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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제군 원대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 입구에 음식물, 화기물, 애완견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 애완견 출입금지 안내판 인제군 원대리에 위치한 자작나무 숲 입구에 음식물, 화기물, 애완견 출입금지 안내판이 서 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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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계절이다.

딸아이의 생일을 맞아 우리 가족은 여행을 계획했다. 늘 그렇듯이 반려견(요크셔테리어) '뽀뽀'도 함께 동행했다. 반려견과 함께 살기 시작한 뒤부터 숙박을 포함한 여행할 때 많이 불편했다. 애써 반려견과 함께할 수 있는 숙소를 구해야 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여행 중에 식당에라도 가려면 반려견은 차 안에 갇히기 일쑤였다.

그래도 공원 같은 곳은 목줄을 하고, 배변 뒷처리를 하면 동행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50여 km를 달려 도착한 자작나무 숲 입구에서 안내판의 문구에 따라 출입금지를 당하게 됐다.

"목줄도 했고, 배변처리할 것도 다 준비했는데 안되나요?"
"안됩니다."
"저희가 안고 3-40분 산책을 하고 와도 안 될까요?"
"안됩니다."
"애완견 출입금지에 관한 법령이라도 있나요? 애를 두고갈 곳도 없는데..."
"저희는 법령 같은 거 모릅니다. 위에서 시키는대로..."

4년여 함께 지내온 요크셔테리어 '뽀뽀'는 결국 자작나무 숲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 애완견 '뽀뽀' 4년여 함께 지내온 요크셔테리어 '뽀뽀'는 결국 자작나무 숲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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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부탁을 하고 사정을 해도 결국 반려견과 동행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이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이 남아있고, 나머지는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가족이 남아있는지라 20~30분 지나 다시 내려왔다.

즐겁게 시작된 여행은 불쾌해지기 시작했다. "위에서 시키는대로"라고 했으니 그 위에 해당하는 '인제국유림관리소'에 전화를 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조차도 '법적인 조항'에 대해 물었더니, 법 문제이므로 담당자가 오면 전화를 하겠단다. 자작나무 숲 산책을 포기하고 주변의 계곡에서 가을 정취를 보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오는 길, 전화를 주기로 한 지 3시간이 넘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 다시 전화를 해서 담당자와 통화가 되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법적 근거에 대해 물었다.

"산림청에 법적 규정은 없지만, 수목원법에 따라서 애완견 출입금지를 하고 있습니다."
"규정에도 없는데 반려견 출입을 금지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은가요?"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어서 그렇고, 배변 문제나 유기문제 때문에도..."
"목줄을 하고 배변처리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출입금지가 아니라 단속을 해야 맞는 것이겠지요."
"예, 애완견 출입금지 관련해서 항의전화가 종종 옵니다만, 저희도 어쩔 수 없네요."

결국, 정확한 법규정을 가지고 반려견 출입금지에 대한 안내를 안내소에서도 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하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할 수 있는 코스를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는 의견 등을 전하곤 전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애완견을 데리고 있는 일행때문에 산행을 한 이후 자작나무 숲 초입만 잠시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 자작나무숲 애완견을 데리고 있는 일행때문에 산행을 한 이후 자작나무 숲 초입만 잠시 다녀올 수 밖에 없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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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한 것은 반려견이 타인에게 어떤 위해를 주거나 혐오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면, 그런 위험성이 있다고 해도 목줄이나 배변 준비나 입마개 등을 한다면 '출입금지'라는 일괄적인 적용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안내소에서는 '배변문제와 환경문제'를 강조했다. 반려견의 배변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환경이 오염된다는 것인데, 몇몇 일부의 행위를 일반화 시켜서 모든 반려견을 출입금지하는 것도 문제지만, 개의 변이 설령 산책로가 아닌 숲 속에 있다면 거름이 될지언정 환경오염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뜻일까.

일부 몰지각한 이들이 반려견을 데리고 와서 배변 처리를 하지 않는다거나, 유기를 한다면 그것을 단속해야 할 일이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행복을 아예 차단해 버리는 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의 행복권도 침해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부터 애써 자작나무 숲을 올 계획을 세우고 시간을 조절하며 행복한 산행을 꿈꿨던 계획은 일순간에 망가져 버렸다. 그 이후 하루가 지난 지금도 그 불쾌한 감정은 여전하다.

자작나무 숲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 사진가 자작나무 숲에는 아름다운 경관을 담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났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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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쩌겠는가? 안내소에서 워낙 완강하다보니 생일을 맞은 딸아이의 사진 몇 컷이라도 담아주고 가자며 산행을 시작했다. 물론, 동행한 모든 이들이 함께하지 못했기에 30분도 안 돼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단풍철을 맞아 원대리 자작나무 숲 초입의 주차장은 관광버스와 자가용으로 만원 사태였다. 그럼에도 왕복 3시간 여의 코스인 자작나무 숲은 그들 모두를 받아주기에 부족하지 않은 듯 넉넉했다. 숲길을 걷는 이들은 행복해 보였고, 활기가 넘쳤다.

그런데 짧은 산행을 하면서 휴대전화나 반주기 같은 것으로 음악을 듣는 이들을 종종 마주쳤다. 음악은 다양했다. 뽕짝부터 팝송에 이르기까지, 조용한 숲의 침묵은 그들의 휴대 음향기에서 나오는 소리에 깨어져 버렸다.

정작, 단속해야 하는 것은 이런 것이 아닐까? 이 반려견이 주인과 함께 산책을 하고 돌아온다고 무슨 큰 해악을 끼친다고 원천 봉쇄를 한단 말인가?

애완견이 함께할 수 있는 계곡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단풍과 돌단풍 애완견이 함께할 수 있는 계곡에서 가을 정취를 느끼도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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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린천 계곡에서 잠시 단풍감상을 했다.

내 입장만 고수할 생각은 없지만, 반려견 출입금지를 하는 법령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동물 차별에 해당하는 내용인 동시에 반려견과 함께사는 이들의 행복권을 침해하는 일이기에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식당 같은 경우에는 위생의 문제가 결부돼 있기에 반려견 출입금지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공원이나 산책길이나 이런 숲길 같은 곳까지 반려견 출입금지를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관리하시는 분들의 고충도 이해하겠고, 나에게는 반려견이지만, 혹자에게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동물도 아니고, 위해를 가하는 동물도 아닌, 우리 인간과 아주 오래 더불어 살아온 동물을 이렇게 취급하는 건 심한 것 아닐까.

반려견 출입금지 안내판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요식업체와 관련된 곳이 아닌 경우에는 대부분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려견의 자유통행권을 허하라!"는 시위가 있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씁쓸하다.

더군다나, 엄격하게 출입을 금하면서 안내하시는 분이 '법적인 근거'를 묻자 '위에서 시키는 대로...'라고 답할 때는 아직도 군대문화가 판치는 구시대를 보는 듯했다.



태그:#자작나무숲, #안내판, #애완견출입금지, #동물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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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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