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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기침하고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도중 기침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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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 등을 죽이고 수양대군을 왕(세조)으로 만든 인물이 우리 역사에 있다. 바로 한명회다. 그는 권모술수의 달인으로 세조, 예종, 성종 3명의 왕을 거치면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수백년이 지나 이땅에 그의 환생과도 같은 이가 또 나온다. 바로 왕실장 김기춘이다. 그는 기춘대원군이라 불리며 40년 권력을 누려왔다.

세종과 문종의 찬란한 조선의 문화융성시대를 거스른 계유정난. 수양대군은 왕이 되고자 하는 욕심 하나로 계유정난을 일으켜 자신의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용상에 앉는다. 그리고 단종을 노산군으로 강등시켜 영월로 유배를 보낸다.

금성대군과 성삼문 등 사육신의 단종복위 시도는 신숙주 등이 세조편에 서고 김질 등의 밀고로 좌절되고 만다. 한명회 등은 영월의 노산군이 살아 있는 한 이러한 복위운동이 다시 일어날 것이라며 단종의 목숨을 거두라고 세조에게 압박을 가한다. 결국 단종에게는 사약이 내려지고 그렇게 아직 어리기만 했던 단종은 억울한 죽음을 당하고 만다.

계유정난을 일으키며 세조를 옹립했던 한명회. 권모술수의 대가로 자신의 권력욕 이외에는 어떤  관심도 두지 않는다.
 계유정난을 일으키며 세조를 옹립했던 한명회. 권모술수의 대가로 자신의 권력욕 이외에는 어떤 관심도 두지 않는다.
ⓒ 위키백과(퍼블릭 도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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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임제한을 없애고, 대통령 직선제를 체육관 대통령이라 불리는 간선제로 하는 유신헌법의 초안을 만들어 박정희의 영구집권 음모를 현실화시킨 김기춘. 김기춘은 유신헌법의 거의 대부분을 입안해 사실상 유신의 토대를 만들었다.

민주주의의 기본인 국민의 참정권이 유린되고, 국민의 기본권마저 대통령의 명령으로 제한되는, 시대를 완전히 역행하게 만든 유신이었다. 이렇게 한명회와 김기춘은 우리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욕을 만들었다.

김기춘의 살생부, 김영한 비망록 

계유정난 당시 한명회는 살생부를 만들어 황보인 등을 무참히 살해한다. 그 뒤 한명회 등은 앞서 기술했던 것 같이 단종복위 운동을 계획했던 성삼문 등을 죽인다. 이렇게 반대 세력은 철저히 탄압하며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했던 한명회였다.

김영한 비망록 속 김기춘의 지시도 이와 비슷하다. 권은희, 박지원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을 보수단체를 이용해 검찰에 고발하게 만든다. 심지어 예술계 인사인 홍성담 화백이 박 대통령을 풍자한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우병우 팀과 보수단체를 출동시켜 홍 화백에게 압박을 가하고 고발하게 한다.

정권의 치부를 밝히려는 언론도 사장을 교체하게 만들고, 중재위 제소와 손배소로 재갈을 물린다. 국민이 주인이어야할 공영방송 KBS, MBC는 철저히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시킨다. 심지어 통합진보당의 해산마저도 김기춘이 헌재에 지시한 것이란 의혹마저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한명회와 김기춘의 살생부에 이름이 오르면 그 시대를 제대로 살 수 없게 되어 버리는 것이다.

한명회, 김기춘 자신의 권력과 영달만 추구

한명회는 자신의 권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자신의 두딸을 예종과 성종의 왕비로 만든다. 거기에 사실상 왕을 조종하는 원상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신의 영달과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쓴다.

김기춘도 이에 못지 않다. 유신헌법을 입안하여 유신시대를 열더니, 각종 공안조작사건으로 국민을 철저히 탄압한다. 거기에는 정권(박정희)에게 잘 보여 좀 더 높은 자리로 영전하고 싶은 김기춘의 욕심이 한 몫 했을 것이다. 이로 인해 수많은 죄없은 국민의 인권은 처절할 정도로 짓밟혔다.

