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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정의당은 '21대 국회의원 선거 비례대표 당선자(순번 1~5번) 총사퇴 권고에 대한 찬반 당원총투표'를 진행합니다. 이와 관련해 박병규 정의당 인천시당 사무처장이 '반대' 입장 글을 보내와 싣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환영합니다. [편집자말]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원들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정기국회 주요 과제 발표에서 '정치개혁', '무주택세입자 주거권 강화', '불안정 노동자 권익 강화'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강은미 이은주 장혜영 류호정 의원.
 정의당 이은주 비상대책위원장 등 의원들이 지난 30일 국회에서 열린 2022 정기국회 주요 과제 발표에서 "정치개혁", "무주택세입자 주거권 강화", "불안정 노동자 권익 강화"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강은미 이은주 장혜영 류호정 의원.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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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의당에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총투표 운동'이 진행되고 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찬성 측과 반대 측이 나뉘어 당원들을 대상으로 8월 30일까지 자신들의 입장을 설득해 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그동안 찬성 측과 반대 측은 한 번의 입장 설명회와 토론회를 진행했다. 이제 8월 31일부터 9월 4일까지, 온라인·ARS 투표 등을 통해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 여부를 당원들이 결정하는 것만 남았다.

나는 정의당 비례대표 사퇴에 반대한다. 중앙당 지도부와 같은 무게는 아니더라도,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에 그동안 인천시당 사무처장으로서 본인 역시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봤기에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이제 본격적인 비례대표 사퇴 권고 총투표가 실시 되는 상황에서 그간 해왔던 내 생각을 밝히는 것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에 이렇게 몇자 적는다.

사퇴 주장의 전제는 비호감도 원인이 비례의원에 있다는 것... 정말 그런가   

비례대표 국회의원 사퇴 권고를 주장하는 측은 총선 이후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정치적 책임과 당 쇄신을 위해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사퇴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의당의 비호감도 상승과 지지율 하락은 단순히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기인한 게 아니라 앞선 조국 사태, 김종철 전 대표와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 문제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나타난 결과다.

물론 정의당이 처한 위기의 원인이 비례대표 국회의원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하지만, 결국 지난 2년 동안의 당의 비호감도 상승과 지지율 하락의 큰 원인을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찬성 측에서는 지난 21대 총선이후 정의당의 비호감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했고, 호감도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당의 비호감도 상승은 이미 2018년부터 시작된 것이다. 21대 총선 이후인 2020년부터 갑작스럽게 비호감도가 상승한 게 아니다.

지난 7월 15일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에서 발표한 정당 호감도 여론조사를 살펴보면(7월 2주 한국갤럽 조사, 7월 12일~14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 전화면접조사), 정의당은 2018년 8월에는 호감도와 비호감도가 각각 48%, 38% 였던 것이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호감도는 낮아지고, 반면에 비호감도는 높아져갔다. 급기야 2022년 7월 2주 기준으로 정의당은 호감도 21%, 비호감도 64%의 정당이 된다.

그런데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사실은, 실은 이 시기에 모든 정당이 호감도 보다도 비호감도가 매우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곧 대한민국 정치와 정당이 국민들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를 명확하게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주요 3개 정당별로 각기 물어본 호감도 결과.
▲ 주요 정당별 호감도, 한국갤럽 7월 2주  주요 3개 정당별로 각기 물어본 호감도 결과.
ⓒ 한국갤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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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측에서 제시한 진보성향 유권자의 정의당 호감도 역시 크게 별반 다르지 않다. 호감도가 낮아지고, 비호감도가 높아지는 것은 갑작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난 2018년부터 지속적으로 나타난 현상이었다.

즉, 정의당의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는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전적인 책임으로 치부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정의당의 비호감도 상승은 조국 사태, 김종철 전 대표 성추행,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의 갑질 논란 및 성폭력 피해 폭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대응 미비 등 정의당의 굵직한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합쳐져 비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런 문제들을 잘 대처하지 못한 정의당의 리더십과 시스템 등이 더해져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설령 비례가 총사퇴가 관철된다고 해도, 그 다음은?

