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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 누출 시험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폭발한 공장 모습.
 지난 11일 오전 9시 26분께 전남 여수시 화치동 국가산단 내 여천NCC 3공장에서 열교환 누출 시험 도중 폭발 사고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사진은 폭발한 공장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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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명'

지난 1월 1일부터 노동현장에서 산업재해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 수다. 24일 기준 54일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하루에 1.4명 꼴로 죽어나간 셈이다. 지난 1월 27일 각계의 노력 끝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지만 예외조항이 크게 존재하는 탓에 현장에서는 별다른 영향력을 발휘되지 않고 있다. 

실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고용노동부가 법을 적용해 수사에 나선 사고는 지난 1월 29일에 발생한 경기도 양주 채석장 붕괴사고와 8일 발생한 성남 판교 신축공사 현장 승강기 추락 사고, 11일 발생한 여천NCC 공장 폭발 사고 등 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산재 사망사고는 상시근로자 수가 50인 미만이거나 공사금액이 50억 원 미만 건설업에서 발생해 모두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받지 않았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발생한 산재사망 사고는 21건이다. 법의 사각지대로 수사대상에서 제외된 비율이 85.7%에 이른다. 

산재피해자가족 네트워크 '다시는'의 멤버 정석채씨가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여천NCC 폭발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중대재해 대책 수립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해 "오늘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848일째다. 정부에서 산재사망을 줄인다고 말만 하지 어느 누구 하나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나처럼 숫자만 세는 유가족이 늘 것"이라면서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지적한 이유다.

정씨의 아버지 고 정순규씨는 지난 2019년 10월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하다 추락해 사망했다. 만 2년 4개월이 지났지만 사고 원인도 제대로 규명되지 않은 채 정씨는 업체와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열린 1심에서 법원은 경동건설 관리소장과 건설이사 등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여천NCC사고조사, 노동자 포함 민간합동조사단 조사 진행해야"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는 여천NCC 폭발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중대재해 대책 수립 촉구 회견이 열렸다.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는 여천NCC 폭발사고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및 중대재해 대책 수립 촉구 회견이 열렸다.
ⓒ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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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은 "현재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는 노동자의 사망을 막을 수 없다"면서 "(보다 강력한) 법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77명의 노동자가 사망하고 16명의 급성중독 노동자가 발생했다는 건 현재의 중대재해처벌법이 현장 노동자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지 못한다는 걸 반증한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이 필요하다"라고 말을 보탰다.

그러면서 양 위원장은 "여천NCC 폭발사고 현장에 다녀왔다"면서 "왜 이런 죽음이 계속되는지에 대한 원인 조사가 필요하다. 노동자를 포함하는 민간합동조사단이 만들어져 노후산단 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법이 제정되고 근본적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라고 밝혔다.

회견에 함께한 이태의 민주노총 부위원장도 "현장에서 직접 위험을 체감하는 당사자의 증언이 보고되지 않으면 사고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면서 "전국 국가 산단에는 여천NCC와 동일한 압력기가 2000여 개다. 현장 노동자들의 증언 없이는 원인을 찾고 근본 대책을 만들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상원 건설산업연맹 플랜트건설노조 위원장은 "만약 국회의원들이 하루에 한두 명씩 죽어나간다면 정치권이 가만히 있었겠냐"면서 "절대로 일어나선 안될 일이 계속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또 폭발사고로 죽었다. 간단한 가스누출 탐지만 달았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다"라고 분노했다.

앞서 사고가 난 당일 여천NCC측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공동대표이사 명의로 대국민 사과문을 내고 "유가족 지원에 법적, 도의적 책임을 다하겠다. 회사차원의 안전대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와 경찰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전남 여수에 있는 국가산단에서 발생한 여천NCC폭발사고는 열교환기 실험 중 발생했다. 이 사고로 4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민주노총은 최근 6년간 20년 이상 된 노후 산단에서는 22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사망자는 99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산재사망 영역에서 민간이 참여한 진상조사는 지난 2016년 서울지하철 구의역 참사와 2017년 집배원 노동자 과로사에 대한 노동조건 개선 기획단 등에 의해 이뤄진 전례가 있다.

태그:#중대재해기업처벌법, #여천NCC, #민주노총, #고용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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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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