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야차>에서 블랙팀 책임자 지강인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영화 <야차>에서 블랙팀 책임자 지강인을 연기한 배우 설경구. ⓒ 넷플릭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 이후 제법 오랜만의 액션 장르 영화다. 배우 설경구에게 <야차>는 그 강렬한 내용만큼 눈과 귀를 사로잡을 만한 오락성이 강한 장르물이었던 걸로 보인다. 13일 온라인으로 만난 그는 "본래 극장 스크린으로 만났어야 할 작품이 플랫폼이 바뀌어 넷플릭스로 공개되는 만큼 아쉬움도 분명 있다"는 말로 운을 뗐다.
 
<야차>는 중국 대도시 선양을 배경으로 첩보활동을 하는 국가정보원 블랙 요원 지강인과 그의 팀, 그리고 이들을 감찰하기 위해 파견된 검사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한중일 3국이 개입된 주요 기밀을 두고 수 싸움을 벌이는데 장면마다 개성 강한 액션이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블랙 요원이 되기까지
 
첩보 요원, 그것도 신분이 드러나지 않는 블랙 요원이라는 설정과 과거 팀원들을 타국 요원들에 의해 잃게 된 지강인의 과거가 만났다는 게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이 때문에 물불 가리지 않는 선택을 해 온 지강인을 두고 설경구는 "서글픈 존재"로 이해하고 있었다.
 
"모질고 폭력적인 면이 있잖나. 아마 처음 국정원 요원이 된 건 직업적 의식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팀원에게 배신당하고, 국가와도 단절됐다는 서글픔이 점점 생긴 거지. 팀을 지켜야 하지만 동시에 배신 당할 위험에도 처해있다. 그래서 이 사람이 독해졌다고 봤다. 어찌 보면 영화 <실미도>와도 연결되는 지점이 있다. 결국 잊히고, 소멸되는 존재니까."
 
밥 먹듯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팀원과 호흡은 필수였다. 팀원으로 출연한 배우 이엘, 송양동근, 이엘 등과는 촬영 전, 후로 그리고 촬영 중에도 적극 시간을 내서 함께 식사도 하고 만남의 기회를 가졌다고 한다. 설경구는 "시나리오만 봤을 때 영화니까 가능한 이야기겠거니 싶었는데 실제로 국정원 견학을 다녀오고 난 뒤엔 충분히 현실에서도 있을 법한 일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견학에서도 기밀에 대해선 전혀 듣진 못하지. 중국 공안과 총격전도 영화적 포장이 좀 있겠지만, 몇 년 전 중국 선양을 방문한 우리나라 고위직이 담긴 사진이 떠올랐다. 식당에서 경호원들이 기관총을 아예 드러내놓고 지키더라. 각국 스파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있다는 중국 선양이라는 데가 이런 곳임을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진이었다. 충분히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
 
제가 소리에 좀 민감하더라. 총격신에서 눈을 하도 감아서 많이 혼났다. 이엘씨나 재림씨는 아주 눈이 반짝거리던데(웃음). 그리고 외국어를 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단 한 줄의 외국어 대사라도 선생님께 물어가며 열심히 연습했다. 다만 너무 할 게 많아서 감독님과 캐릭터에 대해 많이 얘기 못한 건 아쉽더라. 영화를 보고 나니 지강인 내면에 자리 잡은 어떤 불안감을 표현 못한 아쉬움이 생겼다."

 
감시자로 등장한 한지훈(박해수) 캐릭터에 대해서도 설경구는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원래 야차의 원칙대로면 한지훈 검사를 보자마자 경계하고, 어떻게 처리해버리든지 했을 텐데 끝까지 데리고 다닌다"며 그는 "(영화 말미에) 한 검사가 지강인에게 뭔가 영향받은 것처럼 나오지만 그 반대도 분명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정면 돌파해 찍으며 겪은 몇 가지 어려움을 말하며 설경구는 "정말 많은 스태프분들이 고생하며 만들어 낸 작품"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기존 첩보물과 차이점을 꼽으라면 서글픈 사람들의 첩보 영화인 것 같다"며 그는 "국가로부터 계획된 배신의 위험이 있음에도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자들의 이야기"라고 정의했다.
  
 영화 <야차>의 한 장면.

영화 <야차>의 한 장면. ⓒ 넷플릭스


 
"OTT 플랫폼 작품에 관심 있어"
 
<야차>의 경우 공개 과정에서 극장이 아닌 넷플릭스로 바뀐 경우지만 현재 촬영 중인 변성현 감독의 <길복순>은 애초에 넷플릭스 투자를 받아 제작한 경우다. 설경구는 "OTT에 관심이 있다"며 해당 플랫폼에 대한 개인 생각을 드러냈다.
 
"해당 플랫폼에 관심이 있다.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즐거움이 좋지만 배우 입장에선 개봉 즈음 받는 스트레스가 있거든. 흥행과 관객 수에 따른 스트레슨데 OTT 플랫폼은 그런 건 덜하겠지. 하지만 연기에 대한 본질적인 스트레스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결국은 이야기가 중요하다. OTT 플랫폼 작품이라고 선택해서 연기하는 건 아니라는 얘기지.
 
세상이 너무 빨리 바뀌는 것 같다. 영화 일만 저도 25년 넘게 하는데 OTT라는 게 생길지는 상상도 못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런 변화를 앞당긴 것 같기도 하고. 아마 배우보단 감독 입장이 더욱 아쉽고 그럴 것이다. 거대한 포부보다는 가볍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접근했다. 많은분들이 즐기고 통쾌함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야차 설경구 넷플릭스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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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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