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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기자+쓰레기)'란 말은 뼈아픕니다. 이 신조어의 근원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시 '전원 구조' 오보로부터 비롯됐다는 걸 기억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세월호 보도 참사' 이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런데 왜 '기레기' 소리가 절로 나오는 보도 행태는 여전할까요? 또 의도적으로 보이는 오보를 내고도 왜 부끄러워하지 않을까요? 저널리즘의 가치보다는 여전히 속보와 단독 경쟁에 목매기 때문일 겁니다.

언론사 생존 문제가 걸려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요? 검색어 중시하는 포털사이트 탓이라고요? 누군가의 죽음을 이용해 검색어 장사하는 언론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래서 뽑아봤습니다. 언론 보도를 감시하는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아래 민언련) 활동가들과 <오마이뉴스> 사회부 기자들이 함께 뽑은 2015 '기레기 어워드', 그 대망의 후보작을 소개합니다. 2015년 대표적인 검색어 어뷰징 기사(abusing : 언론사가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비슷한 기사를 재전송하는 것)와 오보를 뽑았습니다.

'빡침 별점'을 가장 많이 받은 건 <뉴데일리>와 <조선일보>의 기사였습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올해의 기레기 기사는 무엇인가요? 댓글을 달아주세요. 물론 <오마이뉴스>도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대한 비판 의견도 받습니다.

<뉴데일리>, 故 강두리씨의 죽음을 검색어 기사 장사 소재로

모두를 놀라게 한 어뷰징 기사였죠. 지난 15일 <뉴데일리>가 배우 강두리씨의 사망 소식을 전하며 과거 '새빨간 비키니' 사진을 연결한 기사를 써서, 검색어 장사를 했습니다. 이후 <세계일보>, <충청일보>, <한강타임즈> 등도 '비키니 셀카' 제목으로 어뷰징 기사를 썼습니다. 비판이 나오자 다들 슬그머니 기사를 삭제했습니다(...만 구글에는 남아있네요).

연예인 사망 소식으로 언론이 어뷰징 기사를 쓰자 비판이 쏟아졌다. 관련한 한 누리꾼의 일갈.
 연예인 사망 소식으로 언론이 어뷰징 기사를 쓰자 비판이 쏟아졌다. 관련한 한 누리꾼의 일갈.
ⓒ 해당 누리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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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사정을 고려해 웬만해선 서로 비판하지 않는 언론계에서도 '선을 넘었다'는 성토가 나왔습니다. 비판 기사들도 나왔죠. <뉴데일리> 관계자는 이후 미디어 전문지 <미디어스>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데스킹과 게이트키핑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과연 그럴지 지켜봐야겠습니다.   

[유성애] 빡침 지수 ★★★★★ 별점 여섯 개 하려다 참았다, 반면교사로 삼으리
[김도균] 빡침 지수 ★★★★★ 사람이 쓴 게 더 놀라움, 이걸 그대로 베낀 언론도 있다니...
[선대식] 빡침 지수 ★★★★★ 기레기? 이쯤 되면 양아치
[민언련] 빡침 지수 ★★★★★ 죽음 앞에도 멈추지 않는 선정적 어뷰징, 끝은 어디일까?

들통 난 사진 조작,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 폐지

지난 5월 6일 채널A의 시사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에서는 세월호 추모 집회와 상관없는 2003년·2008년 시위 사진을 방송하며 '단독입수 : 세월호 시위대 경찰 폭행 사진'이라고 보도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알고 보니 각각 12년, 7년 전 사진인 데다 모두 타사가 촬영한 것이었죠.

5월 6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 중 한 장면. 채널A는 '단독입수'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오보였다. 결국 프로그램은 당시 약 1주일 만에 폐지됐다.
▲ 12년 전 사진 두고 '단독' 입수? 5월 6일 채널A 시사프로그램 '김부장의 뉴스통' 중 한 장면. 채널A는 '단독입수'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오보였다. 결국 프로그램은 당시 약 1주일 만에 폐지됐다.
ⓒ 뉴스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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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진행자는 "제작진의 실수"라고 사과했지만, 5월 8일 보도본부 기자 60명은 실명을 내건 성명서에서 "채널A 보도본부 시스템이 만들어낸 참사"라며 "그 누구도 상식 이하의 보도를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결국 프로그램은 1주일 만에 폐지됐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중징계도 받았습니다(관련 기사 : 세월호 사진 조작 논란, 채널A <김부장의 뉴스통> 폐지).

[유성애] 빡침 지수 ★★★★ 의도성 짙은 사진 조작 논란, 채널A만의 문제인가요?
[김도균] 빡침 지수 ★★★★ 폐지 이후에도 달라진 게 있나요?
[선대식] 빡침 지수 ★★★★ 조작 난무한 세월호 보도, 합리화할 수 있나?
[민언련] 빡침 지수 ★★★★★ 없는 사진도 가져다 쓰는 종편의 추잡한 창조 능력

언론이 만든 '한인 천재 소녀', 씁쓸한 오보

언론이 만든 '한인 천재 소녀(사진)', 최초 기사를 쓴 기자는 "사실 확인을 끝까지 못했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언론이 만든 '한인 천재 소녀(사진)', 최초 기사를 쓴 기자는 "사실 확인을 끝까지 못했다"고 오보를 인정했다.
ⓒ SBS 뉴스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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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6월 2일 <미주중앙일보>였습니다. '미 최고대학들이 주목한 한인 천재 소녀…TJ 김정윤양, 하버드·스탠퍼드 두 곳서 동시 입학 특별 제안' 기사를 통해, 천재성을 인정받은 한국인 학생이 두 대학으로부터 입학 제안을 받았다고 보도한 거죠. 전례 없는 소식에 국내 언론은 이를 앞다퉈 보도했으나, 이는 거짓이었습니다.

