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숙인 요키시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3점을 실점한 키움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고개 숙인 요키시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3점을 실점한 키움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 연합뉴스

 
8월 이후 주춤한 키움 히어로즈가 최대 고비를 맞이했다. 2위 자리를 뺏긴 데 이어 3위 자리마저 사수하지 못했다.

키움은 2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홈 경기서 3-12로 대패했다. 같은 시각 두산 베어스와 원정 경기서 승리를 거둔 kt 위즈가 키움을 끌어내리고 3위로 도약했다.

당장 연패 탈출이 시급했던 키움으로선 선발투수 에릭 요키시가 많은 이닝을 끌어주길 바랐다. 그러나 1회초부터 계획이 완전히 꼬이면서 일찌감치 승부의 추가 KIA 쪽으로 기울어졌다. 타선은 상대 선발 토마스 파노니가 마운드에 올라와있는 동안 단 한 점도 얻지 못하면서 무기력하게 주저앉았다.

뼈아픈 9점 차 패배, 키움이 받아들인 냉정한 현실

1회초 나성범의 1타점 2루타로 포문을 연 KIA는 2사 2, 3루서 박동원의 2타점 2루타로 3점 차까지 달아났다. 트레이드 이후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박동원이지만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췄던 요키시를 잘 아는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2회초 이창진의 1타점 적시타로 한 점을 보탠 KIA는 4회초 김선빈의 1타점 적시타에 이어 나성범의 땅볼로 점수를 추가했다. 경기가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두 팀의 격차가 6점 차까지 벌어졌다. 결국 요키시는 4회초를 끝으로 더 이상 마운드에 올라오지 않았다.

불펜이 가동된 이후에도 KIA의 거센 압박은 계속됐다. 키움의 두 번째 투수 양현을 상대로 박찬호와 이창진이 연속 적시타를 터뜨렸다. 8회초와 9회초에도 추가점을 뽑아낸 KIA는 두 자릿수 득점을 완성하면서 승리를 자축했다.

패스트볼과 커터, 커브를 고루 섞어 던진 파노니는 루상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흔들리지 않았다. 2회말과 3회말 모두 득점권 위기를 자초하는가 하면 5회말에는 선두타자 김휘집을 9구 승부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으나 홈으로 들어온 주자는 한 명도 없었다.

8회말 야시엘 푸이그의 3점포가 터졌을 땐 이미 KIA가 한참 달아난 이후였다. 9회초 1사 2루에서는 고종욱의 땅볼 타구를 잡은 3루수 송성문이 2루주자를 잡으려다가 태그에 실패하는 안일한 판단을 하기도 했다. 마운드, 타선, 수비 어느 것 하나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찾기 힘든 경기였다.

선발진 와르르... 불투명한 키움의 미래
 
6연패 늪에 빠진 키움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경기 종료 후 12-3으로 대패하며 6연패를 기록한 키움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가고 있다.

▲ 6연패 늪에 빠진 키움 23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경기 종료 후 12-3으로 대패하며 6연패를 기록한 키움 선수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더그아웃에 들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연패 탈출을 강조해온 홍원기 감독은 지난 주말 SSG 랜더스와 2연전을 앞두고 '총력전'을 선언, 20일 경기서 정찬헌과 한현희, 타일러 애플러까지 선발 자원을 대거 마운드에 올렸다. '사실상' 1+1 카드를 썼던 지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을 보는 듯했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결과가 좋지 못했고 결국 부진을 면치 못한 두 명의 투수는 이튿날 1군 엔트리서 말소됐다. 안우진에게 기대를 건 21일 역시 1-6으로 패배했다. 필승조의 한 축을 맡고 있는 문성현의 등판도 소용이 없었다. 나름 승부수를 던진 홍원기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실패였다.

연패가 점점 길어지면서 마음이 조급해진 키움은 어느덧 6연패에 빠졌다. 5월과 8월에 한 차례씩 5연패를 기록한 적은 있어도 6연패는 올 시즌 들어 처음이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점점 순위가 추락하는 것은 결코 반갑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현재 키움 선발진은 '초토화' 상태다. 골반 통증을 호소한 최원태마저 23일자로 1군 엔트리서 제외돼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 24일 KIA전 선발로는 좌완투수 윤정현을 낙점했고 26일 NC 다이노스와 원정 경기에서는 김선기가 대체 선발로 투입된다.

2021년 초 키움과 2년 총액 6억원에 손을 잡은 홍원기 감독의 계약 기간이 곧 만료된다. 여러 마이너스 요소에도 버틴 점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이대로라면 지난해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지 장담할 수 없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1위가 더 가까웠던 키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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