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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기사 : 봉화군 '낙동정맥 트레일' 1구간을 걷다)

버스를 타고 이동한 곳은 요즘 산타마을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출발역인 분천역이다. 사실 이곳 주변에도 걷기 좋은 길이 많다. 이름하여 '낙동강 세평 하늘길 트레킹 코스'이다. 1코스는 양원 승부비경구간으로 양원역에서 승부역의 5.6KM구간으로 철길 따라 강 따라 산간오지마을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2코스는 체르마트 구간으로 비동승강장에서 양원역까지 2.2KM구간으로 산골마을과 작은 고개를 넘어 호수가 펼쳐지는 공간이다. 3코스는 분천 비동구간으로 비동승강장에서 분천역까지 4.3KM구간으로 흐르는 물 따라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다. 4코스는 낙동정맥 트레일 2구간의 일부로 승부역에서 비동승강장까지 6.8KM구간으로 자연을 느끼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구간이다.

요즘은 한가한 모습니다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요즘은 한가한 모습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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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주변의 역들은 나름 의미가 있는 곳이다. 우리가 방문한 분천역은 스위스의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으로 산타역과 마을을 조성했고, 이웃한 양원역은 비록 작은 역이지만, 국내 최초로 주민들의 노력과 돈으로 설립한 민자역사로 느림의 미학이 돗보이는 기차여행의 성지이다.

그리고 비동승강장은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마을이며,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수송의 동맥이요, 영동의 심장역이다.

산타할아버지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산타할아버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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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트레일 2구간의 마지막과 3구간의 시작점에 자리한 분천역은 여름과 겨울에는 '산타마을'로 변신,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 시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루돌프 사슴이 끄는 썰매를 타고 크리스마스 이브에 온다는 것을 믿었던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동심으로 돌아가 이곳을 방문하여, 착한 어린이가 될 필요가 있는 곳이다.

나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되어 현대적으로 백두대간 협곡열차를 타고 분천역에 도착한다. 그런 다음 루돌프사슴과 함께 순박한 아이들과 잠시 뛰어놀다가 물안개터널을 지나 산타벽화, 산타슬라이드, 레일바이크를 즐긴다.

이후 산타열차쉼터에서 잠시 쉬었다가 소망우체통에 편지를 한 통 띄우는 낭만을 즐긴다. 물총놀이와 산타트레킹, 셀프웨딩, 주말문화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도 만끽한 가족, 친구, 연인들은 분천역 광장 주변의 아기자기한 산타조형물과 풍차, 이글루에서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우체통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우체통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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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분천역 앞에는 식당이 10개, 카페가 2곳이나 자리하고 있으며, 지역 농특산물 판매장도 여러 곳에서 운영 중에 있다. 분천 산타마을은 2014년 12월 첫 개장 이후 하루 평균 이용객 10명의 작은 역에서 하루 방문객 2000명을 상회하는 역으로 바뀌었다.

이에 힘입어 분천 산타마을은 2015년 11월 한국지역진흥재단의 '2015년 겨울여행 기획전'운영 결과에서 국내 관광객 선호 겨울여행지 2위로 선정, 국내 대표 겨울 관광지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여름산타마을도 입소문을 타면서 4계절 산타 테마 관광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분천 산타마을의 성공적인 운영으로 2013년 4월 개통한 백두대간 탐방열차의 누적 탑승객은 90만 명을 넘어섰다. 봉화의 분천, 양원, 승부, 석포역과 강원 철암역 등 백두대간 구간을 누비는 'V트레인'은 접이식 승강문과 조개탄 난로, 선풍기 등 옛 향취를 살렸고, 천정을 제외하고는 전부 유리벽을 설치, 탁 트인 시야를 선물하고 있다.
지역민이 하는 찻집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지역민이 하는 찻집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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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회 왕복하는 이 열차는 개폐식 창문을 설치해 백두대간의 시원한 바람과 쾌적한 공기를 마음껏 느낄 수 있고, 지붕에는 태양열 발전판을 설치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자연친화적인 기차로 각광받고 있다.
벽화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벽화가 많이 조성되어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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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겨울산타마을 운영 기간에는 이 열차 승무원들이 산타클로스와 루돌프로 변신, 승객들에게 캐롤송 가사 맞추기, 노래 부르기, 빨간 양말 사연 소개, 미션 서바이블 등 다양한 산타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국 대표관광 100선'에 자랑스러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백두대간 협곡열차에 힘입어 분천, 양원, 승부, 석포, 철암역 주변 식당과 농특산물 판매소, 민박집 등도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봉화군은 분천 산타마을을 활용, 체류 체험형 프로그램을 보강한 '봉화 산촌빌리지'를 조성, 4계절 거점 관광지로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기차 모양의 문패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기차 모양의 문패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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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분천역 산타마을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역과 주변 일부를 제외하고는 사실은 산타마을이라는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는 그냥 60~70년대 시골간이역 주변 풍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최근에 마을 곳곳에 벽화를 그리기는 했지만, 아직은 보통의 간이역 인근 마을일뿐이다.

