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그리 많은 선수가 뛰지 않고, 국제대회 성적도 두드러지지 않았던 종목. 그런 종목의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보이는 등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가는 선수에게 우리는 '새 역사를 썼다'는 수식어를 앞에 붙이곤 한다.

한동안 한국 선수들이 국제대회 출전권만 따내면 다행이었던 종목이었던 다이빙. 그런 다이빙에서 국제 무대에 당당히 나선 두 선수가 있다. 한국 다이빙 사상 올림픽에서 가장 높은 성적을 기록했던 우하람 선수, 그리고 역시 한국 다이빙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안겼던 김수지 선수 이야기이다.

20대 중반 나이에 한 종목을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고, 그리고 한국 다이빙의 '역사를 쓰고 있다'는 말이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1998년생 듀오' 우하람 선수와 김수지 선수. 자신들의 이야기를 넘어 '어떻게 하면 한국 다이빙이 더욱 좋아질 수 있을지' 고민하는 두 선수를 만났다.

운명처럼 온 다이빙, "수영인 줄 알고 갔는데..."
 
 진천선수촌의 오륜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수지 선수.

진천선수촌의 오륜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한 김수지 선수. ⓒ 박장식

 
두 선수가 다이빙을 처음 만난 것은 아주 어린 시절이었다. 우하람 선수는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으로 다이빙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1년 정도 만에 선수 권유를 하셔서 시작해서 17년을 넘게 다이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지 선수는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했다. 수영인 줄 알고 갔는데 점프를 시키더라"며 웃었다.

김수지 선수는 "처음에는 방과후 활동으로 수영을 한다고 해서 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스타트대에서 점프를 하라고 하고, 스타트대에서 물구나무를 하도록 시키더라"며, "처음에는 놀면서 했어서 정말 재미있었다. 그러다 상도 받아보고 하니까 점점 선수라는 자각이 생기고, 다이빙에 대한 관심도 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빠져든 선수의 길. 빠른 시기에 선수 생활을 시작한 두 선수는 역시 국가대표 선발도 빠르게 되었다. 김수지 선수는 중학교 3학년 때 첫 올림픽 무대에 섰고, 우하람 선수도 열여섯 살 때 첫 세계선수권 무대에 섰다. 

첫 세계무대 경험은 어땠을까. 우하람 선수는 "많이 위축되었다"며 바르셀로나 세계선수권을 추억했다. 이어 우하람은 "영상으로만 보던 세계적인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경기였다보니 의식도 많이 되었고 부끄러움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의아했다. 중학생 때 나선 첫 세계무대니 자랑스러울 법한데 부끄럽다니. 부끄럽다는 말의 의미를 되묻자 우하람 선수는 "내 자존심이 워낙 셌다. 그래서 내가 못 하는 모습보다는 잘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국 다이빙'에 대해 좋은 생각이 남지 않겠나 싶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첫 대회가 좋지는 못했다"고 우문현답을 내놨다.

김수지 선수도 첫 국가대표 선발은 만 14살이던 시절에 되었다. "선생님에게 이끌려서 간 첫 대회가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걸렸던 런던 월드컵이었다"라고 설명한 김수지 선수는 "그런데 그 대회를 무사히 잘 치르고 올림픽까지 갔었다"며 그때를 되돌아 보았다.

"다른 분들은 신기하게 보셨죠. '수지가 다이빙 한다더니 정말 잘 하는가보다' 생각으로 응원도 많이 해주셨고요. 그런데 사실 그때는 너무 어려서 내가 이룬 게 얼마나 큰 일이었는지 몰랐어요. 도쿄 올림픽 나가기 전에 월드컵 준비하면서 어린 시절의 내가 보이더라고요. 처음 나갔던 월드컵은 아무 생각 없이 갔구나, 내가 막중한 책임을 갖고 있구나... 싶었습니다."

'다이빙' 관심 부른 도쿄 올림픽... "즐거운 추억"-"과정 아쉬워"  
 
우하람 ‘다시 도전’ 6월 27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수영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우하람 ‘다시 도전’ 6월 27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수영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다이빙 간판 우하람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021년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다이빙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기록했다. 두 선수에게도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수지 선수는 런던 때, 우하람 선수는 리우 때의 경험이 있었으니, 자신에게도 '두 번째 올림픽'을 치른 셈이었다.

