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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처제의 남자친구가 키우던 슈나우저가 우리 집으로 입양돼 왔다. 사랑 받고 자란 아이라서 남의 집으로 보내기 어려워했다. 처제도 두 마리의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세 마리를 키우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다. 처제가 어렵게 우리 집으로 입양 보낼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 집에도 귀여운 입양 강아지 '깐지'가 있고, 두 마리를 키우는 것이 쉽지 않더라도 사랑을 쏟아 부어 키운 강아지를 다른 집으로 보내는 것도 만만치 않기에 그렇게 결정했다.

대박이와 기념촬영
 대박이와 기념촬영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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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된 슈나우저 '대박'이다. 만나보니 생각보다 덩치가 있다. 먹성도 최고다. 한주먹 먹이를 주면 3초면 먹는다. 대단한 아이다. 그런데 얼마나 순수한지 먹는 것만 밝히고 머리를 만지는 것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 집에 있는 '깐지'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다.

'깐지'는 사랑스러울 뿐만 아니라 사람처럼 애교 있고, 붙침성 있는 강아지라서 둘이 서로 잘 맞을지 걱정이 됐다. 집으로 '대박이'를 데려오면서 철로 만든 넓은 공간을 만들어 대박이를 두기로 했다. '깐지'와 '대박이'가 서로 냄새를 맡으며 친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대박이가 동생이니 순위를 결정해 먹이도 깐지를 먼저 주고, 먼저 안아줬다. 순위를 인위적으로 정해주었다. 순수한 대박이는 그저 바라만 본다. 철장을 사이로 냄새를 맡으며 서로를 알아가곤 했다. 짖지는 않았다.

깐지도 다른 강아지들과 같이 있어보지 않았다. 원집에서 깐지는 아이처럼 사랑스럽게 키워진 아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정말 꼬마 아이같이 행동한다. 소파에도 올라오고 침대 위에도 마음대로 올라와 지낸다. 내가 누우면 팔베개를 하자고 밀고 들어오고, 아침 시간에는 알람처럼 깨워준다. 집을 나가 때면 먼저 문 앞에서 호위해 주고, 퇴근 무렵이면 문 앞에 기다려 주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강아지다.

멋쟁이 대박이
 멋쟁이 대박이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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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후 대박이를 우리 밖으로 내어주었다. 그런데 간지와 대작이가 서로 짖지 않고, 냄새를 맡으며 경계만 했다. 며칠이 지나자 대박이가 간지를 좇아다니며 친근하게 굴었다. 오히려 깐지가 까칠하게 대했다. "내가 형아야" 그런 태도 같았다. 항상 깐지가 우선순위였다. 서열이 필요하니까. 형 대접을 해주었다. 먹이 줄때도 깐지가 먼저, 안아줄 때도 깐지가 먼저, 대화할 때도 깐지가 먼저였다. 서열은 정해졌다.

그런데 어느 날 부터는 대박이가 질투했다. '깐지야' 부르면 대박이가 짖으며 반응했다. 마치 "나도 불러줘요 아빠." 그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대박이 이름도 자주 불러준다. 그런데 소파에 깐지가 있으면 눈치를 보면서 소파에 올라오지 못한다. 아무리 올려놔도 스스로 내려간다. 깐지를 무척 의식한다.

쓰다듬어 주기를 좋아하는 대박이
 쓰다듬어 주기를 좋아하는 대박이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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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깐지가 대소변을 못가려 패트병으로 훈계해주었더니 대박이가 나에게 으르렁 거렸다. "형아에게 뭐라고 하지 마세요." 그러는 것 같았다. 대박이는 깐지의 호위무사 같다. 너무 웃었다. 의리있는 대박이다.

대박이가 이제는 먼저 스킨십을 원한다. 새벽에 침대 밖으로 내 손이 나와 있자 내 손을 핥으며 머리를 비벼대고 목을 만져 달라고 스킨십을 요구했다. 마음껏 만져주고 쓰다듬어 주었다. 대박이가 좋아한다.

깐지와 대박이 먹이주기
 깐지와 대박이 먹이주기
ⓒ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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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박이가 밖에 먼저 나가자고 짖고 깐지처럼 문 앞에 먼저 서있는다. 깐지와 잘 어울려 지낸다. 깐지도 형처럼 의젓하게 대박이를 대한다. 대박이에게 먼저 먹이를 주면 자기 밥그릇으로 달려가 기다려 준다. 자기 밥그릇 먹이를 대박이가 먹어도 뭐라 하지 않는다. 깐지도 대박이 밥그릇의 먹이와 물을 먹는다, 서로 친 형제가 됐다. 깐지와 대박이가 어울리는 것을 보면서 뭔가를 배운다.

"깐지야, 대박아! 같이 재미있게 살자. 서로 형제처럼 잘 지내는 모습이 아름답구나."

덧붙이는 글 | 나관호씨는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대표,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작가이며, 북컨설턴트로 서평을 쓰고 있다.



태그:#입양 강아지, #깐지와 대박이, #나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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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제이 발행인, 칼럼니스트다. 치매어머니 모신 경험으로 치매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크리스천커뮤니케이션연구소 소장이다. 기윤실 선정 '한국 200대 강사'로 '생각과 말의 힘'에 대해 가르치는 '자기계발 동기부여' 강사, 역사신학 및 대중문화 연구교수이며 심리치료 상담으로 사람들을 돕고 있는 교수목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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