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4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22라운드 경기에서 에이스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을 당한 토트넘 핫스퍼FC는 에이스를 잃은 6주 동안 큰 고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아시안컵 일정을 마치고 복귀한 손흥민이 4경기 연속골로 맹활약했고 토트넘은 손흥민 복귀 후 4경기에서 리그 3연승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BV 보루시아 도르트문트와의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도 승리를 따내며 순항을 이어갔다.

하지만 정작 케인 복귀 후 토트넘은 3경기에서 1무2패에 그치며 부진했다. 런던의 강호 첼시FC(0-2패)와 아스널FC(1-1무)전은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됐지만 리그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번리FC전 1-2 패배는 충격이 컸다. 케인 복귀 후 토트넘의 조직력이 미묘하게 흔들린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주요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져 있을 때 나머지 선수들이 휴식 없이 강행군을 소화한 것이 시즌 후반 체력 부담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리그와 컵대회, 유럽대항전까지 한 시즌에 4~5개 대회를 소화해야 하는 상위권 팀들은 정예 멤버 몇 명이 빠져도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는 두꺼운 스쿼드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제시 린가드와 앙토니 마르시알, 후안 마타가 차례로 부상을 당한 맨유는 이 선수의 활약 덕분에 리그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근 리그 2경기 연속 멀티골을 몰아치고 있는 벨기에 출신의 장신 스트라이커 로멜로 루카쿠가 그 주인공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가 지난 3일(한국시간) 영국 뉴캐슬어폰타인 세인트 제임스파크에서 열린 2018-2019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뉴캐슬과 원정 경기에서 골을 넣고 기뻐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루 루카쿠(왼쪽, 자료사진) ⓒ EPA/연합뉴스

 
에버튼 이적 후 기량 꽃 피운 벨기에의 괴물 스트라이커

벨기에 황금세대의 스타 플레이어 에덴 아자르(173cm, 첼시)나 드리스 메르턴스(169cm, SSC나폴리) 등은 작은 체구에도 뛰어난 스피드와 화려한 드리블을 앞세워 세계적인 선수로 도약했다. 하지만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199cm, 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마루안 펠라이니(194cm, 산둥 루넝), 얀 베르통언(189cm), 토비 알데르베이럴트(187cm, 토트넘)처럼 벨기에에는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운 선수도 적지 않다.

루카쿠는 190cm 94kg의 단단한 체구가 말해주듯 뛰어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한 문전 득점력과 이외로 빠른 스피드, 그리고 넓은 활동량까지 겸비한 다재다능한 포워드다. 지난 2009년, 설기현이 활약한 팀으로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RSC 안데레흐트에 입단한 루카쿠는 2009-2010 시즌 25경기에서 15골을 넣으며 16세10개월의 나이로 벨기에리그 최연소 득점왕에 올랐다.

2010-2011 시즌에는 유로파리그에서 4골1도움을 기록하며 안데레흐트의 16강 진출을 이끈 루카쿠는 2011년 8월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 첼시로 이적했다. 루카쿠는 어린 시절부터 첼시를 동경하던 팬이었고 외모도 '첼시의 영웅' 디디에 드로그바와 닮아 첼시 팬들로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경험 부족으로 2011-2012 시즌 주전 경쟁에서 밀린 루카쿠는 8경기 출전에 그치며 한 시즌 만에 웨스트 브롬위치 알비온 FC로 임대됐다.

루카쿠는 WBA에서 활약한 2012-2013 시즌 38경기에서 17골로 리그 득점 6위에 오르며 프리미어 리그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첼시에는 여전히 페르난도 토레스(현 사간 도스)라는 '계륵'이 있었고 '카메룬 폭격기' 사무엘 에투까지 영입하며 공격진이 포화상태였다. 결국 루카쿠는 2013-2014 시즌 다시 에버튼FC에 임대됐고 36경기에서 16골8도움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갔다.

2014-2015 시즌을 앞두고 에버튼으로 완전 이적한 루카쿠는 유로파리그 득점 공동 1위(8골)에 오르는 등 48경기에서 20골7도움을 기록하며 에버튼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2015-2016 시즌에도 25골을 기록한 루카쿠는 39경기에서 26골을 몰아친 2016-2017 시즌 토트넘의 케인과 함께 프리미어 리그 BEST11에 선정됐다. 비록 염원했던 첼시에서의 성공은 아니었지만 영국 진출 6년 만에 프리미어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우뚝 선 것이다.

공격수들 부상으로 주전 출전 후 2경기 연속 멀티골 작렬

루카쿠가 20대 초·중반의 젊은 나이에 세 시즌 연속 20골 이상을 기록하는 프리미어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성장하자 빅클럽에서는 본격적으로 루카쿠 영입전에 뛰어 들었다. 현지에서는 첼시에서 루카쿠를 재영입한다는 루머가 있었지만 루카쿠를 데려간 팀은 물밑에서 꾸준히 에버튼과 협상을 벌였던 맨유였다. 맨유는 7500만 달러라는 많은 이적료를 투자해 세 시즌 연속 20골을 넣은 검증된 공격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루카쿠는 이적 첫 시즌 곧바로 맨유의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차지했고 51경기에서 27골9도움을 기록하며 맨유의 2위 등극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벨기에의 스트라이커로 활약한 루카쿠는 조별리그 2경기 연속 멀티골을 기록하는 등 벨기에의 3위 등극에 기여했다. 월드컵에서 4골1도움을 기록한 루카쿠는 브론즈 부트를 수상하며 '월드클래스 공격수'임을 인증 받았다.
 
 2018년 6월 18일(현지시간), 파나마와 벨기에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지난 2018년 6월 18일(현지시간), 파나마와 벨기에의 러시아 월드컵 G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벨기에의 로멜루 루카쿠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월드컵에서 활약하느라 시즌 준비에 소홀했던 탓이었을까. 루카쿠는 전반기 19라운드까지 리그에서 6골에 그치며 부진했다. 특히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대행이 부임한 후에는 마커스 래시포드에게 원톱 자리를 빼앗기며 벤치를 지키기 일쑤였다. 루카쿠 없이도 맨유가 승승장구하자 다가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맨유가 루카쿠의 이적을 추진할 거라는 루머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마르시알, 린가드, 마타 등 맨유 공격진에 부상자들이 대거 발생하면서 솔샤르 감독대행은 다시 루카쿠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루카쿠는 리그 2경기 연속 멀티골로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2월 28일 크리스탈 팰리스 FC와의 경기에서 전·후반 각각 한 골씩 기록한 루카쿠는 3일 사우스햄튼FC와의 홈경기에서도 두 골을 폭발시켰다. 특히 후반 43분에 터진 결승골은 주로 사용하는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정확히 사우스햄튼의 골망을 흔들었다.
 
루카쿠는 어느덧 리그 12골로 폴 포그바(11골)를 제치고 팀 내 득점 선두(리그 공동 6위)로 뛰어 올랐다. 루카쿠는 만 25세의 젊은 나이임에도 벨기에 대표팀에서 A매치 79경기 45골로 역대 최다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와 브라질을 꺾고 3위를 차지한 벨기에 축구 역사상 가장 많은 골을 넣은 공격수를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하는 맨유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강 팀으로 군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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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8-2019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로멜로 루카쿠 멀티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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