김수지 선수는 "런던 올림픽 때는 너무 어려서 현장을 즐기지 못했는데, 도쿄 때는 정말 올림픽을 많이 즐기고 왔다"며, 재미있었던 추억으로 도쿄 올림픽을 기억했다. 이어 김수지 선수는 "특히 처음으로 많은 인원들이 다이빙에 출전했다"며, "5명이 현장에서 응원도 하고 같이 뛰어서 더욱 재미있었다"고 올림픽을 돌아보았다.

"경기에 임할 때도 기분 좋게 나섰고, 응원해주는 사람도 옆에 있으니 더욱 힘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올림픽 가기 직전에 진천선수촌에서 출전 선수들끼리 함께 식사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다른 종목 선수끼리 이야기를 하다 보니 서로 친해져서, 올림픽 이후에도 서로 자주 만나는 계기가 되었으니까요."

반면 우하람 선수는 "4위라는 성적이 자랑스럽고 기뻤다"면서도, "사실 준비하는 과정이나 몸 상태, 그리고 운동 면에서 만족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다이빙 하는 면에서도, 과정에 대해 100% 만족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실 결과만 좋았다고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리우 올림픽 때는 결승 진출을 목표로 참가했고, 도쿄 올림픽 때는 메달을 목표로 했으니 생각도 달랐고 올림픽에 임하는 목표 의식도 달랐죠. 그런 차이 때문인지 더 과정에 아쉬움이 커요. 감각도 떨어져 있었고, 생각만큼 동작 부분도 잘 나오지 않아서 연습 과정이 많이 힘들었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린 수영 국제대회인 2019년 광주세계수영선수권 대회는 두 선수에게는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우하람 선수는 한국 다이빙 최고의 성적을, 김수지 선수는 한국 다이빙 첫 세계선수권 메달을 각각 내며 다이빙 종목을 대중에 크게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우하람 선수는 "한국에서 국제대회를 경험한 때는 인천 아시안게임도 있었지만, 세계선수권은 처음이라서 힘이 많이 났다. 한국에서 치르니 한국 관중들이 많이 와 주셔서 응원해주셨으니 더욱 그랬다"라면서, "관중 분들이나, 기자 분들의 관심을 받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부담보다는 더욱 좋았다"라고 당시의 소감을 전했다.

이어 우하람은 "준비도 잘 했고, 몸상태도 최고였기에 그만큼 성적이 났던 것 같다. 다만 세 번 정도 메달 기회가 있었는데, 3m 싱크로 종목이나 1m 스프링에서는 내내 1위를 하다가 막판에 메달을 놓친 것이 아쉬웠다"며 메달에 대한 아쉬움을 약하게나마 말했다.
 
다이빙하는 김수지 6월 27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수영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다이빙의 유일한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김수지가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다이빙하는 김수지 6월 27일 오후 진천선수촌에서 열린 수영 국가대표팀 미디어데이에서 한국 다이빙의 유일한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 김수지가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김수지 선수에게는 더욱 의미가 컸을 터. "나에게 선물같은 대회였다. 메달을 따리라고는 상상도, 생각도, 기대도 못했다. 사실 이전에는 이룬 것이 없었잖냐. '여기서 떨어져봐야 얼마나 더 떨어질까. 몸 상태도 좋으니 한 번 뛰어보자는 생각으로 갔다"면서, "그런데 너무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웃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니 '외국대회보다는 엄청 큰 국내대회'라고 생각하고 들어갔던 경기장. 그런데 대회 초반,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다. 박태환 이후 첫 수영선수권 메달이었다. 김수지는 "이전 세계선수권 때부터 점점 성적이 올랐다. 몸 상태도 점점 올라갔고, 트레이너님이나 코치님께서 도움도 많이 주셔서,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메달을 딴 것 같다"며 그때의 원동력을 전했다. 

메달에 따라왔던 관심도 김수지는 즐겁게 받았다. 김수지 선수는 "내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응원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며 웃었다. "응원을 받고 준비를 탄탄하게 하면 되는거니까, 그 덕분에 한국에서 메달도 딴 것 같다"는 것이 김수지 선수의 말.

어쨌든 두 대회에서 펼친 두 선수의 모습은 다이빙이라는 종목을 대중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김수지 선수도 "전에는 다이빙 하면 '스쿠버다이빙'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다이빙이라는 종목을 더 알리게 되어 좋다"며, "올림픽 이후에는 연세 드신 분들이 '다이빙 선수 아니냐'며 알아보곤 했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우하람 선수 역시 "계속, 더욱 잘 해서 다이빙이라는 종목에 대해 많은 관심을 받게끔 하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베테랑'의 바람과 각오, "다이빙 관심 더욱 가져주셨으면"
     
10년 넘게 국가대표를 해 온 두 선수. 중학교 때 달았던 태극마크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서도 달고 있다. '베테랑 선수'라는 말이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두 선수에게 다이빙은 어떤 의미일까.

