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 뜨거운 타격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박찬호

시즌초 뜨거운 타격 감각을 보여주고 있는 박찬호 ⓒ KIA 타이거즈


 
박종범? 제2의 이종범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최근 KIA 타이거즈 팬들 사이에서 내야수 박찬호(26, 우투우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수비만 좋은 선수', '타격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선수'라는 혹평을 깨고 올시즌 초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시즌 박찬호는 타율 0.417(5위), 12타수 5안타(2루타 2개), 3타점, 2득점, 2도루(공동 1위), 3볼넷으로 펄펄 날고 있다. 출루율도 0.533(3위)을 기록중이다. 아직 5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심상치 않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KIA가 LG전 연패충격을 딛고 한화를 상대로 스윕을 가져간 배경에는 박찬호가 팀 공격력을 이끌어준 덕이 크다.

신임 김종국 감독 역시 박찬호의 물오른 방망이를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9번타자로 나선 3경기에서 타율 0.429, 2루타 1개, OPS 1.171로 맹타를 휘두르자 한화와의 2차전부터는 1번선두 타자의 역할을 맡겼다. 그간 박찬호의 이미지(?)를 생각했을때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타순이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5타수 2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선봉 역할을 제대로 해냈다.

박찬호의 초반 각성모드는 변수가 많은 KIA타선에 가뭄속 단비로 작용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펄펄날며 각각 '제2의 이종범', '제2의 이승엽'이라는 극찬을 들었던 젊은피 듀오 김도영, 김석환이 본경기에서 주춤한 가운데 박찬호마저 부진에 빠졌다면 큰 위기가 찾아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박찬호는 젊은 베테랑답게 정규시즌에서도 상승세를 이어나가며 시범경기에서의 맹활약(타율 0.385(26타수 10안타), 2타점, 3도루)이 반짝이 아님을 증명해가고 있다.

박찬호가 중심을 잡아주고 있기에 신인급은 물론 최형우 등 노장들까지 어느 정도 부담을 덜어내고 시간을 벌 수 있게 됐다. 현재 활약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순간에 중요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 만은 사실이다.

그의 예상밖 활약에 고무된 팬들은 타이거즈 레전드 이종범에 빗대 '박종범'이라는 애칭까지 붙여주고 있다. 만약 지금의 모습을 시즌 끝까지 유지할 수 있다면 골든글러브는 물론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했을 때 MVP까지도 가능해 보인다.

사실 지금까지의 박찬호는 KIA팬들 사이에서 '애증의 선수'였다. 2014년 2차 5라운드(전체 50번)로 지명되어 꾸준하게 성장을 거듭한 끝에 주전 유격수까지 차지한 프랜차이즈 플레이어지만 빼어난 수비력에 비해 공격력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이른바 반쪽짜리 선수로 인식돼 왔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전자리를 꿰차기 시작한 그는 통산 타율이 0.235에 불과할 정도로 방망이에서 취약점을 드러냈다. 주전 도약 첫해 133경기에서 타율 0.260, 131안타, 39도루(1위)를 기록하며 미래를 기대하게 했지만 이후 2시즌 동안 오히려 공격력이 하락하며 팬들을 한숨짓게 했다. 수비부담이 많은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한다해도 아쉬움이 남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주전 유격수 자리를 고수할 수 있었던 데에는 빼어난 수비 실력의 영향이 컸다. 김기태 감독, 박흥식 감독대행, 맷 윌리엄스 감독에 이르기까지 KIA 지휘봉을 잡았던 사령탑들은 한결같이 '박찬호의 수비력은 대체불가'라고 인정했다. 유격수가 내야수비에서 차지하는 수비 비중을 고려했을 때 박찬호의 수비력이 어떤 수준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박찬호의 수비력은 팀내에서 '대체불가'로 평가받고 있다.

박찬호의 수비력은 팀내에서 '대체불가'로 평가받고 있다. ⓒ KIA 타이거즈

 
사실 박찬호는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주전자리가 위태롭다'라는 평가를 들었다. 고교 무대에서 공수주에 걸쳐 탁월한 기량을 뽐냈던 특급 유격수 김도영이 팀에 들어왔기 때문으로 이로 인해 '수비형 유격수 박찬호는 백업으로 돌려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언론도 박찬호에게 '김도영이 의식되지 않느냐?'라고 물으며 부담을 가중시켰다. 

여기에 대해 박찬호는 "도영이 같은 좋은 후배가 들어온 것은 기쁘다. 특별히 의식되는 것은 없다"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였고 실제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나이는 여전히 젊지만 연차가 쌓인 베테랑으로서의 여유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물론 박찬호가 지금의 페이스를 시즌 내내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아무리 잘하는 타자라도 긴 정규시즌 동안 내내 상승곡선을 탈 수는 없다. 얼마나 빨리 하락세를 이겨내고 반등하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박찬호는 예전부터 '배트에 공을 맞히는 능력은 나쁘지 않지만 파워가 약해 타구 질이 안 좋다'는 지적을 받았다. 반면 현재는 비시즌간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한 덕택인지 타구에 파워가 실리고 있다. 지난 시즌 같으면 땅볼에 그칠 타구도 힘이 실려서 수비수를 뚫고 안타가 되는 모습이다. 그러다 보니 타석에서도 여유가 생겨 좋은 공과 나쁜 공을 잘 구분하고 있다는 평가다.

너무 경기력이 좋아서 마음이 들떴던 것일까? 화력은 끓고 있지만 장점인 수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6일 경기에서 정민규의 강한 타구를 포구하지 못하고 다리사이로 흘리는가 하면 7일 경기에서는 1회 잇따른 실책으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며 고개를 숙였다. 결국 첫타석부터 교체를 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과연 시즌 초부터 여러모로 남다른 존재감(?)을 보이고 있는 박찬호의 올 시즌 행보는 어떤식으로 마무리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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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연재중 / 점프볼 농구카툰 'JB 농구툰'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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