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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진압 진상규명 요구하며 거리행진 벌이는 용산참사 유가족 용산참사 유가족과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를 마친 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당시 살인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참사에 대한 사죄는 커녕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 있었던 국가폭력에 대해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여러분,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우리가 선 이곳, 여러분이 앉은 그 자리에 남일당 건물이 있었습니다. 7년 전 1월 20일, 그 건물 옥상에서 철거민들이 살아보겠다고 망루를 지어 농성하자마자 살인 진압이 시작됐습니다. 망루 위 불길 속에서 철거민 5명이 불에 타 죽고 경찰관 1명이 죽었습니다. 이곳은 그런 곳, 전쟁터였습니다."

체감온도 영하 15도, '올겨울 최고 한파'라는 추운 날씨 탓에 단상에 선 박래군 용산7주기추모위원회 집행위원장 입에서는 하얀 입김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이렇게 추운 날 용산을 잊지 않고 함께해줘서 고맙다"며 추모객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23일 오후 1시 서울 용산구 한강로 용산참사 현장(옛 남일당)에서 '용산 참사 7주기 추모대회'가 열렸다.

용산 참사는 2009년 1월, 재개발에 반발해 남일당 건물에서 농성하던 철거민들을 경찰 특공대가 진압하는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숨진 사건이다. 하지만 7년 전 불길이 치솟았던 남일당 건물은 간 데 없었다. 옛날 남일당 터는 허허벌판으로 변했고, 공사가 진행 중인 듯 한쪽엔 흙산이 쌓여있었다.

자갈들 위에 놓인 간이 플라스틱 의자 300여 개는 어느새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추모대회 진행 내내, 쉴새 없이 부는 바람 탓에 추모객들 어깨 위로는 공사장 모래 먼지가 하얗게 내려앉아 있었다. 대회 시작 1시간 후에는 머리 위로 세찬 눈보라도 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이크를 잡은 박래군 위원장은 "(이곳에서) 그렇게 잔인하게 사람이 죽었는데 7년간 빈터로 놓여있다"고 말을 이었다. 그는 "잘못된 자본 권력을 두고는 우리가 사람답게 살 수 없다, 남일당 현장이 사라지더라도 우리 가슴 속에는 붉게 새겨야 한다"며 "이곳이 가난한 사람들의 연대가 이뤄졌던 곳임을 기억하자, 어떤 경우에도 사람의 존엄한 권리를 포기하지 말자"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죽음을 헛되이 말자" 세월호 유족 연대 방문, UN 특보도 위로
용산참사 유가족 '아물지 않는 마음'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를 경청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유성호
용산참사 유가족 '마르지 않는 눈물' 용산참사 희생자 고 양회성씨 부인 김영덕씨가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송경동 시인의 추모시를 경청하며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유성호
용산참사 유가족 만난 위로하는 유엔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유가족과 인사를 나누며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용산참사 유가족 만난 유엔 특별보고관 마이나 키아이 유엔 평화적 집회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고 이상림씨의 아들 이충연씨와 부인 정영신씨를 위로하고 있다. ⓒ 유성호
추모대회 장소 한쪽에는 '용산참사 철거민 민중 열사 분향소'가 세워졌다. "국가 폭력 없는 세상에서 편히 쉬소서"란 피켓 앞에 당시 숨진 고 이상림씨, 양회성씨, 한대성씨, 이성수씨, 윤용헌씨 영정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추모객들은 고 이상림씨의 아들 이충연씨와 부인 정영신씨의 안내에 따라 헌화하고 조문했다.

당시 살아남은 철거민들과 용산 참사 유가족들은 맨 앞자리에서 피켓을 들었다. '김석기가 죽였다, 김석기는 감옥으로', '용산 살인 진압 책임자 김석기의 총선 출마를 규탄합니다'란 내용이었다. 당시 진압을 명령했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전 공항공사 사장)은 최근 경상북도 경주시 국회의원 예비후보로 총선에 뛰어들었다.

남편 고 이상림(당시 72세)씨를 잃은 전재숙씨는 유가족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았다. 전씨는 "당시 저희가 제대로 해결 못 해 이후에도 쌍용차 진압이 벌어졌고, 세월호 어린양들이 희생당한 것 같다"며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제라도 김석기가 국회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앞장서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추모대회에는 세월호 유가족과 밀양대책위, 쌍용차 해고자 등이 연대의 의미로 함께 참여했다. 대회 말미에는 현재 방한 중인 마이나 키아이 UN 평화적 집회 및 결사의 자유 특별보고관도 방문해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분향소에 헌화했다.

세월호 유가족인 유경근(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 아버지)씨는 "648일째 4월 16일을 살고 있는 저희는 이것도 너무 힘이 드는데, 2196일째 1월 20일을 살아내신 피해·희생자 가족 앞에 서니 이 어려움이 투정에 불과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유씨는 이어 "고인들이 지금도 여기서 본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해서는 안 된다고 외치고 있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부터라도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추모객 중에는 경기 하남시에서 온 대학생도 있었다. 25세 김준성씨는 "참사가 난 이후 대법원 판결과 진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잘못됐다는 걸 느꼈다"며 "날씨가 추운데 조금이라도 함께 연대하고 싶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김석기 전 청장이 참사에 관해 처벌받기는커녕 오히려 국민 의견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건 굉장히 오만한 일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1시간 30분 가량 추모대회를 진행한 추모객과 유가족들은 용산역을 출발해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대회'가 열리는 서울역까지 행진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덕진 천주교 인권위원회 사무국장은 "'용산에서 저 못된 경찰 폭력을 막지 못해 또 다른 사건들이 일어난 것'이라며 유가족이 미안해하는데, 이게 유가족이 사과할 일인가"라며 "이게 과연 제대로 된 국가인가, 저분들이 미안해하지 않도록 여러분이 함께해 달라"고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용산참사 살인진압 김석기 총선 출마 규탄한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당시 살인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참사에 대한 사죄는 커녕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 있었던 국가폭력에 대해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백기완 소장 "용산참사가 아니라 용산학살"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당시 살인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참사에 대한 사죄는 커녕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 있었던 국가폭력에 대해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김석기 총선 출마 규탄하는 용산참사 유가족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를 마친 고 이상림씨 아들 이충연씨와 부인 정영신씨가 살인진압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의 총선 출마를 규탄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용산참사 희생자 분향소 헌화하는 시민들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참사 현장 남일당 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7주기 추모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헌화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당시 살인진압의 책임자였던 김석기 전 서울경찰청장은 참사에 대한 사죄는 커녕 내년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규탄했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권에 있었던 국가폭력에 대해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묻고 진실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 유성호
태그:#용산 7주기, #용산참사, #마이나 키아이, #세월호, #노동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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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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