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경기도청 선수단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설예은·김민지 선수, 신동호 코치, 김수지·설예지·김은지 선수.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여자 일반부 우승을 차지한 경기도청 선수단이 메달을 들고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설예은·김민지 선수, 신동호 코치, 김수지·설예지·김은지 선수. ⓒ 박장식

   
이번 시즌 해외 투어에서 좋은 성적을 기록했던 여자 컬링 경기도청 '팀 은지'가 전국동계체육대회 무대를 4년 만에 재패했다. '막내' 김민지 선수의 영입 이후 그랜드슬램·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던 경기도청은 팀 개편 이후 첫 국내대회 우승을 함께 기록했다.

모든 컬링 팀이 한 해의 첫 목표로 삼는 대회다웠다. 특히 여자부에서는 지난해 창단한 서울시청, 3월 정식 창단을 앞둔 의성군청 선수들이 동계체전 무대에서 데뷔전을 가졌다. 한국 컬링이 드디어 프로종목 못잖은 '6구단 체제'가 시작되었음을 알린 대회인 셈이다.

하지만 경험과 실력, 그리고 경기는 물론 일상에서도 '긍정 에너지'가 넘치는 경기도청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베테랑 스킵 김은지를 필두로 '막내 서드' 김민지가 팀의 중심을 잡았고, 세컨드에서 활약한 김수지, '설자매' 설예은·설예지까지 다섯 선수들이 합심해 금메달을 이뤘다. 

'팀 킴'과 명승부, '신생팀'과 벼랑 끝 대결... 명승부 끝 우승

10일 오전부터 의정부컬링경기장에서 펼쳐진 예선에서 인천컬링연맹을 만난 경기도청은 13-3으로 인천연맹을 가볍게 꺾고 8강에 올랐다. 같은 날 오후 펼쳐진 8강전 상대는 강릉시청 '팀 킴'(스킵 김은정). '팀 킴' 선수들 역시 2017년 우승 이후 6년 가까이 동계체전 우승 기록이 없었기에, 누구보다도 다음 라운드 진출이 절실했다.

하지만 경기는 경기도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첫 엔드부터 두 점을 따낸 경기도청은 2엔드에서도 두 점을 스틸했다. 강릉시청의 공세에 맞서 오히려 전반에만 두 번의 스틸을 따낸 경기도청은 10-4, 완승으로 강릉시청을 누르고 메달을 확보했다.
 
 12일 의정부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컬링 결승전에서 경기도청 김은지 선수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12일 의정부에서 열린 전국동계체육대회 여자 일반부 컬링 결승전에서 경기도청 김은지 선수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 박장식

 
메달 확보에 그칠 경기도청이 아니었다. 경기도청은 준결승에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합을 맞춘 서울시청(스킵 박유빈) 선수들을 만났다. 산전수전을 모두 겪은 팀과 신생팀의 맞대결이기에 원사이드 게임으로 경기가 흘러갈 수 있을 것 같다는 현장의 반응도 나왔지만, 서로가 서로와 맞물리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첫 엔드부터 네 번째 엔드까지 치열한 싸움이 펼쳐졌다. 각 엔드 서로 한 점씩을 주고받은 끝에 5엔드 경기도청이 두 점을 한 엔드에 가져가며 전반 막판에 팽팽한 균형이 깨졌다. 서울시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6엔드 석 점의 빅 엔드를 터뜨리며 역전, 무게추를 자신에게 가까이하려 했다.

하지만 경기도청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경기도청은 7엔드 득점을 올린 데 이어, 8엔드에는 스틸을 뺏어 연속 득점하는 등 명승부를 연출한 끝에 7-6으로 서울시청을 간발 차로 꺾고 결승에 올랐다.

12일 늦은 밤 열린 결승 상대는 준결승에서 실업 구단인 전북도청을 꺾고 올라온 경북컬링협회(스킵 김수현). 경북협회 선수들은 이번 대회 이후인 오는 3월 의성군청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창단할 예정이기에 더욱 동계체전에 동기부여가 컸다.

"그랜드슬램 첫 우승, 4월에 해내야죠"
 
하지만 경기도청의 '관록'이 빛났다. 첫 엔드 경북에 한 점을 내준 경기도청은 다음 엔드부터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전반전을 4대 3으로 마친 경기도청은 6·7·8엔드에 연속으로 스틸을 따내며 도합 여섯 점을 올리는 등 선전했다.

결국 경북컬링협회 선수들이 경기도청 선수들에게 9엔드 시작 전 악수를 청하며 경기도청이 4년 만의 우승을 확정지었다. 악수를 나눈 경기도청 선수들은 서로를 얼싸안으며 오래간만의 동계체전 우승을 기록한 서로에게 축하를 건넸다. 
 
 4년 만의 동계체전 우승이 확정된 직후 서로 얼싸안은 경기도청 선수들.

4년 만의 동계체전 우승이 확정된 직후 서로 얼싸안은 경기도청 선수들. ⓒ 박장식

 
김은지 선수는 팀 재편 이후 첫 국내대회 우승이라는 축하에 "국내대회가 세 개밖에 없는데..."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면서도, "우리끼리 우승해서 신나는 마음에 너무 소리를 지르다가 옆 시트에서도 결승전을 진행하고 있어서 선수들을 말렸다"며 우승 당시 신났던 마음을 드러냈다.

특히 "동계체전을 우승한 지 얼마 안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4년 동안 못했더라.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아울러 김은지 선수는 "우리는 국내대회도 좋지만, 올림픽을 나가기 위해서 단계를 밟고 있는 팀"이라며, "물론 조금씩 한 단계식 더 성장하고 있지만, 더 열심히 해서 더욱 단단해져야겠다"는 각오도 드러냈다.

팀 합류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지만, 김민지 선수 역시 새로운 팀에 완벽히 적응한 모습이었다. 김민지 선수는 "팀을 옮기고 나서 초반보다 지금이 훨씬 안정된 느낌"이라며, "1년 동안 바쁘게 투어 다니고 하면서 빨리 적응한 것 같다. 언니들이랑 같이 지내다보니까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지고 밝아진 것 같다"고 웃었다.

특히 김민지 선수는 동계체전을 넘어 국가대표 탈환을 꿈꾼다. 경기도청은 2019-2020 시즌 국가대표를 했지만, 김민지 선수의 국가대표 경험은 2018-2019 시즌이 마지막이었다. 김민지 선수는 "한국선수권에서 우승해 국가대표 꼭 차지하고 싶다"며, "이번에는 놓칠 수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싶다"고 열정을 불태웠다.

김은지 선수는 그랜드슬램 대회를 조준한다. 김은지 선수는 "우승이 목표"라며, "지금까지 그랜드슬램에서 늘 좋은 성적을 냈는데 우승만 못했다. 이번에 우승하면 그랜드슬램 랭킹 1위가 될 수 있더라. 그래서 이번 대회에는 첫 우승을 차지해서 그랜드슬램 랭킹도, 투어 랭킹도 다 1등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동계체전에서 우승한 경기도청 선수들은 4월 토론토에서 열리는 그랜드슬램 대회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 나선다. 이어 6월에는 국가대표 선수들을 뽑는 한국선수권대회에 나서 3년 만의 국가대표 탈환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누구보다도 긍정적인 '팀 케미'로 나서는 '팀 은지'가 시즌 말미 어떤 돌풍을 일으킬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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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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