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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의 연수 프로그램 '남도 민주평화길'에 참가한 전남교사들이 지난 5월 28일 영광 법성포 숲쟁이의 나무 계단을 따라 걷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연수 프로그램 "남도 민주평화길"에 참가한 전남교사들이 지난 5월 28일 영광 법성포 숲쟁이의 나무 계단을 따라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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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나태주 시인이 노래했잖아요. 아이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남도가 그런 것 같습니다. 지역의 예술과 문화․역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서 내가 사는 지역이 더욱 사랑스러운 곳이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노명숙 진도교육지원청 교육지원과장의 말이다. 노 과장은 지난 4월 22∼24일 진도에서 진행된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에 참가했다. '남도 민주평화길'은 전라남도교육청이 운영하는 교원 연수 프로그램의 하나다.

노 과장뿐 아니다. 다른 참가자들의 소감도 한결같다. "땀과 눈물로 범벅진, 세상에 없는 연수였다." "큰 배움을 안겨준 연수였다. 연수를 통해 배우고 느낀 것들을 어떻게 아이들한테 알려줄까 고민한다." "우리 아이들의 정신이 늘 깨어 있도록, 더 잘 가르쳐야겠다." "관심갖지 않으면 알 수 없는, 하지만 알아야 하는 생생한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나의 가슴을 뛰게 한 연수였다." 등.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에 참가한 전남의 교사들이 지난 5월 28일 영광 법성포 숲쟁이에서 법성중학교 허원찬 교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에 참가한 전남의 교사들이 지난 5월 28일 영광 법성포 숲쟁이에서 법성중학교 허원찬 교사의 해설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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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진도 운림산방에 모인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허상무 진도해설사로부터 운림산방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있다.
 지난 4월 진도 운림산방에 모인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허상무 진도해설사로부터 운림산방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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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교육청의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는 2020년 10월 지리산 등반으로 시작됐다. 연달아 순천, 나주, 보성, 목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난해에는 4월 섬진강변을 따라가는 자전거 종주를 시작으로 고흥, 장흥, 강진, 화순, 해남, 담양, 완도, 여수, 함평, 곡성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장흥에서는 동학농민혁명군의 최후 격전지였던 석대들 앞의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을, 화순에선 임진왜란 때 진주성전투에서 일본군에 맞선 최경회 장군 사당을 찾았다. 담양에선 의병장 녹천 고광순의 기념관을, 함평에선 5․18민주화운동 때 군민들이 모였던 함평공원에 들렀다.

이와 별도로 참가자들이 자전거를 타고 영산강을 따라 달리는 영산강변 자전거 종주, 두 발로 지리산 최고봉을 오르는 지리산 종주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당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신청자들이 몰려, 연수원 측에서 참가자 선정에 애를 먹기도 했다.

올해는 4월부터 영암, 장성, 광양, 진도, 무안, 구례, 신안을 거쳐 5월 27∼29일 영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만 2년 동안 전남도내 22개 모든 시․군을 답사하고, 특별 프로그램으로 섬진강과 영산강 자전거 종주, 지리산 종주까지 마친 것이다. 연수에는 매번 전남도내 교사 40~60명이 참여했다.
  
지난 4월의 진도 팽목항 풍경.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한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걷고 있다.
 지난 4월의 진도 팽목항 풍경. 희생자 분향소를 찾아 추모를 한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에 참가한 교사들이 그날의 악몽을 떠올리며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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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는 1박 2일 또는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금요일 점심 무렵 시작해서 토요일 늦은 오후, 또는 일요일 오후까지 이어졌다. 주말과 휴일을 이용한 건, 학생들의 수업에 최대한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취지였다. 지역을 돌아보는 답사 일정도 빠듯했다. 진행자는 물론 참가자들도 부지런히 걸어야 했다. 한낮의 햇살이 뜨거운 날도 양산을 든 참가자가 한 명도 없었다. 가는 곳마다 전직 또는 현직 역사교사가 깊이 있는 설명을 해줘 답사의 이해를 도왔다.

