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뷔작이니까 오래오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싶다. '모든 현장이 이렇게 완벽하기는 힘들다'라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었을까. 내가 첫 작품으로 여기 참여하면서 받았던 배려나 행운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브로커>는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통해 만나게 된 사람들이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이지은은 아이를 버리려는 소영 역을 맡아 송강호(상현 역), 강동원(동수 역)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브로커>의 소영 역 이지은 배우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엄마 역할 해보고 싶었다"
 
 영화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

영화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 ⓒ 이담 엔터테인먼트


이지은은 전작을 끝내고서 다음 작품을 결정할 때 자신에게 '너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니, 나에게만 말해 봐'라고 대화를 시도했고, 그때 튀어나온 답이 엄마 역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안 돼서 <브로커>를 제안 받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엄마 역할은 어려웠다. 아이를 버리려는 미혼모 역이어서 더욱 그랬던 것. 그는 "모르는 감정이기 때문에 아이를 바라만 보는 신마저도 너무 어렵더라. 어떤 마음으로 봐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극중 아들 우성을 바라볼 때 눈빛이 어때야하는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던 것인데, 대본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나는 연기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라고 써 있었다고 한다. 

"제가 보기에 소영이는 정말 우성이를 많이 사랑하는 것 같다. 하지만 본인도 스스로 조금은 모른 척 하고 싶은 역할이고. 사랑은 가지고 있되, 표현할 때는 거의 드러나지 않게 하는 게 힘들었다. 매 순간 어려웠다."

어려운 가운데서도 두 선배와 함께 했기에 든든했다. 그는 송강호와의 연기를 회상하며 "선배님은, 같이 마주하는 신을 찍기 전에 항상 가장 떨리는데 슛이 들어가면 또 가장 안 떨린다"라며 "그게 선배님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강동원과의 연기에 대해선 "선배님이 연기했기 때문에 동수가 개연성 있게 표현된 것 같다. 동수가 강동원 선배님이어서 이야기가 납득이 되는 순간이 많았다. 선배님 특유의 선한 기운 같은 게 있다. 또, 뭘 하시든 작위적인 느낌이 하나도 없다. 모든 현장에서 편하게 계시고. 그래서인지 동수 그 자체로 느껴졌다"라고 밝혔다. 

연기의 맛
 
 영화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

영화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 ⓒ 이담 엔터테인먼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난 인연도 흥미로웠다. 대본 제안을 받기 1년 전에 우연히 한 식당에서 감독님을 봤는데 당시에는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고. 그때 이지은은 이선균 배우와 다른 영화의 감독님과 함께 있었는데, 고레에다 히로카즈에게 다가가 팬심을 드러내며 자신을 소개하고 싶었지만 푼수처럼 보일까봐 자제했다고 한다. '언젠가 기회가 있겠지' 하고 참았는데, 그러고 1년 후에 <브로커> 제안을 받은 것. 

이렇듯 좋은 기회로 거장을 만나 연기의 지평을 넓히게 된 이지은. 그에게 연기란 어떤 것일까. 이 질문에 그는 "연기는 재밌고, 어렵고, 생각할 동력을 줘서 너무 좋다"라며 "나로만 살면 절대로 건드려지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보육시설 아이들, 엄마, 미혼모... 관성대로 사는 원래의 나였으면 생각하지 못했던 대척점을 생각해볼 수 있단 게 좋다"라고 답했다. 

끝으로, <브로커>를 통해 이지은이 관객에게 꼭 전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일까. 이 질문에 그는 다음처럼 답했다. 

"다른 가치관을 가진 인물이 대거 나오는데 한 인물의 생각으로 관철되지 않는다는 점이 좋았다.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서도 이해를 하고 동행을 하는 게 되게 좋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주제가 전해졌으면 좋겠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도 서로 유대하면서 살 수 있다는 것."
 
 영화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

영화 <브로커>의 이지은 배우. ⓒ 이담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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