해당 대학은 합격증이 위조됐다고 밝혔고, 최초 기사를 쓴 기자 또한 <미디어오늘>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합격 대학과 교수 등에게 사실 확인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며 오보를 인정했습니다.

왜 누구도 처음부터 확인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학벌 중심' 한국 교육의 씁쓸한 풍경인 동시에, 오보를 의심 없이 베껴 쓴 언론의 책임이 큽니다(관련 기사 : '천재수학소녀 첫 보도' 미주중앙일보, 오보 인정).

[유성애] 빡침 지수 ★★★ "사실 확인 끝까지 못했다"는 기자님, 다신 그러지 마세요
[김도균] 빡침 지수 ★★★★ 학벌 사회, 1등 제일주의 수렁 속 허우적댄 언론의 자화상
[선대식] 빡침 지수 ★★★★ 베끼기·속보·무검증... 기레기 3종 세트  
[민언련] 빡침 지수 ★★ 엘리트만 나왔다 하면 이성을 잃는 한국의 슬픈 현실

살아있는 '메르스 35번 의사' 뇌사·사망 보도한 <한국일보>와 YTN

지난 6월 11일, YTN은 메르스 확진 35번째 환자인 삼성병원 의사가 사망했다는 오보를 냈다가 사과했다.
 지난 6월 11일, YTN은 메르스 확진 35번째 환자인 삼성병원 의사가 사망했다는 오보를 냈다가 사과했다.
ⓒ YTN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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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1일 저녁 온 국민이 '메르스 사태'로 불안해하던 때, YTN은 메르스 확진 35번째 환자인 삼성병원 의사가 사망했다는 오보를 냈습니다. "의료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 오늘 저녁 끝내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한 것이죠. 약 1시간 앞서 <한국일보>도 '[단독] 메르스 감염 삼성서울병원 의사 뇌사'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의사도 내리지 않은 뇌사·사망 선고를, 언론이 앞서 내린 겁니다.

모두 오보였습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 환자는 7월 1일 완치돼 최종 음성 판정을 받고 재활 치료 후 지난 6일 퇴원했습니다. 이 일로 당시 온라인에서는 "'천재 소녀' 건도 그렇고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생명을 다루는 우리 언론의 수준이 여실히 드러난다"는 비판이 많았죠.

세월호 참사 후 제정된 <재난보도준칙>에 따르면 중요 정보에 관해서는 재난 당국 공식발표를 듣는 게 원칙이나, 원칙은 또 무시됐습니다(관련 기사 : '메르스 의사' 오보 YTN, '세월호' 잊었나).

[유성애] 빡침 지수 ★★★★★ 인명보도=신속<정확. '전원구조' 오보의 교훈은 어디로?
[김도균] 빡침 지수 ★★★ 미드 <뉴스룸> 대사 "사망선고는 뉴스가 아닌 의사가 하는 것"
[선대식] 빡침 지수 ★★★ 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민언련] 빡침 지수 ★★ 기자들이여! 제발 사망선고는 의사에게 양보하세요!


'빈민'을 '인민'으로, 검증 없이 기사화해 사과한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지난달 19일 "18일 본지가 입수한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 대회사 녹취 파일"이라며 지면 1면에 '인민' 발언을 기사화했습니다. 이튿날에도 사설에서 "(변 위원장은) '오늘 우리 투쟁은 15만 노동자·민중·인민·시민·청년학도들이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엉터리 이념을 남의 집 자식에게 심어 놓으려는 교사라면 결코 묵과할 수 없다"고 썼죠.

11월 20일자 A35면에 실린 <조선일보> 사설. 이는 오보였다.
 11월 20일자 A35면에 실린 <조선일보> 사설. 이는 오보였다.
ⓒ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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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였습니다. 전교조 위원장은 '인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빈민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교조의 문제 제기에, <조선>은 21일 자 지면에 정정보도문을 싣고 사과했습니다(관련 기사 : "인민 아니고 빈민 맞다" <조선>, 전교조에 사과).

<동아일보>, <문화일보>도 '인민' 발언을 주요하게 소개했습니다. 확인해보니, <문화일보>는 정정보도조차 모르는 체했다네요.

[유성애] 빡침 지수 ★★★★ 말해봐요... 전교조한테 왜 그랬어요(feat.달콤한 인생)
[김도균] 빡침 지수 ★★★★ 믿고 싶은 대로 들리는 신기한 능력
[선대식] 빡침 지수 ★★★★★ 헬조선
[민언련] 빡침 지수 ★★★★★ 정말 잘못 들었을까? 아니면 원하는 말을 지어 들은 걸까?


○ 편집ㅣ김준수 기자



태그:#기레기 어워드, #올해의 오보, #어뷰징 기사, #언론 오보, #대형 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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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민주사회의 주권자인 시민들이 언론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인식 아래 회원상호 간의 단결 및 상호협력을 통해 언론민주화와 민족의 공동체적 삶의 가치구현에 앞장서 사회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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