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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복도.
 지난 3월 21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여성가족부 복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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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자유가 먼저냐, 평등이 먼저냐'고 묻는다면, 평등이라고 말할 것이다. 모든 인간이 사회 및 문화적인 차원에서 수직이 아닌 수평적으로 평등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다.

평등이 전제되지 않은 자유는 누군가는 소외당하고 배제당하기 쉽다. 그렇기에 평등이 선결되고 모든 인류가 자유를 눌릴 수 있을 때, 정의로운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지난 수십 간 자유라는 담론에 초점을 둔 탓인지 평등이라는 담론에는 진지한 성찰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사회는 '불평등한 사회'로 전락해 버린 게 아닌가 싶다. 대표적으로 남녀간 불평등이다.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윤석열 당선자의 정부에 기대도 있지만, 걱정과 우려가 크다. 특히 미래지향적으로 정책을 구상해야 하지만, '전국 학력(일제)고사 부활' 등과 같이 시대를 역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그리고 남녀 간의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강구하기는커녕 심화시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여성가족부 폐지(아래 여가부)'다. 여가부가 폐지된다면, 더욱 강화된 남성중심 사회로 귀결된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인권향상을 위해 다양한 정책이 시행돼 왔지만 구조적 성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한민국의 성별격차지수는 156개국 중 102위이고, 임금격차도 26년 연속으로 OECD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성차별지수를 보여주는 유리천장지표에서도 10년 연속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화로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역설적에게도 인권 수준은 제자리걸음이다.

아직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특히 여자아동과 청소년, 여자장애아동과 청소년, 여자 성인장애인 등은 사회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여가부 폐지가 왜 필요한지에 의문이 든다. 정말 왜 폐지돼야 하는 걸까. 여가부를 폐지하고자 하는 새 정부는 한 번이라도 여성의 입장에서 사회를 바라봤을까. 정말 궁금하다.

여가부 폐지를 운운하기에 앞서 여가부의 설립 배경, 지향하고자 했던 가치와 철학 그리고 현재의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 등에 대한 실태분석이 우선적으로 선결돼야 한다. 여가부는 여성 인권의 신장, 가정의 가치를 살리고자 수많은 토론과 민주적 과정을 거쳐 신설한 사회적 부처다. 즉 인간의 보편적 인권과 평등이라는 고상한 가치가 응축된 부처다. 여가부가 부족했던 부분이 있다면, 극단적으로 폐지할 것이 아니라,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여성 역시 고귀한 인격체를 가진 존재다. 우리는 그동안 여성에게 '누군가에게 종속된 인간'으로 살 것을 당연하게 여겨왔고 강요해 왔다. 그러므로 진정한 성평등한 국가로 발돋음하기 위해서는 가부장적 문화와 제도를 청산하고, 그간 외면해 왔던 여성들의 절규와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한다. 이러한 역할과 기능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정부 부처는 여성가족부이다.

태그:#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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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학교 초등특수교육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현재는 동대원 박사과정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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