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저스 코디 벨린저

다저스 코디 벨린저 ⓒ LA다저스


애리조나가 '서부 빅매치 1탄'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에서 콜로라도의 추격을 간신히 뿌리치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1위 다저스의 상대는 애리조나가 됐다. 비록 다저스에 가려져 있는 면이 있었지만, 애리조나의 올시즌 퍼포먼스는 충분히 눈부셨다. 올시즌 부임해 감독으로 첫 발을 내딛은 토리 로불로 감독은 팀을 잘 이끌었고, 작년 93패를 당하던 팀을 올해 그만큼 이기게 하며 애리조나 역대 감독 중 첫 해에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감독이 됐다. (애리조나 역대 단일시즌 최다승 감독은 벅 쇼월터 감독의 100승)

애리조나의 성적은 충분히 지구 1위도 노릴 수 있는 성적이었다. 올해 기준으로 봐도 전체 6개 지구 선두 중 AL 동부지구 선두 보스턴과는 동률이고, NL 중부지구 선두 컵스보다도 1승을 더 많이 했다. 애리조나의 지구우승은 더 무서웠던 LA다저스 때문에 무산됐다. 9월 초중순 추락으로 인해 메이저리그 기록 도전은 아쉽게 마무리했지만, LA로 이전한 이후로는 최다승이자 프랜차이즈 전체로도 단일 시즌 최다 승수 2위 기록인 104승을 거뒀다. 44년만에 100승을 달성한 다저스는, 올해를 월드시리즈 우승의 최적기로 보고 있다.

지구 라이벌이기도 한 양팀은 악연이 있다. 2013시즌 애리조나의 홈구장 체이스필드에서 펼쳐진 우승 세레모니가 그것이었다. 당시 애리조나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다저스 선수단이 멋대로 구장 내 수영장에 뛰어들었고, 커뮤니케이션 상의 문제가 있다곤 하나, 그것은 대단히 애리조나의 심기를 건드리게 했다. 해당 시즌 빈볼 시비도 크게 있었고 난투극까지 한 상황에 악연이 절정에 달했었는데, 애리조나는 그에 대한 복수 기회를 4년 만에 잡았다.

# 애리조나 vs LA다저스, 최강팀을 상대로 오히려 우위를 점했던 도전자

 양 팀의 주요 성적

양 팀의 주요 성적 ⓒ 정강민


사실 애리조나는 올해 7월까지 다저스를 상대한 10경기 성적이 4승 6패로 오히려 열세였다. 그러나 8월 이후 이 구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애리조나는 8월 이후 벌어졌던 다저스와의 3번의 시리즈 9경기에서 7승 2패로 다저스를 완전히 압살했다. 다저스 공포증을 완전히 지워낸 애리조나는 이번에야말로 복수를 벼르고 있다.

최강팀 다저스가 올시즌 상대전적에서 열세를 보였던 팀은 단 두 팀이다. 바로 와일드카드 무대에서 맞대결을 했던 두 주인공, 애리조나(8승 11패 열세)와 콜로라도(9승 10패 열세)였다. 특히 한창 기세가 다운됐을 때 거기에 가장 크게 공헌한 팀이 애리조나라는 점에서, 다저스는 그들이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다저스타디움에서 3경기가 펼쳐지는데 정규시즌 홈에서 애리조나에게 승률이 더 나았다는 건 그나마 위안요소다.

# 선발투수진 분석

 양 팀 선발진 주요 지표

양 팀 선발진 주요 지표 ⓒ 정강민


애리조나의 선발진에 좋은 자원들이 많이 합류하기도 했지만, 가장 고무적인 요인은 에이스 잭 그레인키의 부활이었을 것이다. 또 그레인키의 부활과 더불어 로비 레이까지 마침내 꽃을 피운 애리조나는 커트 실링-랜디 존슨 이래로 가장 확실한 좌우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됐다. 이에 더해 코빈의 부활과 고들리-워커의 합류로 선발진은 내실도 다졌다. 그러나 에이스 그레인키가 애리조나에서 포스트시즌 첫 등판을 망쳤고, 시리즈 첫 경기 등판할 투수가 그레인키도 레이도 아닌 포스트시즌에 처녀출전의 워커라는 점이 신경쓰인다.

 한때는 동료였던 둘이 이제 챔피언십시리즈를 두고 선발진 리더로 맞붙는다

한때는 동료였던 둘이 이제 챔피언십시리즈를 두고 선발진 리더로 맞붙는다 ⓒ MLB.com


다저스도 선발진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팀이다. 부상 이슈가 많긴 하지만 능력만큼은 인정받는 선발투수들을 다수 보유한 그들은 한때 우드, 류현진이나 마에다 등 선발요원들을 잠시 불펜으로 돌리기도 했다. 올해는 텍사스에서 다르빗슈까지 영입하며 작년 아쉬웠던 확실한 원투펀치를 구축해 월드시리즈 제패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좌완이 대다수인 다저스 선발진이 애리조나가 좌완 대처법을 얻음으로 인해 이전에 가졌던 우위를 잃었고, 갑작스럽게 불안해지고 무너지는 상황을 자주 노출하는 '가을 커쇼'에 대해 맘을 놓을 수 없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 불펜투수진 분석

