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열림 2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후 상고 의사를 밝혔던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지난해 7월 열림 2심 판결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은 직후 상고 의사를 밝혔던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 성하훈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정치적 탄압을 법원은 끝내 인정하지 않았다. 부산영화제에 대한 정치적 압박 속에 업무상 횡령으로 기소돼 2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받았던 이용관 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에 대한 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24일 '원심과 제1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을 살펴보면, 공소사실이 유죄로 인정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이 전 위원장의 상고를 기각했다. 1심부터 정치적 압박이라는 부분을 인정하지 않았던 법원이 이를 그대로 결정한 것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갖고 있던 영화인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이빙벨> 제작 배급에 관계했던 한 영화인은 "영화인들이 법원 앞에 가서 단체 행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진상규명하는 운동이라도 해야 할 것 같다. 내가 더 억울하다"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탄압 과정에서 보이콧에 참여했던 한 여성감독 역시 "어떻게든 뭔가를 해야 한다"며 착잡한 심정을 감추지 않았고, 부산지역의 한 영화계 인사 역시 "판결이 실망스럽다. 박근혜와 서병수의 정치적 탄압에 손을 들어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칸에서 타계한 김지석 전 부집행위원장 역시 박근혜 탄핵 직후 "이제 이용관 집행위원장과 전양준 부집행위원장이 무죄선고만 받으면 내 한은 다 풀릴 것"이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었다.

최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아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를 통해 박근혜 정권 당시 <다이빙벨> 상영에 따른 부산영화제 및 독립예술영화관 압박과 서병수 시장의 협조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법원은 1심부터 줄곧 정치적 기소를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인정을 하지 않았다. 2심 판결이 나기 직전 관련된 법정 증언 등이 드러나기 시작했으나, 판결에 반영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비리가 없었음을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횡령에 초점을 맞춰 유죄를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2심에서 벌금 500만 원으로 낮아졌을 뿐이다.

'정치적 압박' 정황이 드러나는 중인데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11일 공개한 특검이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 주거지에서 압수한 문건.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 언급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으로 명시된 자료에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이동관'으로 오기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가 11일 공개한 특검이 김희범 전 문체부 차관 주거지에서 압수한 문건. '김영한 수석 비망록에 언급된 김기춘 비서실장의 문화예술 분야 개입 관련'으로 명시된 자료에는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이동관'으로 오기했다 ⓒ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영화계 인사들이 법원의 판결에 수긍하지 못하고 불만을 나타내는 가장 큰 이유도 누가 봐도 정치적인 탄압이 분명한 사안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인 비리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업무상 횡령이란 것도 법원 판결에 따르면 부산영화제와의 공동사업 과정에서 손해를 본 업체의 보전 요구를 들어줬기에 따른 것이지, 개인적인 유용이나 횡령이 나온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전 위원장은 재판과정에서 "사무국장에게 사후 보고를 받았을 뿐 직접 결재하지 않았고, 정기총회를 통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서 처리하려고 했으나 부산시의 고발 등 정치적 압박으로 마무리하지 못했다"고 말했지만, 재판부는 이 역시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에 대한 부산시의 고발은 당시 감사원의 특별감사를 통해 이뤄졌는데, 다른 기관의 수억대를 횡령한 사안에 대해서는 관련자 주의만을 요구한 감사원이 부산영화제는 적은 액수에도 고발을 요구해 표적 논란이 있었다. 이 전 위원장은 당시 자진사퇴를 하면 고발하지 않겠다는 서병수 시장의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인비리가 없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그는 재판과정에서 기소 내용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컴퓨터를 제대로 못 다루는 컴맹이라는 사실을 밝히며 직접 결재를 하지 않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언도 나왔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이메일도 누군가 출력을 해서 줘야 읽을 정도로 컴퓨터 사용과 운전을 못하는 전형적인 아날로그형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에서는 그 사실을 밝히는게 부끄러워 진술을 안했다가 재판과정에서 밝혔지만 인정되지 않은것이다.

1~2심 과정을 꾸준히 지켜본 한 영화인은 "일반적으로 재판은 법정에서 나온 진술과 증거를 중심으로 하는 공판중심주의로 가야 하는데, 2심까지의 재판은 그것과 거리가 멀게 검찰 조서만 인정할 뿐 재판과정에서 나온 증언들은 무시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원이 벌금형을 확정했지만 1월 31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선출되는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이 부산영화제 측의 설명이다. 이 전 위원장은 김의석 전 영진위원장과 함께 이사장 후보에 올라 있다. 김 전 위원장은 재임시절 독립영화 상영 제한 등으로 독립영화 진영과 마찰을 빚고 <다이빙벨>의 독립영화관 상영 제한을 따른 전력이 있어, 이 전 위원장이 유력한 분위기로 가고 있다.  

영화계 인사들도 정치적 탄압으로밖에 인정하지 않은 재판이었던 만큼 이 전 위원장이 제대로 복귀해 박근혜 정권과 서병수 시장에 의해 손상된 명예를 반드시 회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부산지역의 한 영화계 인사는 "부산영화제 탄압의 주범인 서병수 시장의 부산시 추천 이사들이 어떻게든 이 전 위원장 복귀를 방해하려는 심산이겠지만, 영화인들의 의지를 꺾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영화제 이용관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