따라서 현대적인 놀이동산의 개념을 도입하여 마을 전체를 산타와 눈, 크리스마스를 중심으로 하는 북유럽풍의 테마파크(Theme park) 형식으로 개조하는 일이 시급할 것 같다. 이것은 도시건축이나 도시조경을 하는 팀이나 기업이 결합하여 놀이동산을 만들듯이 마을을 전부 바꾸는 작업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북유럽의 산타마을처럼 변해가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능이전골로 저녁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능이전골로 저녁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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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천역 주변을 둘러 본 다음, 역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저녁을 했다. 생각보다 늘어선 식당이 많아서 놀랐지만, 우리들은 그냥 역전에 있는 식당에서 능이버섯전골로 식사를 했다. 귀한 능이를 넣은 전골이었지만, 점심을 가마솥 백숙으로 배가 터지도록 먹은 탓에 많이 먹지는 못했다.

이런 곳에 오면 보통 향토막걸리가 마시고 싶은데, 오늘은 산길을 많이 걸어서 그런지 피곤해서 술 생각도 안 난다. 이제 숙소로 이동하자. 숙소는 이웃한 춘양면에 있는 펜션으로 폐교를 개조하여 숙소는 물론 식당 등을 겸하고 있는 곳으로 제법 규모가 큰 곳이었다.

펜션
▲ 춘양면에서 숙박 펜션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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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짐을 풀고는 잠시 쉴까 했더니만, 여러 사람이 모여서 그런지 캠프파이어(campfire)를 작게라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요구가 있어, 일단은 약간의 술과 안주를 준비하여 모였다. 아직 춥지 않은 계절임에도 불을 피워놓고 보니 다들 즐거워하는 눈치다. 맥주를 한잔하면서 인사 소개도 하고, 여러 가지 세상사는 이야기와 트레킹에 관한 정담을 나누었다.

영직이와 나는 이웃한 영주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낙동정맥 트레일 트레킹을 위해 이곳 봉화의 오지마을을 방문한 것은 처음이라 느낌이 남다르다는 말과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봉화와 영주에 대한 소개와 사과, 송이, 한우, 소나무 등의 특산품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봉화군
▲ 펜션에서 아침 봉화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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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시간까지 이야기를 나누고는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약간 피곤하기는 했지만, 공기도 맑고 적당히 흐린 날씨에 걷기 좋은 길을 걸어서 인지 문제없이 아침까지 잘 잤다. 다음 날인 9월 30일(금) 아침, 식사를 위해 일찍 일어나 구내식당에서 간단히 요기를 했다. 이어 짐을 챙겨 다시 버스에 올라 최근 임시 개장을 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으로 이동했다. 이슬비가 조금 내린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인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은 지난 2011년 착공하여 지난 9월 2일 임시 개원했다.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옥석산과 문수산 일대에 축구장 500배 크기인 5179㏊에 2200여억 원을 들여 조성한 수목원은 전시와 연구, 휴양 기능이 결합된 수목원이다. 정말 너무 커서 한눈이 조망이 되지 않는 규모이다.

안내 자료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안내 자료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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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은 크게 생태탐방지구와 중점조성지구로 나눈다. 생태탐방지구(4천973㏊)는 64㎞에 걸쳐 산책로가 조성돼 있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전한 것이 특징이다. 사실 나는 멋진 수목원 안에 조성된 탐방로를 따라 천천히 나무와 풀들을 구경하면서 며칠 동안 이곳을 거닐 수 있는 꿈을 꾼다. 동물들이 뛰는 모습과 새가 날아가는 자태도 머릿속에 스친다.

그리고 중점조성지구(206㏊)는 해발 1500m 이상 극고산지대의 찬바람 불고 추운 날씨를 재현한 세계고산식물의 연구 및 전시 기능을 수행하는 대형 한랭실인 알파인하우스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알프스의 고랭지 자연을 이곳에 재생한 것이다.

전체 모형도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전체 모형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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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인근의 자생식물의 생태적 가치와 산림유전자원 보전을 위한 백두대간 자생식물원, 국내외에 서식하는 진달래속 식물을 중심으로 수집 전시하는 진달래원, 백두대간을 상징하는 동물인 호랑이를 방사할 장소인 4.8㏊ 규모의 호랑이 숲이 마련되어 있다.

