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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문화 교류가 대북인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연구가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10년 가까이 암흑기에 있던 남북관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대학원대학교 SSK 남북한 마음통합 연구센터(센터장 이우영 교수)가 지난 19일 본교 대회의실에서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한 통합인식' 좌담회를 개최했다. 행사는 올림픽 이후 변화된 남북관계를 반영해 스포츠·문화 교류를 통한 국민들의 대북인식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평창동계올림픽이 남북한 마음통합에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북한 연구자를 비롯해 정부 부처 관계자, 시민단체 활동가 등 다양한 분야 인사들이 참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동입장과 단일팀 등 '우호적' 응답 높아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한 통합인식’ 좌담회가 지난 19일 북한대학원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한 통합인식’ 좌담회가 지난 19일 북한대학원대학교 대회의실에서 열리고 있다.
ⓒ 최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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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발제자로 나선 이하연 북한대원대학교 연구교수(심리학 박사)는 '남북한 스포츠·문화 교류와 남(북)한 주민 간 상호태도'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회 기간 올림픽과 북한 관련 뉴스를 접한 국민들의 변화된 대북인식을 알아본 연구다. 

이 박사는 남북한 공동입장과 문화교류, 남북단일팀, 향후 남북한 스포츠교류, 남한사회 정체성 수준 등 8개 세부 항목을 놓고 응답자의 대(對) 북한 태도를 살폈다. 설문조사는 올림픽 폐막 사흘 뒤인 지난 2월 28일부터 3월 5일까지, 19세 이상 70세 미만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 기간은 올림픽 소식은 물론 한반도 정세 진단과 대북특사 파견 등 대형 이슈가 줄줄이 쏟아져 언론보도로 인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보다 심층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시기였다. 

공동입장과 문화교류, 단일팀 등 '평창동계올림픽과 남북한 스포츠·문화교류에 대한 태도'를 7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모든 항목에서 비교적 '우호적'으로 나타났다. 그중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태도'가 평균 5.09로, 다른 항목에 견줘 가장 높았다.

눈 여겨 볼 점은 2030세대의 우호적 태도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는 점이다. 여자아이스하키팀 단일화 논란에서 보듯 이 세대는 '공정성' 문제를 거론하며 정부 방침에 날선 대립각을 세웠다. 실제로 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9일과 10일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결과를 보면, 남북단일팀 구성에 찬성하는 20대 응답자는 16.4%로 반대 82.2%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공정성 이슈가 젊은 세대에게 아주 민감한 문제였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특히 이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남북단일팀 경기를 많이 시청했을수록 30대는 '단일팀에 대한 인식 및 태도', '향후 남북한 스포츠 교류'에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어떤 뉴스 콘텐츠를 봤느냐가 이 연구의 한계로 지적되지만, 남북 간의 교류협력 경험이 거의 없는 세대가 북한 관련 콘텐츠를 접하더라도 기존의 부정적 인식이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예상해 볼 수 있다. 

다음으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태도'를 7점 척도로 분석한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정적 정서와 부적 정서에 비해 '연민' 정서가 높게 나타났다. 연령대별 평균값은 20대 4.27, 30대 4.61, 40대 5.03, 50대 4.82, 60대 4.70으로 나왔다. 국민들은 북한 주민에 대해 '측은하고 안쓰럽게 여긴다'는 정서를 많이 가졌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태도 역시 남북 교류 과정에서 상대를 이해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분석결과에 대해 이하연 박사는 "남북한 주민들이 공동운명체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문화 교류가 있어야 한다"면서도 "2030세대와 기성세대의 인식 차이를 보듯 구성원들의 역사적 경험과 남북 간 관계 인식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식, 포괄적 관심으로 확대돼야

남북관계 개선 및 통일과정에서 어떤 담론이 필요한가를 놓고도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참석자들은 권위주의 정권 시절의 국가주도 정책결정은 부정적 여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풍성한 방법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성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한반도기'가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며 "그만큼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남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설명했다. 남북한 하나의 정체성보다 공정성과 자본주의, 신자유주의 등 다양한 담론들도 얽혀 있어 문제해결이 쉽지 않다는 게 김 교수의 진단이다.

이어 김수정 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은 "일부 언론에서 북한 응원단의 외모를 부각하거나, '평양올림픽', '체제선전' 등의 단어를 많이 썼다"며 "뉴스 콘텐츠가 전달되는 매체 특성이나 내용에 따라 국민들의 대북인식 변화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보다 입체적이고 미시적인 변수를 통해 북한 연구가 진행돼야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실리'와 '경제성'을 강조한다고 젊은 세대의 통일 및 대북 여론이 '우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참석자는 박근혜 정부 시기를 예로 들며, "당시 박 대통령이 '통일 대박'을 강조하고, 보수언론에서 경제적 내용을 부각한 '통일이 미래다' 등의 시리즈를 선보였지만 국민 여론은 크게 움직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 논의는 정부 정책의 진정성, 사회적 합의 등이 높아질 때 수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끝으로 좌담회를 주관한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북인식이 우호적으로 변한 만큼 정부와 각계각층의 포괄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이벤트를 전후로 북한에 대한 인식변화를 알아보는 연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태그:#북한대학원대학교, #북한담론,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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