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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심정으로 덕이와 함께 덕이가 지원할 곳에 도착했다. 나는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덕이만 자신의 이력서를 들고 과장님이 있는 사무실로 향했다. 기도하며 차 안에서 기다렸다. 이렇게 지원할 수 있도록 덕이가 준비를 충실하게 했고, 나 또한 적극적으로 협조했으니 이제는 조용히 참 하느님께 기도하며 기다릴 뿐.

덕이가 사무실로 올라간 후 약 20분이 흘렀다. 덕이에게서 내 휴대전화로 전화가 왔다. 받으니 "과장님께서 고모 올라오래요"라고 한다.

사무실로 올라갔다. 과장님이 자리를 권하셨으며 나에게 차 한잔을 직접 마련해 주셨다. 면접 중에 면허증 유·무를 확인하던 차에 덕이가 "고모와 함께 왔어요. 지금 고모는 정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차피 아실 일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잘 부탁드립니다. 제가 보증할 수 있는 것은, 주어진 일에 덕이가 아주 성실하게 임할 것이며 성향이 온순하여 순종하며 잘할 것이라는 겁니다"라고 말씀드렸다.

덕이가 면접 보고 3일 만에 온 전화, 결과는...

과장님은 "합격되면 3일 안으로 연락을 드릴 것입니다"라고 말씀하셨다. 이제 우리는 기다려야 한다. 면접 후 덕이를 첫 직장 정문에 내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며 아산시에서 유명한 신정호수를 약 1시간 혼자 걸었다.

왠지 혼자서 생각을 하고 싶었기에 혹시 아는 사람을 보아도 오늘은 그냥 지나치고 싶은 마음에 차 안에 있던 선글라스를 쓰고 걸었다. 나의 간절함은 잠언 10장 22절에 나온 부분과 비슷했다. "~하느님은 거기에 고통을 더하시지 않는다"라고 읊조리며 걷고 또 걷고...

다음 날 그리고 또 그 다음 날에도 전화가 오지 않았다. 나의 휴대전화 번호를 남겼지만 전화가 없다. 슬며시 머릿속에서 걱정이 돋아나려 한다. 고개를 흔들며 일에 열중했다. 그리고 삼 일째 되는 날 점심시간이 지나도 전화가 없더니 오후 4시에 전화가 왔다. '출근을 다음 주 월요일부터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물론이라고 대답했다. 출근 차량은 7시 30분에 온천관광호텔에서 타면 되고 퇴근은 그 맞은 편인 제일호텔 앞에서 내릴 것이라고 했다.

마침내 합격한 것이다. 지난 밤에 야근 후 지금 집에 있을 덕이에게 전화했다.

고모 : "덕아 면접 본 그곳에서 전화 왔는데 '합격'이래!"
덕 : "정말?"
고모 : "응. 축하해, 덕아!"
덕 : "응."
고모 :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하라고 하셨어."
덕 : "응."
고모 : "오늘 출근해서 반장님께 이번 주까지 일하고 그만둔다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덕 : "고모가 해."
고모 : "덕이가 원하는 대로 내가 반장님께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일단 네가 직장인이고 직장인은 본인의 일에 대해서는 스스로 해야 할 거야. 덕이가 법적으로도 이제는 성인이라서 그래."
덕 : "이번만 고모가 해줘."
고모 : "그러면 이러면 어떨까. 내가 휴대폰 문자로 반장님께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하는지에 대해서 써서 보내줄게. 그것을 반장님께 직접 말씀드린다고 생각하고 거울을 보면서 정중하게 소리를 내 열 번을 말해보고 나한테 전화할래?"
덕 : "응."

"덕이가 연습하고 다시 전화하기를 기다렸다."
 "덕이가 연습하고 다시 전화하기를 기다렸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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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정중하게 그리고 죄송한 태도로 말씀드릴 수 있도록 문장을 써서 보내주었다. 그러면서 혹시 '계속 다니라'는 설득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그런 경우를 대비한 내용까지 보내주었다. 열 번을 연습했는지 잠시 후에 덕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연습에 관한 말은 안 하고 대뜸 한다는 말이 이랬다.

면접에 합격한 덕이, 이젠 '직장 그만두기 연습'을 해야

덕 : "고모, 혼나면 어떻게 하지?"
고모 : "그런 생각이 드니까 덕이 마음이 불편하겠는데?"
덕 : "응, 불편해. 걱정돼."
고모 : "그럴 수 있어. 예전에 고모도 직장 그만두고 옮기려고 할 때 나도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되고 걱정도 되면서 불안했거든. 덕이는 어떻게 하면 좋겠니?"
덕 : "고모가 해줘."
고모 : "일단 열 번 거울 보면서 연습은 했을까?"
덕 : "응, 했어."
고모 : "그러면 그대로 한번 나에게 해볼래?"
덕 : "반장님···, 퇴직하겠습니다."
고모 : "잘했어, 덕아. 그대로 말씀드리면 될 것 같은데. 이번에는 한번 쓰고, 한번 말해본 후에 다시 나한테 전화하면 좋겠는데. 어떠니?"
덕 : "응."

덕이가 연습하고 다시 전화하기를 기다렸다.

덕이가 다시 나에게 반장님께 하듯 말해보았는데 생각보다 의젓하게 잘했다. 다행히 덕이는 신체적, 정신적, 심적으로 많은 성장을 하는 것을 내가 보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중학교 때까지 심한 따돌림,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사람들에 대한 거부감이 낮은 편이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려 한다. 그리고 그들도 자기를 좋아하리라 여긴다. 어떤 이유에서든 참으로 다행이다. 

고모 : "덕아, 이제는 할 수 있겠지?"
덕 : "알겠어"(라고 말하며 긴장하던 속을 떨어내듯이 '킁킁'하며 긴장감을 내려놓는다)
고모 : "OK, 덕이는 할 수 있어. 고모는 그렇게 믿어. 덕이도 그렇지?"
덕 : "응."

몇 년 전에 정신의학 전문가이신 이근후 교수님께 연구를 떠나 개인적으로 여쭤본 적이 있다.

나는 교수님에게 물었다. 꼭 그 사람의 부모가 아니더라도 누군가가 자기를 믿어주고, 할수 있다고 계속 격려해주고, 보호해주고, 사랑해준다면 그 사람의 자존감이 탄탄해지고 대인관계에 있어서 거부당할 거라는 불안감이 낮아질 수 있느냐고. 이근후 교수님은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라고 대답해주셨다.

한 사람이 정서적으로 건강하고 자존감이 탄탄해지기 위해서는 온전한 헌신을 지닌 단 한 사람으로 충분할 수도 있겠다 싶다.


태그:#이력서, #면접, #전화, #합격, #새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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