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성 예능인 5명으로 결성된 그룹 셀럽파이브가 장안의 화제다. 셀럽파이브는 다방면으로 방송 활동을 펼치는 송은이, 김신영, 신봉선, 안영미, 김영희가 모여 만든 프로젝트 댄스팀(?)이다.

이미 잘 알려진 대로 우연찮은 기회에 일본 오사카부 토미오카 고교 TDC 댄스팀의 영상을 본 김신영이 아이디어를 내고 이걸 구체화한 것이 계기다. 이후 자칭 '바지 CEO' 송은이의 유튜브 채널 'VIVO TV'의 인터넷 예능 <판벌려>에서 방송되면서, 제목처럼 판이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 음악 방송 깜짝 등장, 아이돌 그룹 꿈의 무대인 MBC에브리원 <주간아이돌> 출연 확정 등 셀럽파이브는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었다.

달라진 방송 환경, 전문 예능인의 자리는 점차 축소

 신인 걸그룹(?) 셀럽파이브의 데뷔 싱글 <셀럽 NO.1> 앨범 재킷.

신인 걸그룹(?) 셀럽파이브의 데뷔 싱글 <셀럽 NO.1> 앨범 재킷. ⓒ 컨텐츠랩 비보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수십 명의 게스트가 동원되는, 이른바 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지상파 예능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송은이, 신봉선, 김신영 등은 각각 KBS 2TV <해피선데이-여걸식스> <해피투게더>, MBC <세바퀴>, MBC에브리원 <무한걸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다.

하지만 몇 해 전부터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이 퇴조하고 이른바 '관찰 예능'이 각광 받기 시작했다. 반대로 개그맨을 비롯한 전문 예능인들이 설 자리는 점차 위축됐다. 2년 전 MBC <무한도전> 예능 총회 당시 방송인 김구라는 나영석, 신원호 등 유명 PD들에게 "서운한 게 우리(예능인)랑 같이 고생했는데 우리에겐 눈길을 안 준다"고 불만 아닌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처럼 어느 순간 예능인의 자리는 스타의 자녀나 가족, 배우, 모델 등 비예능인이 하나둘씩 채워 나갔다.

실제로 한동안 각종 예능의 단골 손님이던 전문 예능인들은 일부 인원을 제외하곤 최근 부진을 면치 못한 게 사실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여성 예능인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가령 비개그맨 출신의 감초 예능인이었던 장영란, 김나영, 김새롬, 김정민 등은 각각 여러 사정으로 예전 같은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스스로 판을 벌인 예능인들

 자칭 '바지 CEO' 송은이가 웅연하는 컨텐츠랩 비보가 제작한 웹 예능 <판벌려>의 한 장면. 직접 일본까지 날아가서 토미오카 고교생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자칭 '바지 CEO' 송은이가 웅연하는 컨텐츠랩 비보가 제작한 웹 예능 <판벌려>의 한 장면. 직접 일본까지 날아가서 토미오카 고교생들과의 만남도 가졌다. ⓒ 컨텐츠랩 비보


30년 가까운 방송 경력을 지닌 송은이 역시 한동안 프로그램의 주역보단 게스트, 패널 등의 위치로 조금씩 밀려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김숙과 함께 시작한 각종 팟캐스트, 웹 예능으로 연예 활동의 전환점을 맞게 되리라곤 그녀 역시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공중파 및 케이블 방송의 시야에서 사라진 몇몇 연예인들이 인터넷 BJ로 생존 방식을 찾은 것과 달리, 송은이는 기존 방송의 틀을 그대로 가져온 포맷의 인터넷 방송으로 차별화를 뒀다. 사실 팟캐스트 <비밀보장>과 <영수증>은 넓은 의미에선 라디오 프로그램 속 청취자 사연 및 고민 상담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았다. 대신 기존 방송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다루지 못했던 내용을 소재로 적극 수용하면서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고 결국 기존 방송까지 진출하는 일종의 '역주행'을 이뤄냈다.

<판벌려>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한때 공황장애로 활동을 잠시 쉬기도 했던 개그우먼 김신영, '19금 개그'로 상한가를 쳤지만 어느 순간 방송에 자주 모습을 비치지 않았던 안영미, 방송 및 SNS 상의 경솔한 언행으로 누리꾼들의 비난을 받았던 김영희 등을 모아 하나의 팀을 만들었다. 이는 개그우먼 김숙이 참여했던 KBS 2TV <언니들의 슬램덩크> 속 걸그룹 '언니쓰'와 유사성을 갖는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방송국 주도로 틀을 짰던 언니쓰와 달리, 셀럽파이브는 본인들 스스로 멤버들을 규합하고 인터넷 공간을 대상으로 제약 없이 B급 정서 가득한 큰 웃음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독자성을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영상물을 만든다고 해도 방송 고정출연료만큼의 수입, 시청률은 보장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명 멤버들은 몸은 고달파도 하나의 팀이 돼 가는 모습을 만들며 결과적으로 인터넷 시청자들의 마음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음악적 완성도 부재 등 아쉬움도 있지만... 대중들에게 유쾌한 에너지 제공

 지난 1월 17일 MBC뮤직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 <쇼 챔피언>에 출연한 셀럽파이브. 이날 무대 영상은 1일 현재 네이버TV 기준 1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를 얻었다.

지난 1월 17일 MBC뮤직의 음악 순위 프로그램 <쇼 챔피언>에 출연한 셀럽파이브. 이날 무대 영상은 1일 현재 네이버TV 기준 16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인기를 얻었다. ⓒ MBC뮤직


<판벌려>와 셀럽파이브가 예상 이상의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한편으론 몇 가지 아쉬움도 남겼다. 1980년대 클럽 댄스곡 'Eat You Up'을 번안한 노래 '셀럽파이브(셀럽이 되고 싶어)'는 곡 자체만 놓고 본다면, 앞서 송은이-김숙이 만든 더블브이의 '3도'와 달리 상당히 많은 약점을 노출한다.

기존 개그맨들의 코믹송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곡 구성은 해당 프로젝트가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고 대중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한 목적이 제일 크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좋은 점수를 주기 어렵게 만든다. 방송 활동을 병행하는 유재환(건반)을 비롯해 국내 유명 세션 연주팀까지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저예산 제작 트로트에서 들을 법한 빈약한 사운드로 채운 부분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고민 없이 일본 대중문화를 따라했다'는 견해부터 '의상-안무 등에서 결코 독창성을 찾기 힘든 커버댄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화제몰이에는 결국 기존 미디어(김신영이 MC로 활약 중인 MBC뮤직 <쇼 챔피언> 출연)의 파워가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견해 등도 곱씹어볼 만하다.

이렇듯 몇 가지 약점, 부정적 의견도 존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벌려>와 셀럽파이브는 2018년 1월 대중들에게 유쾌한 에너지를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한동안 위축되고 침체기를 겪었던 5명의 여성 예능인들 역시 이러한 힘을 원동력 삼아 올 한해 많은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자주 선사해주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 기대해 본다.

PS. 셀럽파이브에 참여하지 않은 송은이의 동료 김숙은 얼마 전 본인이 진행하는 SBS 러브FM <송은이, 김숙의 언니네 리디오>를 통해 셀럽파이브의 대항마로 강유미-장도연-신보라 등 또 다른 개그우먼들을 규합해서 셀럽 식스, 셀럽 세븐을 결성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만하면 한 번 시도해볼 만한 재기발랄한 스핀오프 기획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셀럽파이브 송은이 김신영 판벌려 안영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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