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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살아야 하나, 무엇을 해야 재미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쓸데없이 진지하다는 뜻의 '진지충'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돌아왔어요. 답답했지만 마땅히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없고요. 책을 읽으며 삶은 한 번뿐이고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어요. 그때 오디세이 학교를 알게 됐어요."

송명준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은 다양한 경험과 시도를 꿈꿨다. 그가 지난해 오디세이 학교에 입학한 이유다.

 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고교 자유학년제 심포지엄 '행복하게 배운다, 오디세이 학교'에서 2기 수료를 앞둔 송명준 학생이 오디세이에서의1년을 돌아보고 있다.
▲ 송명준 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고교 자유학년제 심포지엄 '행복하게 배운다, 오디세이 학교'에서 2기 수료를 앞둔 송명준 학생이 오디세이에서의1년을 돌아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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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고교 자유 학년제 심포지엄 – 행복하게 배운다, 오디세이학교'가 열렸다. 지난 2년 동안 오디세이 학교에서 일어난 배움과 성장의 의미를 돌아보고 공유하는 자리다. 3기 예비 입학생을 비롯해 학부모, 인근 학교의 교사 70여 명이 오디세이 학교의 수료생과 교사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옆자리의 학생이 공책을 펴고 꼼꼼히 필기했다. 다음 달, 오디세이 학교 3기 입학을 앞둔 정민찬 학생이다. 그는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걸 찾는 시간을 갖고 싶어요. 자유롭게 탐구하고 고민하면 찾을 수 있겠죠"라고 입학 이유를 설명했다.

오디세이 학교는 글쓰기와 인문학, 여행, 기획활동 모두가 정규 수업이다. 타악기를 연주하거나 연극을 하고 사물놀이를 하며 목공기술을 배우는 것 역시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이곳은 고등학교 1학년 학생에게 1년간 자신의 인생 진로를 자유롭게 탐색하며 삶의 의미와 방향을 찾을 수 있도록 세워졌다. 이때 1년의 시간은 일반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닌 것으로 학력이 인정된다. 오디세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과 대안 교육기관이 참여하는 이른바 '자유 학년제' 시범 사업으로 지난 2015년 문을 열어 지난해 1기 34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2기 82명은 오는 10일 수료를 앞두고 있다.

비교 없이, 경쟁 없이 나를 찾아가는 과정

오디세이 학교와 일반 고등학교와의 공통점은 '영어, 수학, 한국사'를 배우는 것 정도다. 이마저도 일주일에 한 번, 두 시간 수업이다. 나머지는 사람을 통한 진로교육을 하거나 자신을 드러내고 '나'를 성립해 과는 과정을 배운다. 등수로 성적을 매기거나 경쟁을 통해 남보다 잘하는 것에는 도통 관심이 없다.

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고교 자유학년제 심포지엄 '행복하게 배운다, 오디세이 학교'에서 김경옥 공간민들레 대표, 노주희 같이교육연구소 소장, 송명준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박진슬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천민정 오디세이학교 길벗 교사, 김수빈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 박진슬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임유원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왼쪽부터)이 '오디세이 학교'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디세이 1일 서울 영등포 하자센터에서 열린‘고교 자유학년제 심포지엄 '행복하게 배운다, 오디세이 학교'에서 김경옥 공간민들레 대표, 노주희 같이교육연구소 소장, 송명준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 박진슬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천민정 오디세이학교 길벗 교사, 김수빈 오디세이학교 1기 학생, 박진슬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임유원 서울시교육청 장학관(왼쪽부터)이 '오디세이 학교'의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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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민정 오디세이 학교 길잡이 교사는 "오디세이 학교에는 경쟁이 없다. 누구를 누르고 내가 위로 올라가는 것은 가르치지도 배우지도 않는다. 학생들은 나 자신의 모습에 대해 근본적으로 질문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힘이 들지만 생각해보는 과정, 어렵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한다.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스스로 질문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라며 "나 자신을 돌아보고 무엇보다 중요한 게 나라는 걸 알기 위한 교육"이라고 덧붙였다.

지시하는 선생님, 따르는 학생의 공식도 무너졌다. 오디세이 학교의 선생님들을 '길잡이 교사'로 부르는 이유다. 이들은 아이들의 길을 인도하고 안내할 뿐, 강요하지 않는다. 김찬호 성공회대 교수는 "오디세이 학교에서는 지식을 전달하는 수업을 대폭 줄이고 몸으로 함께 하는 생활 공동체를 꾸려나간다. 교사가 위에서 내려다보며 통제하고 평가하는 대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체험활동과 인턴십 등 대안 교과로 구성된 1년은 학생들의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예전에는 한 문제씩 틀릴 때마다 내가 쓰레기가 된 것 같았어요. 문제 하나하나가 곧 나인 것처럼 여겨졌거든요. 시험지와 성적이 나를 평가하는 지표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에요. 점수는 내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점수는 공부한 것 중 얼마나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것뿐이잖아요. 노력하면 언제든 바뀔 수도 있고요. 많은 걸 시도하고 시도해서 고치고 완성해나가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는 걸 아니까 더 이상 겁먹지 않게 됐어요." (정서현 오디세이학교 2기 학생)

복교 그 이후…오디세이 학교 성과는 수치로 환원할 수 없어

오디세이 학교의 1년 과정을 거친 학생은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 고등학교 2학년으로 돌아가는 '복교'를 선택하기도 하고 자퇴를 하기도 한다. 복교는 선택이지만 복교 이후 교과과정에 대한 우려는 남는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오디세이 학교가 실험적이고 혁신 중의 혁신 교육임은 분명하다"라면서도 "이 과정을 수료한 학생들이 바로 고등학교 2학년에 진학할 때 우려되는 점도 있다"고 말했다. 일반 고등학교 1학년의 교과과정도 배움 그 자체로 중요한 부분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경쟁이나 암기, 성적 위주의 평가 시스템이 잘못된 것이지 교과과정 자체가 필요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다"라며 "학생들이 2학년으로 복교한 후 스스로 교과과정을 만회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이것 역시 개인 학생에게 맡겨 두는 것이 올바른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복교 혹은 자퇴하는 학생들의 수가 오디세이 학교의 성과를 대변할 수 없다는 설명도 있다. 정병오 오디세이 학교 운영지원센터 교사는 "오디세이 학교의 성과를 두고 양적인 성과나 평가를 하기는 어렵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 자신의 변화다. 개인적인 성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기쁘게 배우며 자신을 변화시키는 교육을 지향하는 오디세이 학교는 오는 10일까지 3기 신입생을 추가 모집한다.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은 서울시교육청 오디세이 학교 블로그(http://m.blog.naver.com/sen_odyssey/220874608246)에서 지원서를 받아 우편과 메일로 제출하면 된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자율교육학교가 오디세이 학교라면 민간에서 운영하는 인생 설계 학교도 있다. 인천시 강화군에 자리한 꿈틀리 인생학교(http://ggumtlefterskole.blog.me/220531917293)는 중3 졸업생 또래의 청소년에게 '옆을 볼 자유'를 가지게 한다. 이들은 1년간 기숙생활을 통해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인생을 설계하는 기간을 가질 수 있다.


태그:#오디세이, #꿈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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