설령 찬성 측의 주장대로 대선과 지방선거의 책임이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에게 있다고 결론이 나고 총투표에서 사퇴 권고 결정이 내려졌다고 가정해 보자. 총투표 결과에 따라 비례대표 국회의원 5명이 전원 사퇴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돼 있는 순번대로 비례대표 국회의원직을 승계하게 된다.

그런데 그 승계할 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어떤가. 지난 대선 당시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비례대표 후보를 사퇴했거나,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당 지도부 사퇴, 혹은 지금은 당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 후보들에게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승계한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사퇴 권고의 원인이 대선과 지방선거의 패배에 대한 책임인데, 과연 이게 맞는 걸까?

당시 지도부였던 후보들을 제외하고 다른 후보를 찾는다고 해보자. 이들은 총선 이후 당 활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고, 심지어 윤 정부의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하고 있는 실정이다. 즉, 차기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승계할 제대로 된 후보를 찾지도 못한 상황에서 현 비례대표 국회의원의 사퇴를 결정하는 총투표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다. 얼마나 소모적인가? 

'정치 실종' 대한민국... 폭우 참사, 정치와 정치인들은 어디에 있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는 모습.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10대 학생을 비롯해 세 가족이 8일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침수 피해 현장을 방문해 살펴보는 모습. 이 반지하 주택에서는 10대 학생을 비롯해 세 가족이 8일 폭우로 인한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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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주요 정당별 호감도와 비호감도 여론조사 결과를 보듯이 현재 대한민국 정당에서 국민들에게 호감도를 보여주는 정당은 없다. 오히려 모든 정당들이 비호감도가 높다(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호감도가 상승은 했지만, 여전히 호감도 보다는 비호감도가 높은 편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최고점을 찍었던 비호감도는 몇년 동안 감소세로 이어졌지만 여전히 호감도보다 비호감도가 높은 상황이다).

이는 바로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된 정치'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폭우라는 위기에도 퇴근하는 대통령과 대응 시스템의 부재, 일부에서는 무정부 상태라고 비아냥대기까지 하는 윤석열 정부. 권력 투쟁에 매몰돼 민생은 나몰라라 하는 국민의힘. 이럴 때 대안을 제시하고 야당다운 정치를 해야 하지만 제 역할을 못하고 내부 문제에서 헤어나오질 못하는 듯한 더불어민주당.

거기에 존재감을 보이기 힘든 정의당. 이 모든 상황이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서 멀어지게 하고, 모든 정당에 비호감을 보이고 있는 원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고삐 풀린 물가와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폭탄, 폭우로 인한 일가족 참변, 수원 세 모녀의 비극 등 국민들은 기댈 곳이 필요한데, 정착 정치는 나몰라라 하고 있다. 이럴 때 정치인이라면, 정당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민들은 국민의힘 당권 투쟁이니,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 당선이니, 정의당 비례대표 총사퇴 논쟁이니 이런 것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오직 밥값 하는 정치, 밥값 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그렇다면 지금 정의당이 해야 할 일은 뭘까. 신속히 당내 문제를 안정화 시키고,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실시하게 될 국정감사에서 현 6명 국회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여줄지를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정치가 실종됐다고 평가받는 대한민국에서 최소한 정의당 만큼은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 줄때, 그것이 다시 정의당의 호감도가 높아지는 길이 아닐까?  

[관련 기사]
[사퇴 찬성] "조용한 쇄신은 없어... '비호감1위 정의당', 그게 가장 무서웠다" http://omn.kr/1zrfi
[사퇴 반대] "비례대표 사퇴권고가 혁신? 심상정은 왜 침묵하나" http://omn.kr/20i55

태그:#정의당, #비례대표, #총투표, #사퇴,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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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블로그 기자로 활동했었는데.. 요즘 들어 다시 뭔가 말하고 싶어 기자로 등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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