠레 스코어로' 패해 4강 진출에 실패하고 말았다.

전북 PK 선제골 직후 어이없는 동점골 내줘

지난 8월 26일 전주성에서 골을 넣지 못하고 비기며 흔들렸던 전북은 그 어느 때보다 승리에 대한 의지가 강하게 보였다. 경기 시작 후 3분 만에 감바 오사카에서도 뛴 경험이 있는 이근호가 이재성의 오른쪽 코너킥을 받아 골을 성공시켰지만 모하메드 하산(UAE) 주심의 밀기 반칙 선언으로 아쉽게 돌아서야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전북은 확실한 득점 기회를 만들어냈다. 감바 오사카 벌칙구역 안에서 양팀 선수들이 뒤엉켜 있다가 흘러나온 공을 전북 풀백 박원재가 오른발로 강하게 찼다. 이 공은 곧바로 감바 오사카 수비수 니와 다이키의 오른손에 맞아 핸드 볼 반칙이 선언된 것이다.

경기 시작 후 12분 만에 얻은 이 절호의 기회,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레오나르도는 침착하게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왼쪽 구석에 정확히 꽂아넣었다. 대회 규정상 골을 넣은 상태에서 비기더라도 이번 경기 원정 팀 전북이 4강에 진출하기 때문에 무엇보다 절실한 골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전북은 단 2분 만에 허무하게 동점골을 내줬다. 감바 오사카의 측면 프리킥에 대비하며 오프 사이드 라인을 너무 급하게 끌어올린 것이 화근이었다. 뒤에서 돌아들어오는 제3의 선수가 오프 사이드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보니 감바 오사카 패트릭에게 빈 골문을 그대로 열어준 꼴이 되고 말았다.

축구 경기에서 수비하는 선수들이 오프 사이드 함정을 만드는 것이 얼마나 극단적인 결과까지 감수해야 하는 일인가를 잘 가르쳐주는 교훈적인 장면이었다. 상대의 조직력은 역시 지능적인 조직력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알려준 셈이다.

후반전 교체 선수 둘이 만든 펠레 스코어 드라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감바오사카의 경기가 지난 16일 저녁 일본 오사카 스이타시 엑스포70 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결승골을 넣은 감바 오사카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전북 현대와 감바오사카의 경기가 지난 16일 저녁 일본 오사카 스이타시 엑스포70 경기장에서 열렸다. 후반 결승골을 넣은 감바 오사카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전 시간이 흐르며 1-1 점수판이 계속돼도 전북이 불리할 것은 없었다. 그렇다고 비기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을 드러낸 것은 아니다. 감바 오사카의 하세가와 감독은 65분에 한꺼번에 두 선수(MF 요네쿠라, FW 링스)를 바꿔 들여보내며 반드시 역전골을 뽑아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전북의 최강희 감독도 6분 뒤에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 한교원을 빼고 가운데 쪽에서 창의적인 플레이에 능한 루이스를 들여보냈다. 그러나 중원이 허전해진 것은 치명타였다. 지난 8월 전주성에서 풀백 최철순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세워 감바 오사카의 유능한 미드필더 우사미를 꽁꽁 묶은 경험이 있기에 이번에도 최철순을 세웠다.

감바 오사카의 요주의 인물 우사미가 경고 누적으로 나오지 않았지만 최강희 감독이 생각하기에 최철순에게 여전히 1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중책을 맡기고 네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내세워 '닥공'(닥치고 공격)을 주문한 것이다.

최철순의 활동력은 예상대로 왕성했지만 공간을 지배하는 능력은 정통 미드필더들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76분에 바로 그 문제점이 드러나며 역전골을 내주고 말았다. 감바 오사카의 미드필더 구라타 슈가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왼발 중거리슛을 강하게 날렸고 마침 그 공이 물러서 있던 최철순의 몸에 맞고 방향이 슬쩍 바뀌어 골문 왼쪽으로 날아가 꽂혔다.

이에 다급해진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극단적인 결단을 내렸다. 센터백 두 명을 차례로 내보내고 공격수들을 들여보낸 것이다. 79분에 김형일을 빼고 키다리 골잡이 우르코 베라를 들여보냈고 85분에는 윌킨슨마저 불러들이고 공격형 미드필더 김동찬을 내세웠다.

바꿔 들어간 우르코 베라는 88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이근호가 올려준 공을 받아 이마로 극적인 2-2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것만으로도 극장골이라 생각했다. 전북 선수들은 서로 얼싸안고 기쁨을 누렸다.

하지만 추가 시간이 4분이 주어지면서 어쩔 수 없이 수비쪽에서 구멍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대체 선수가 그 자리에 서 있다고 하지만 센터백 경험이 풍부한 선수와 그렇지 못한 선수는 큰 차이를 드러낼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풀백 박원재와 김기희가 센터백 자리에 섰지만 감바 오사카의 마지막 공격까지 막아낼 수는 없었던 것이다.

추가 시간 3분만에 감바 오사카는 교체 선수 요네쿠라의 결승골에 환호성을 질렀다. 그가 빠져들어오는 위험 지역을 방어하고 있는 전북 수비수는 이근호뿐이었다. 기본적인 몸싸움을 이겨내지 못한 것이 뼈아픈 결승골을 내준 원인이었다. 허탈한 전북 선수들은 분루를 삼키며 경기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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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2015 AFC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16일 오후 7시, 오사카 70' 경기장)

★ 감바 오사카 3-2 전북 현대 [득점 : 패트릭(14분), 구라타(76분), 요네쿠라(90+3분) / 레오나르도(12분,PK), 우르코 베라(88분,도움-이근호)]
- 두 경기 합산 점수 3-2로 감바 오사카 준결승 진출

◎ 전북 선수들
FW : 이동국
AMF : 레오나르도, 이근호, 이재성, 한교원(71분↔루이스)
DMF : 최철순
DF : 박원재, 김형일(79분↔우르코 베라), 윌킨슨(85분↔김동찬), 김기희
GK : 권순태

◇ 준결승 일정(왼쪽이 홈 팀)
9월 30일(수) 티엔허 스포츠 센터 ★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 - 감바 오사카(일본)
10월 21일(수) ★ 감바 오사카 - 광저우 에버그란데
축구 전북 현대 우르코 베라 감바 오사카 챔피언스리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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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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