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뒤 북한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동점골을 넣은 장슬기(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지소연과 포옹을 하고 있다.

여자축구 대표팀 선수들이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에서 1-1 무승부를 거둔뒤 북한 선수들과 악수하고 있다. 동점골을 넣은 장슬기(오른쪽에서 네번째)가 지소연과 포옹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7일 오후 3시 30분. 4만2천5백명의 북한 축구팬들이 평양 김일성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여자 아시안컵 본선 티켓을 놓고 남과 북이 역사적인 승부를 펼쳤다. 남자축구가 지난 1990년 10월 11일 평양 능라도 5.1경기장에서 남북 통일축구 경기를 가진 것과는 달리 여자축구가 북한과 평양에서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비장했다. 아니 비장할 수 밖에 없었다. 지소연, 김정미, 조소현 등 2015 캐나다 월드컵에 나선 선수들이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지만 아마 월드컵 때보다 평양에서 열린 북한 전이 그녀들에게 더욱 특별하지 않았을까 한다.   

북한의 공세, '베테랑' 김정미가 있었다

여자축구 아시안컵은 남자대회와는 달리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달려있다.

FIFA(국제축구연맹)가 아시안컵과 월드컵 예선을 겸하고 있으므로 아시안컵 본선에서 5위 안에 들어야 2019 프랑스 여자 월드컵 본선 티켓을 확보할 수 있다.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 여자축구 대표팀은 장슬기의 동점골에 힘입어 값진 무승부를 수확했다.

7일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남북한 여자축구 아시안컵 예선전. 여자축구 대표팀은 장슬기의 동점골에 힘입어 값진 무승부를 수확했다. ⓒ 연합뉴스


물론 월드컵 본선 진출권이 달린 2018 아시안컵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우선 북한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안컵 최종예선 B조 조별리그(북한, 홍콩, 우즈벡, 인도)에서 1위를 차지해야 한다.

B조 참가팀 중 홍콩, 우즈벡, 인도는 객관적인 전력이 떨어진다. 사실상 1위 싸움은 한국과 북한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그랬기에 경기는 더욱 뜨거웠다.

이 날 북한은 4만여 팬들의 압도적인 응원에 힘입어 전반 초반부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사실 객관적인 전력은 물론 북한과의 역대 전적에서 1승 2무 14패로 한국이 절대적인 열세에 놓여 있었기에 우리로서는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은 전반 5분만에 페널티킥 찬스를 잡았다. 코너킥 과정에서 몸싸움을 펼친 것을 놓고 심판이 한국 수비의 반칙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이른 시간에 실점 위기에 놓인 한국. 하지만 우리에겐 33세 노장 골키퍼 김정미가 있었다. 국가대표 경력만 14년차, A매치 107경기 출전 그리고 월드컵 등 수 많은 대회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정미가 페널티킥 키커로 나선 위정심의 볼을 선방한 것이다. 

남과 북 '사이좋게 무승부'

한국은 경기 초반 실점 위기에 벗어났지만 전반 종료 직전 북한 승향심에게 아쉽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중원에서 동료의 침투패스를 이어받은 성향심이 빠른 스피드와 발재간을 이용해 김정미 골키퍼를 제치고 오른발로 골망을 흔든 것. 지난해 17세, 20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북한의 우승을 이끌었던 성향심의 재능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한국 여자축구가 아니었다. 무엇보다도 북한 전을 위해 적지 않은 땀을 흘려왔을 대표팀 선수들인 터라 이대로 물러나긴엔 너무나도 아쉬웠다.

우리 대표팀은 지난 달부터 북한 홈 관중의 단체응원을 이겨내기 위해 대형 스피커 6개를 이용하여 소음 환경이 조성된 목포 축구센터에서 전지훈련을 해왔다. 또 북한 여자선수 특유의 강한 체력과 '악바리'를 이겨내기 위해 남자 고등학교 팀들과 연습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결국 노력은 태극낭자를 배반하지 않았다. 한국은 후반 30분 북한 페널티 박스 지역 우측을 파고들던 장슬기가 오른발로 때린 슈팅이 북한 수비수의 몸을 맡고 그대로 북한의 골망을 흔들었다.

측면 공격수의 장슬기의 동점골이 터지자 우리 선수들 모두 서로 얼싸안으며 기쁨을 표현했고, 손에 땀을 쥔 채 경기를 지켜보던 윤덕여 감독도 미소를 지으며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동점골을 허용한 북한은 이후 몇 차례 공격시도를 펼쳤으나 한국의 벌떼 수비에 가로 막히며 득점을 올리는데 실패했다. 이 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였던 북한과의 평양 원정 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윤덕여호는 승점 4, 골득실차 +10을 기록하며 1경기를 더 치른 북한(2승 1무)에 이어 조 2위를 달렸다.

이제 윤덕여호는 홍콩전(9일)과 우즈베키스탄전(11일)에서 다득점 승리를 노린다. 북한과 3승1무로 동률을 이룰 경우 골득실 내지 다득점으로 조 1위를 가리기 때문이다. 2019 월드컵 진출을 노리는 윤덕여호가 순항의 길을 이어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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