김기춘의 권력욕은 시간이 지나도 줄어들지 않는다. 92년 대선당시, 당시 법무장관이었던 김기춘은 김영삼 민자당 후보를 위해 공직자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만들어 선거전략을 세운다. 그 선거 전략이라는 것이 정말 치졸한 것이었다. 바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것.

이때를 회자하는 말이 그 유명한 "우리가 남이가"다. 초원복집에서 있던 이러한 음모의 모임에서 김기춘은 "민간에 지역감정을 불러 일으켜야 된다"며 지역감정을 자극할 것을 대놓고 지시한다. 또한 "부산이 망하는데 신문인들 온전하겠냐?"라며 광고주들을 모아 신문사 간부들 밥을 사면서 은근히 해보라는 주문까지 한다. 정권을 재창출해 거기서도 자신의 권력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도가 보였던 것이다.

92년 '초원복집사건'에서 김기춘은 정부기관장들을 부산의 초원복국 음식점으로 불러모아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을 주문한다. 이 사건으로 기소되자 김기춘은 법조기자들에게 거액을 선물을 돌려 말썽을 일으킨다.
 92년 '초원복집사건'에서 김기춘은 정부기관장들을 부산의 초원복국 음식점으로 불러모아 지역감정을 불러일으킬 것을 주문한다. 이 사건으로 기소되자 김기춘은 법조기자들에게 거액을 선물을 돌려 말썽을 일으킨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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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은 초원복집 사건으로 기소되어 재판 앞둔 상황에서 법조기자들에게 로얄살루트 등 고급선물을 돌려 물의까지 일으킨다. 당시 선거법 위반으로 불구속기소된 김기춘은 이후 헌재가 대통령 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면서 공소가 취소되고, 법적 처벌을 면한다. '법 미꾸라지'의 모습을 이때 이미 확실하게 보여줬던 셈이다.

계유정난 한명회 부관참시...유신 김기춘은?

자신의 권력 유지와 영달만 추구한 한명회는 성종이 윤씨 왕비(연산군의 어머니)를 폐할 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 자신의 권력에만 골몰하며 그 이외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다. 그 결과 연산군이 왕에 오르자 폐비윤씨 사건이 다시 불거지고, 연루된 당시 대신들을 대숙청하는 갑자사화가 일어난다. 이때 한명회의 시체는 무덤에서 파헤쳐져 부관참시 당하게 된다.

한명회가 세조, 예종, 성종 세임금의 시대에 권력을 휘둘렀던 것처럼, 김기춘도 박정희,김영삼,박근혜 정부에서 두루 요직을 거치며 전횡했다. 한명회가 자신의 권력에만 골몰하고 왕의 주변일에 대해서는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것처럼, 김기춘도 박 대통령을 위시해 자신의 권력유지만 몰두한 나머지, 박 대통령 주위 최순실 일당의 비선세력을 견제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오는 정황으로는 이들과 결탁하여 권력을 향유한 것으로 보인다.

김기춘은 한명회와 비슷한 길을 걷고 있지만, 상황이 다른 것이 있다. 바로 조선은 왕정이었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인 것이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다. 수백만 국민촛불의 성난 민심과 언론의 활약으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전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 부역하며 자신의 권력욕만 채운 김기춘, 그는 직권남용의 혐의로 피의자 신세가 되었다. 7일 있었던 2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기춘. 시종 여유 있던 그도 시민들의 제보로 거짓말이 들통나고 만다.

한명회는 권력을 탐하고 백성을 돌보지 않은 인과응보로 부관참시 당했다. 유신의 김기춘은 어떨까? 수십년간 김기춘도 자신의 영욕만 추구하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탄압했다. 9일 국민의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에서 박 대통령의 탄핵안이 투표에 부쳐진다. 반드시 탄핵안이 가결되어 박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되어야 할 것이고, 검찰 등 사법기관과 정부에 막대한 영향력과 피해를 끼치고 있는 김기춘에 대한 심판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최주호 시민기자의 오마이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태그:#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김기춘 한명회, #박근혜 탄핵, #최순실 청문회 , #피의자 김기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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