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에서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득점 기회를 맞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에서 박항서 베트남 대표팀 감독이 득점 기회를 맞아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 연합뉴스


박항서호의 위대한 도전이 일본에게 막혀 8강에서 멈추고 말았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24일(이하 한국시각)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알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안컵 8강전에서 일본에게 0-1로 패했다. D조 3위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16강에 오른 베트남은 아시안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일본의 벽을 넘지 못했고 일본은 우승을 차지했던 2011년 카타르 대회 이후 8년 만에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3골을 허용하고도 3전 전승을 기록했고 토너먼트에서는 2경기 연속 클린시트(무실점 경기)를 기록하며 4강에 올라가는 저력을 과시했다. 베트남 역시 한 수 위의 일본을 상대로 필드골을 허용하지 않고 대등한 경기를 펼쳤지만 선제골 후 확실하게 '잠그는 축구'를 들고 나온 일본의 벽을 뚫지 못한 채 이번 대회 일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낮은 점유율에도 더 많은 슈팅 기록한 베트남의 전반전

일본은 조별리그에서 약체 투르크메니스탄에게 2골을 허용했고 오만전에서는 판정논란, 우즈베키스탄에게는 비매너 논란 끝에 간신히 승리를 챙겼다. 하지만 일본은 작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콜롬비아와 폴란드를 꺾으며 아시아팀으로는 유일하게 16강에 올랐고 16강에서도 벨기에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간 강 팀이다. 일본은 아시안컵에서도 역대 최다 우승(4회)을 차지한 강력한 우승후보.

반면에 베트남은 8강에 진출한 8개 팀 가운데 피파랭킹(100위)이 가장 낮은 팀이다. 최근 두 번의 아시안컵에서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던 베트남으로서는 이번 대회 8강에 진출한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요르단을 승부차기 끝에 제압하고 상승 분위기를 탄 베트남으로서는 내심 일본을 꺾고 또 하나의 역사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에서 응우옌 꽁 푸엉이 슛이 수비수를 맞고 나오고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에서 응우옌 꽁 푸엉이 슛이 수비수를 맞고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16강전에서 점유율이 3-7로 뒤졌음에도 전반 19분 일찌감치 선제골을 터트린 후 이를 잘 지키며 8강에 진출했다. 위험하게 추가골을 노리기 보다는 선제골을 지키는 전략으로 실리를 추구한 것이다. 베트남의 경우 일본보다 한 수 아래의 팀이기 때문에 일본은 경기 초반부터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경기를 주도했다. 하지만 베트남도 마냥 물러나지 않고 일본과 정면으로 맞섰다.

많은 공격진을 두지 못한 베트남은 전반 13분 역습과정에서 응우옌 콩 푸엉(호앙아인 잘라이)이 중거리슛으로 슈팅의 포문을 열었다. 콩 푸엉은 15분에도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섰지만 오프사이드가 선언되면서 기회가 무산됐다. 일본은 전반23 코너킥 상황에서 주장 요시다 마야(사우샘프턴)가 헤더로 선제골을 넣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핸드볼 판정이 나오면서 골이 취소됐다.

일본은 전반 28분에도 노마크 프리 헤더 기회를 만들었지만 베트남 골키퍼 당 반 람(하이퐁)의 눈부신 선방에 걸렸다. 베트남은 전반 33분 에이스 응우옌 꽝 하이(하노이)가 부상으로 쓰러졌지만 금방 자리를 털고 일어났고 36분에는 판 단 둑(송람 응에안), 37분에는 꽝 하이가 좋은 득점 기회를 잡았다. 베트남은 전반 막판 일본의 공세를 잘 막으며 전반을 0-0으로 마감했다.

페널티킥으로 선제골 기록한 후 '실리축구'로 변신(?)한 일본

일본은 예상대로 전반 볼 점유율에서 베트남을 70:30으로 압도했다. 하지만 슈팅 숫자에서는 오히려 배트남이 6-4, 유효슈팅 역시 4-2로 앞섰다. 일본이 공격 쪽으로 전진한 틈을 타 베트남이 적절하게 역습 기회를 잘 활용했다는 뜻이다. 베트남이 후반에도 전반과 같은 활기찬 움직임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베트남의 날카로운 역습은 분명 일본에게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후반 초반부터 높은 볼 점유율 속에 주도권을 잡던 일본은 후반 5분 베트남의 오른쪽 측면이 뚫리면서 좋은 기회를 맞았지만 몸을 날리는 베트남 수비에 막혀 유효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하지만 일본은 후반 8분 도안 리츠(FC호르닝언)가 박스 안으로 돌파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을 얻었고 이를 직접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기록했다. 전반 비디오 판독으로 골이 취소됐던 일본은 후반에는 비디오 판독을 통해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에서 패한 베트남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24일 오후(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알 막툼 경기장에서 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아시안컵 베트남과 일본의 8강전에서 패한 베트남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선제골을 내준 베트남은 라인을 끌어 올리며 만회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지만 일본은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그랬던 것처럼 경기 속도를 떨어트린 채 지공을 펼쳤다. 베트남은 후반 27분 응우옌 퐁 홍 두이(호앙아인)가 과감한 중거리슛을 때렸지만 골문을 살짝 벗어났다. 일본도 오사코 유야(SV 베르더 브레멘)와 이누이 타카시(레알 베티스)를 차례로 투입하며 4강전에 대비한 체력 관리에 들어갔다.

마음이 급해지면서 체력이 점점 떨어진 베트남은 전반처럼 유기적인 역습 상황을 만들지 못했고 노련한 일본은 여유롭게 공을 돌리며 시간을 흘려 보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반부터 열심히 뛰어 다녔던 베트남에게는 일본의 '실리축구'를 뚫어낼 만한 체력이 남지 않았다. 베트남은 후반43분 콩 푸엉의 슈팅이 공중으로 뜨며 마지막 기회가 날아갔고 결국 일본의 1-0 승리로 경기가 끝났다.

베트남과 일본의 경기는 한국인 지도자 박항서 감독과 일본의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이 벌이는 '대리 한일전'으로 축구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두 감독의 지도력을 떠나 베트남과 일본이 가진 실력의 차이는 현격했다. 비록 2019 아시안컵에서 베트남의 도전은 8강에서 멈췄지만 역대 아시안컵 토너먼트에서 첫 승리를 거둔 박항서 감독과 베트남 선수들의 성과는 분명 좋은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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