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카리브 해에 위치한 트리니다드토바고는 지난 2005년 11월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꿈을 이뤄냈다.

전 세계 축구팬들은 인구 121만 명에 불과한 이 작은 섬나라의 독일 월드컵 행을 놓고 '기적(Miracle)'이라는 표현을 써가며 그들의 선전을 응원했다.

12년이 지난 현재, 이번엔 트리니다드 토바고보다도 훨씬 인구가 적은 아이슬란드가 세계축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서울의 한 지역구보다도 적은 인구인 33만 명의 '소국' 아이슬란드가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것.

아이슬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한국 시각)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최종예선 I조 10차전 홈경기에서 코소보를 2-0로 누르고 조 1위(7승 1무 2패)를 확정, 70년 만에 첫 월드컵 진출의 꿈을 이뤘다.

이 날 경기가 열린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경기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였다. 전반 40분 시구르드손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26분 구드문드손이 경기의 마침표를 찍는 쐐기골이 터지자 선수, 코칭스태프들은 물론이고,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도 서로 부둥켜안으며 뜨거운 함성을 발산했다.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경기 종료 후 경기장 근처와 시내 한 복판에서 밤새 국가와 응원가를 외치며 자국의 월드컵 본선 행을 자축했다.

외신들은 "33만 명에 불과한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가 인구 429만 명의 크로아티아와 인구 8084만 명의 터키를 제치고 월드컵에 진출했다"며 "아이슬란드의 모든 국민이 황홀함에 빠졌다(rapture in)"고 전했다.

'축구하기도 어려웠던' 아이슬란드

 아이슬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

아이슬란드 축구 국가대표팀의 모습 ⓒ 국제축구연맹 홈페이지


아이슬란드는 북극권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국토의 80%가 빙하와 호수로 덮여있다.

이러한 지질학적 특성 때문에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1년 중 절반이 넘는 기간(8~9개월)을 '추위와의 전쟁'과 싸워야 한다. 물론 거센 추위 탓에 공 하나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축구도 마음껏 할 수 없는 처지다.

아이슬란드 정부와 축구협회는 거센 추위에 맞설 축구 발전 방안을 모색했다. 그리고 고심 끝에 '실내 축구장 건립' 이라는 대책 방안을 마련했다. 실제 축구장 규격에 맞게 실내 축구장을 건립해 프로 선수는 물론이고 아마추어 선수와 국민들이 마음껏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 

2000년부터 시작된 이 정책은 지금의 아이슬란드 축구를 있게 만들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600억 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시구르드손(에버튼)과 군나르손(카디프시티) 그리고 핀보가손(아우크스부르크) 등 현재 아이슬란드 국가대표 선수들 모두 실내 축구의 혜택을 경험한 주인공들이다.

'원팀' 아이슬란드, 기적의 목적지는 러시아

아이슬란드 축구협회에 등록된 프로선수는 현재 120여 명에 불과하다. 아이슬란드 대표팀 선수들 모두 청소년 때부터 함께 발을 맞춰온 사이다. 물론 오랜 시간동안 호흡을 맞춰왔기에 그라운드에 서면 그들은 '일심동체'가 된다.

2000년대 중반까지 아이슬란드 국가대표로 활약했던 구드니 베르그손은 "지금 아이슬란드 대표팀 선수들은 오랜 시간동안 함께 발을 맞춰왔다"며 "서로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고, 쉽게 무너지지 않게 조직돼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들을 더욱 단단하게 뭉치게 하는 데에는 헤이마르 할그림손 아이슬란드 감독이 있다. 아마추어 축구선수로 뛰다가 지난 2013년 대표팀 감독직에 오른 그는 본업인 치과의사 생활을 뒤로 하고 축구에 대한 열정 하나로 아이슬란드 감독직을 수행하고 있다.

할그림손 감독은 라커룸에서나 벤치에서나 늘 파이팅 넘치는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낸다. 아이슬란드의 월드컵이 확정된 직후에도 그는 의미심장한 말로 선수들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성공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이란 최종 목적지를 향한 긴 여정이다."

2년 전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 '축구종가' 잉글랜드를 2-1로 꺾고 8강에 올랐던 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 이제 그들의 다음 목적지는 러시아다. 내년 여름 그들이 펼칠 유쾌한 도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아이슬란드 축구 월드컵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