우하람 선수는 "인생에서 절반을 넘게 다이빙을 했다"며, "밥 먹고 물 마시는 것과 비슷한 일상생활을 하는, 당연한 행동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답했다. 우하람 선수는 "다이빙 덕분에 내 인생이 만들어졌고 목표와 꿈이 섰다"며, "다이빙 자체가 내 삶이라는 생각으로 임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김수지 선수는 "나는 다이빙과 '밀당'을 많이 하는 성격"이란다. "힘들 쯤이면 몸이 올라와서 잘 되니까 기분이 좋은데, 잘 되다가도 한 번씩 안 되고 하면 시무룩해지는 사이클이 있다"던 김수지 선수는 "그 과정을 얼마나 즐기느냐가 중요하다. 어릴 때는 조절이 어려워 힘들었는데, 요즘은 잘 극복해냈다"며 웃었다.

바라는 점도 없지 않을 테다. 우하람 선수는 "과거에는 다이빙 성적이 좋지 못했지만, 지금은 다이빙이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선수들이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직은 지원이나 환경이 아쉽다"면서, "누구나 갈 수 있는 다이빙 시설이 있는 수영장이 국내에 10개가 못 된다"고 꼬집었다.
 
 진천선수촌 안에서 만난 우하람 선수. 정원 안의 오륜 모양 화단에서 포즈를 취해보였다.

진천선수촌 안에서 만난 우하람 선수. 정원 안의 오륜 모양 화단에서 포즈를 취해보였다. ⓒ 박장식

 
우하람 선수는 "조금 더 정책 쪽에 있는 분들이 다이빙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대중 분들의 관심이 높아진 만큼, 일반인 분들도 다이빙을 즐길 수 있게끔, 그리고 선수층도 넓어질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김수지 선수도 "훈련장 부분이 사실 아쉬운 부분이 많다. 규격에 맞는 지정 훈련장이 필요함에도 부족한데, 그런 부분을 수영연맹에서도 도와주시고 계시니 다이빙 훈련장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고 기대한다"며 말했다.

두 선수에게 마지막으로 14일부터 열리는 후쿠오카 수영 세계선수권,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한 각오를 들어봤다. 우하람 선수는 "올해 초까지 부상이 있어서 회복이 덜 된 상태였는데, 두 달 전부터 허리 통증도 줄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되면서 대회에 맞춰 몸이 잘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러며 우하람은 "아직 100% 회복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난 시기보다 자신감은 많이 올라왔다"면서, "이번 세계선수권은 올림픽 출전권이 많이 걸려 중요한 대회인데, 한국에서 가까운 곳에서의 이점이 당연히 있으니 일차적으로는 결승에 진출해 올림픽 티켓을 따는 데 욕심을 내지 않을까 싶다"고 목표를 말했다.

우하람 선수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해서도 "메달은 무조건 따내고 싶다. 직전 대회 때도 메달을 땄으니 더욱 그렇다"면서, "올해 나서는 두 국제대회에서는 올림픽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점수를 세우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를 전했다.

김수지 선수 역시 "파리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으니, 세계선수권은 결승까지 오르는 것이 목표"라며, "3m 싱크로 종목을 처음 맞추는 박하름 선수와 뛰는데, 서로 합을 맞춘 시간이 길지 않아 긴장되는 면도 있다. 팀 이벤트는 더욱 즐기면서 우리끼리 호흡을 맞춰 좋은 결과 만들고 싶다"고 각오했다.

이어 김수지 선수는 "1m 스프링은 광주 때 메달을 땄어서 기대하는 분이 많은데, 사실 사소한 차이로 메달은 물론 결승 진출도 놓치는 종목"이라며 "운이 따라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수지 선수는 아시안 게임에 대해서도 "3m 스프링보드에서 꼭 메달을 따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목표를 전했다.

김수지 선수는 "우리 부모님은 물론, 선수들의 부모님들이 후쿠오카로 오시기로 했다고 들었다"라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의식하기보다는 하던 대로 시합을 뛰면 기대만큼 보답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웃었다.

우하람·김수지 선수를 포함한 8명의 다이빙 선수단은 14일부터 22일까지 일본 후쿠오카 현립 수영장에서 열리는 2023 수영세계선수권 다이빙 종목에 나선다. 진중한 마음으로, 그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나서는 두 선수, 그리고 한국 다이빙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 어떤 매력을 보일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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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지 우하람 다이빙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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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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