진도 답사 땐 세월호 8주기를 맞아 팽목항과 기억의 숲에 들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즉석에서 후원금을 모아 팽목항을 떠나지 못하고 자식을 부여안고 있는 세월호 가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저녁 시간에 맘 편히 쉬는 것도 아니었다. 지역 고유의 문화공연이나 지역사를 주제로 한 외부강사의 강연이 이어졌다. 지역의 역사와 문화, 민속과 예술, 동학농민과 의병활동, 여순항쟁과 광주항쟁, 학생독립운동과 민주화운동 등 지역의 고대사부터 근현대사까지를 주제로 삼았다. 강단에도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강사들이 섰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영광우도농악 공연을 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원불교 영산성지에서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영광우도농악 공연을 보고 있다. 지난 5월 28일 원불교 영산성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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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친일, 항일 음악극'을 보며 출연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지난 5월 28일이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친일, 항일 음악극"을 보며 출연자들과 함께 태극기를 흔들고 있다. 지난 5월 28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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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도 알찼다. 지역의 민속예술에서부터 농악, 통기타 공연을 보고 체험했다. 공연의 클라이맥스는 지난 5월 28일 영광 프로그램에서의 '친일, 항일 음악극'이 장식했다. 친일음악과 항일음악, 일제에 부역했던 음악가들이 지은 노래와 일제에 항거했던 항일음악가들이 지은 노래, 일제강점기에 많이 불렸던 동요와 대중가요를 들려주는 자리였다.

그것도 성악가들이 노래만 부르던 지금까지의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극 형식으로 보여줘 흥미를 더했다. 전문 극작가가 대본을 쓰고, 직업 배우와 음악인들이 함께 출연하는 무대를 만들어 감동을 선사했다.

현제명의 '희망의 나라로'에서 배를 저어 찾아가는 희망의 나라가 과연 광복된 조선의 미래인지, 만주벌판에서 활동한 항일독립운동가를 노래했다는 '선구자'는 정말로 독립운동과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던져줬다. '선구자'의 작곡가 조두남은 만주작곡가협회 회원으로, 수많은 친일노래를 작곡했다는 사실도 충격을 던져줬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프로그램의 현장 답사를 이끈 김남철 나주역사교육연구회장. 김 회장이 지난 5월 27일 영광 불갑사에서 현장 설명을 하고 있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프로그램의 현장 답사를 이끈 김남철 나주역사교육연구회장. 김 회장이 지난 5월 27일 영광 불갑사에서 현장 설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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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민주평화길'은 전라남도의 의로운 역사와 풍성한 문화를 만나는 연수 프로그램이었다. 진행은 김남철 나주역사교육연구회장이 맡았다. 행정의 실무는 정성일 전남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가 뒷받침했다.

"굳이 역사를 알지 못하더라도, 남도는 멋진 곳입니다. 발길 닿는 곳마다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경관을 지녔거든요. '남도 민주평화길'은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갔습니다. 비경 속에 켜켜이 쌓여있는 역사와 문화, 그리고 아직껏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을 불러내서 만났습니다."

김남철 회장의 말이다. 김 회장은 전남대학교 역사교육학과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역사 교사로 근무하고 퇴직했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함평에 재현된 상해임시정부청사 기념관에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11월이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함평에 재현된 상해임시정부청사 기념관에서 전시물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해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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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김남철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함평공원 비석 거리를 걷고 있다. 지난해 11월이다.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김남철 회장의 설명을 들으며 함평공원 비석 거리를 걷고 있다. 지난해 1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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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 민주평화길' 연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만큼, 학생 교육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학생들에게 지역을 알려주려면, 교사가 먼저 제대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며칠 답사와 연수로만 끝나지 않는 것도 '남도 민주평화길'의 특징이다. 지역별로 체험학습 자료집을 만들어 학교에도 배부하고 있다.

"남도 민주평화길이 앞으로 초·중·고등학교의 현장체험 활동과 수학여행, 수련활동으로 이어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이 먼저 답사를 한 것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 학생들이 전남인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정성일 전남교육연수원 교육연구사의 말이다. 교사가 먼저 지역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사랑하면, 아이들도 지역을 사랑하는 아이로 커간다는 것이다. 전남도교육청의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가 더욱 특별해 보이는 이유다.
  
전남도교육청의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지난 5월 27일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박관현 열사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전남도교육청의 "남도 민주평화길" 연수 참가자들이 지난 5월 27일 영광군 불갑면에 있는 박관현 열사 동상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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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남도민주평화길, #전남도교육청, #친일항일음악극, #법성포숲쟁이, #김남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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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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