 양팀 불펜진 주요 지표 비교

양팀 불펜진 주요 지표 비교 ⓒ 정강민


애리조나의 불펜진은 내셔널리그 전체 fWAR 4위지만, 믿을맨은 사실 편중되어있다. 마무리투수 페르난도 로드니도 믿음직한 마무리와는 거리가 먼 상황에서 믿을만한 불펜투수는 아치 브래들리와 앤드류 셰이핀 정도다. 오늘 투수 기용을 생각해보자. 그레인키 다음 셰이핀, 셰이핀에 이어 나온 투수는 시즌 내내 선발투수였던 로비 레이였다. 앞서 언급했던 두 명 이외에 오늘 등판했던 투수는 데 라 로사뿐이었다. 여기에 브래들리도 오늘 멀티이닝을 소화하다 피홈런을 허용했기에 무작정 그를 마운드에 오래 두긴 부담스럽다. 자신있게 믿고 맡길 투수가 없다는 점은 오늘처럼 선발 마운드가 붕괴될 경우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다저스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 켄리 잰슨을 필두로 강력한 불펜투수를 꾸려왔고, 실제로 8월까지 그 명성에 걸맞았다. 그러나 9월에는 불펜투수 팀 평균자책이 무려 5.30에 달한다. 잦은 투수교체와 더불어 불펜에 부담을 많이 주는 다저스의 로버츠 감독의 운용이 9월 페이스를 떨어트린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였다. 특히 8회 셋업맨을 기대했던 페드로 바에즈의 부진, 아빌란의 이탈로 좌완 불펜진의 무게감이 떨어진 것이 불안요소다. 마지막 18경기에서 회복세를 보일 때에도 불펜진은 좋았었을 때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 상황에 맥을 못추던 애리조나 타선을 상대해야 한다. 다저스 불펜진은 강력했던 8월 이전의 모습을 되찾아야만 월드시리즈 우승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타선 분석

 양팀 타선 주요 지표

양팀 타선 주요 지표 ⓒ 정강민


사실 애리조나는 원래 좌완을 상대로는 오그라들었던 팀이었다. 7월 말까지 좌완 상대 조정창조득점력(wRC+) 스탯에서 메이저리그 최하위권(7월 24일 기준 좌완상대 wRC+ 68로 최하위)을 전전하던 애리조나는, 7월 24일 이후부터 이 약점을 말끔히 지웠다.

바로 J.D. 마르티네즈의 존재감 덕분이다. 좌투수 상대를 위해 7월에 애덤 로살레스와 마르티네즈를 데려온 애리조나는 다저스 전에서 영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4승 6패로 출발한 다저스전 상대 성적은 두 선수의 합류 이후 7승 2패를 통해 11승 8패가 됐다. 디비전시리즈에서도 둘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저스에 있어 그래도 다행인 건 마지막 18경기 구간에서 타선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9월 이후 wRC+는 88로 20위였지만, 마지막 18경기만 집계하면 wRC+는 105로(ML 7위) 껑충 뛰어오른다. 시거가 살아났고, 그간 부진했던 그랜더슨이나 그랜달도 마지막 18경기는 0.8을 상회하는 OPS로 마무리하며 그간의 부진을 만회하는 등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그렇지만 다저스 타선의 열쇠는 저들이 아닌 다른 선수가 쥐고 있다. 새로 타선의 중심으로 자리잡은 코디 벨린저와 크리스 테일러가 양키스의 저지처럼 첫 가을야구에 빠르게 적응해 기량을 펼칠 수 있느냐가 다저스의 파괴력을 가를 것이다. 각각 팀의 리드오프와 4번 타자, 파워와 기동력까지도 맡고 있는 두 선수이기에 타선의 열쇠는 그들이 쥐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승부 예상

애리조나는 다저스에게 있어서는 확실히 저승사자였다. 국내의 다저스 팬들도 많고 필자 또한 다저스의 팬이긴 하나, 애리조나와 다저스의 매치업에서 그들이 시즌 전체로 쌓아온 누적 데이터와 상대전적에서 나온 데이터들은 분명 차이가 있었다. 원래 강했던 부분도 강했지만 밀리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도 서로의 상대 전적에서만큼은 애리조나가 앞섰다.

다저스가 다른 팀에게 보여줬던 모습을 애리조나에게 보여준다면 다저스의 우위를 점쳤겠지만, 애리조나에게는 득실차도 크게 벌어졌고 상당히 고전을 이어왔다. 강했던 것보다는 약했던 것을 많이 노출한 다저스는 챔피언십시리즈나 월드시리즈에 간다고 해도 가장 어려운 시리즈는 이 시리즈라고 봐도 된다. 그만큼 상성이 나쁜 팀이다. 이번 시리즈에서 애리조나를 상대로도 평소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하는 한, 우위는 애리조나로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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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에서 일어난 팩트에 양념쳐서 가공하는 일반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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