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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 도시의 발견-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 정석 지음/메디치미디어·1만5000원
ⓒ 메디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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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신영복 교수는 진정한 독서란, 텍스트를 읽고 필자를 읽고 최종적으로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삼독(三讀)을 강조했다.

정석 교수를 처음 만난 건,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아래 <참한 도시>, 2013)라는 책을 읽으면서부터였다. 책에는 튀는 도시가 되려다 오히려 망가지고 있는 서울을 애틋하게 바라보는 도시공학자의 애정이 듬뿍 담겨 있다. 오랜 세월 도시를 연구한 결과, "튀는 디자인은 이제 그만! 제발 '참한 도시'가 돼 달라"던 그의 호소가 인상적이었다.

저자는 학부부터 석·박사과정까지 도시공학을 전공하고 13년간 서울시정개발연구원(현 서울연구원)에서 도시경관, 걷고 싶은 도시, 마을만들기 등 여러 도시설계 연구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특히 1990년대부터 마을의 소중함을 깨닫고 연구하고 있으니 일종의 '마을주의자'인 셈이다.

최근 출간된 저자의 신간 <도시의 발견>은 <참한 도시>를 흥미있게 읽은 독자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간 페이스북에 올렸던 글과 칼럼들을 재료로 삼고 얼마 전 마무리된 시민 대중을 위한 무료 공개강의 자료가 뼈대라고 했다.

이번 <도시의 발견>도 <참한 도시>처럼 도시공부를 어렵게 여기는 대중을 위해 쉽게 풀어쓴 도시학개론의 성격이 짙다. 무엇보다 <도시의 발견>은 그가 깨달은 '도시'에 대한 결론이 담겨 있는 책이다.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 인문학'이라는 부제처럼, 이 마을주의자는 도시에 사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팔기 좋은 도시, 살기 좋은 도시

책은 총 5장으로 나누어 '살기 좋은 도시'를 다양하게 설명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시민이 해야 할 일을 주문한다.

저자는 제1장에서 '도시는 나에게 무엇인가?' 묻는다. 그는 산업혁명과 시민혁명 이후 등장한 모더니즘이 도시를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제인 제이콥스의 사상과 함께 소개하며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왜 여전히 모더니즘 도시계획에 머물러 있느냐고 일갈한다.

저자에게 크게 영향을 끼친 제인 제이콥스(1916~2006)는 모더니즘 도시계획이 간과하고 있는 사항들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지적하고 대안적인 도시계획 방법을 제안한 저명한 도시학자요 도시사상가다.

책에는 도시 혁신의 일환인 '행정혁신'과 '시민혁신'의 사례들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도시전문가로서 그의 식견 뿐만 아니라 작가로서의 능력과 소양(素養)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사례마다 재치있는 비유와 쉽고 간결한 설명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구미호가 꼬리를 감추고 둔갑 하는 것처럼 재개발도 둔갑을 한다고 일갈한 저자의 표현은 <참한 도시>에도 소개되었지만 여전히 해학적이다. 깊이가 있으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 그의 설명방식은 '작가'로서의 소질일까, 아니면 '도시와 사람'에 대한 애정 때문일까.

그럼 여기서 묻자. 우리에게 도시는 어떤 의미인가? 끈끈한 촌락공동체를 벗어나 도시에서 느끼는 익명성의 자유는 무척 달콤하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같은 마을에 살면서도 서로 모른 채 살아가는 지금이 만족스러운가?

저자는 익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마을'은 매우 중요한 의제라고 강조한다. 마을이 나에게 무엇인지, 마을공동체가 과거의 추억에 지나지 않은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볼 것을 주문한다.

도시의 미래, 그대에게 달렸다

저자는 도시를 결국 정치요, 경제라고 말한다. 도시를 움직이는 힘은 정치권력과 자본력이라는 것. 따라서 권력과 자본이 도시를 좌우하는 만큼 우리는 자본과 권력이 어떻게 도시를 움직이고 있는지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에게 '도시의 발견'이 필요한 이유이다.

예를 들어, 도시 곳곳에서 재건축 사례는 많은 반면 리모델링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재건축은 나무 한 그루 남기지 않고 완전히 다 철거하는 방식인 반면에 리모델링은 오래된 아파트 단지를 수직·수평으로 증축하거나, 지하주차장 같은 부족한 편의시설을 새로 보완하면서 단지의 생태 환경을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다.

그런데도 리모델링이 선택되지 않는 이유는 현재의 법과 제도나 정부의 지원이 여전히 재건축에 유리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분석이다. 서울의 지하철 노선이 구불구불한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팔기 좋은 도시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날 것인가. 당신의 도시에 대한 지향점은 무엇인가. 마지막 책장을 넘길 즈음, 저자의 질문들은 어느덧 간곡한 당부로 변해 있었다.

"청계천 복원의 스펙터클에서 보듯 도시는 결국 정치다. 좋은 도시를 원한다면 그만큼 시민도 정치적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판단하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정치가 도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데, 그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이 정치 밖에 머물러 있으면 도시는 결코 바뀌지 않는다. 시민이 정치를 움직여야 우리가 사는 도시도 시민의 뜻에 맞게 변화할 수 있다."


도시의 발견 - 행복한 삶을 위한 도시인문학

정석 지음, 메디치미디어(2016)


태그:#도시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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