또 3만6000여㎡ 터에 전 세계 자작나무속 식물을 수집 전시한 자작나무원은 자작나무뿐 아니라 노각나무, 개벚지나무, 흰말채나무 등 독특한 수피를 감상할 수 있다. 농경지와 과수원이던 2만6000여㎡ 터에 벌개미취, 비비추, 패랭이 등 야생초를 심어 고산지역 모습을 아름답게 재현한 야생화 언덕도 탐방객 발길을 멈추게 한다.

이 밖에도 단풍식물원, 관상침엽수원, 암석원 등도 돌아볼 수 있다. 탐방객을 위해 산림치유지도사와 숲 해설가, 유아 숲 지도사, 교육전문가 등 해설가들을 수목원에 배치, 특화된 해설 교육, 현장 체험 위주의 연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예약자에 한해서는 해설사의 설명과 함께 친환경 교통수단인 소형 전기차량 탑승이 가능하다. 운행은 평일 하루 3회(1차 오전 10시 30분, 2차 오후 1시 30분, 3차 오후 3시), 주말에는 하루 4차례(1차 오전 10시, 2차 오전 11시, 3차 오후 1시 30분, 4차 오후 3시) 다니며, 한 번에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40명이다.

이후 수목원은 임시 개원 기간에 발생하는 운영 문제점 등을 보완한 뒤 내년에 정식 개원할 예정이다. 사실 나는 이곳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수목원이 그냥 나무를 키우고 보호하는 역할만을 한다고 생각했다.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해설사의 안내를 들으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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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21세기는 반드시 종자전쟁의 시대가 될 것 같다"는 해설사의 설명을 듣고 나니. 본격화되고 있는 종자산업의 시대에 이곳 수목원의 가장 큰 역할은 종자의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 '시드뱅크(Seed Bank)'와 절대적으로 종자보존에 주력하는'시드볼트(Seed Vault)'를 같이 운영하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시드뱅크는 자원화 이용과 연구목적에 따라 수시로 종자를 꺼내 쓸 수 있도록 만든 씨앗은행이라면, 시드볼트는 자연재해나 국가적인 재난으로 정부의 요청이 있지 않는 한 종자를 반출하지 않고, 지진이나 핵폭발 같은 대재앙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지은 영구보존시설이다.

호랑이 박제, 3개월을 아파서 죽은 호랑이라 폼이 안난다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호랑이 박제, 3개월을 아파서 죽은 호랑이라 폼이 안난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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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곳 수목원 지하벙커에 있는 시드볼트는 이미 세계적인 규모와 인력이 투입되었다. 지난 2011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4년에 걸쳐 조성한 시드볼트는 지난 2014년 저장고 시설 설치 후 시운전을 거쳐 현재는 기증받고 수집한 종자 2만5000여점을 저장중이다.

수목원 앞 마당에서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수목원 앞 마당에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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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노아의 방주'로 불리는 시드볼트는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지역 산림식물자원을 보전할 목적으로 조성한 종자영구저장시설로, 노르웨이의 스발바르국제종자저장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설립된 아시아 최대 종자저장시설이다.

깊이 40m, 터널길이 127m, 저장고 2개동 등을 갖춘 지하터널로 조성됐고 저장고 내부는 외부 온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영하 20℃, 상대습도 40%를 유지하는 항온항습시설로 설계되었고, 자가발전기와 내부공조기 등 체계적인 시설과 장비를 통해 연중무휴로 가동되고 있다.

수목원 앞 마당에서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수목원 앞 마당에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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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상 연구동에는 종자 이미지 구축, 활력 검정, 생리 탐색 등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10개의 종자연구 관리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종자 정선실, 포장작업실, 전자현미경실, X-ray실, 발아실험실 등의 첨단 실험실과 단기 중기 저장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울러 내년 수목원 정식 개원에 맞춰 올해 말까지 종자는 총 4만점을 입고할 예정이다. 중장기적으로는 2023년까지 30만점, 최종적으로 200만점 입고를 목표로 세계 최고 시설을 지향하고 있다.

수목원 방문자 센터
▲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수목원 방문자 센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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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예약을 하지 않은 우리들은 초입의 방문자센터1~2층과 도보로 입장이 허락된 공간인 입구 주변의 어린이 정원, 자원식물원을 가랑비를 맞으면서 살펴보고 나왔다. 아직 미완성의 수목원이지만, 장대한 규모와 식물의 종류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내년 꽃이 만발한 시절에 정식으로 개장을 하면 과히 대단한 시설이 될 것 같다.


태그:#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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