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홈런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9회 초 1사 만루에서 롯데 이대호가 홈런을 치고 1루를 거쳐 2루로 향하고 있다.

▲ 이대호 홈런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9회 초 1사 만루에서 롯데 이대호가 홈런을 치고 1루를 거쳐 2루로 향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래서 팬들이 그를 쉽게 떠나보낼 수 없다. 이대호가 위기에 빠져있던 롯데 자이언츠를 구해냈다.

롯데는 20일 오후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서 8-6으로 역전승을 거두었다. 8회말과 9회말을 1이닝씩 책임진 구승민, 김원중이 각각 승리와 세이브를 챙겼다.

18일 수원 kt 위즈전에 이어 8번째로 대전에서 은퇴투어 행사를 가진 이대호는 양 팀 팬들의 축하 속에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기까지 롯데와 이대호 모두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병살타를 단숨에 만루포로 만회한 이대호

1회말 하주석의 1타점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준 롯데는 곧바로 역전에 성공했다. 2회초 정훈의 1타점 적시타에 이어 1사 2, 3루서 지시완의 땅볼 때 3루주자 한동희가 홈을 밟았다. 한화 내야진이 전진 수비를 펼쳤음에도 한동희의 득점을 막지 못했다.

3회초에는 이대호도 힘을 보탰다. 무사 1, 3루의 기회를 맞이한 이대호는 볼카운트 0-2서 상대 선발 펠릭스 페냐의 4구 투심패스트볼을 공략, 중견수 플라이를 때렸다. 그 사이 3루주자 황성빈의 득점으로 롯데가 한 점을 더 달아났다.

그러나 경기 중반이 지나면서 롯데에게 위기가 찾아왔다. 6회말에만 대거 4실점을 기록해 리드를 빼앗기고 말았다. 선발 나균안을 내리고 김도규를 올리면서 필승조를 가동했지만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7회초에는 1사 1, 2루서는 병살타로 물러난 이대호가 아쉬움을 삼켰다.

패색이 짙게 드리우던 9회초, 믿을 수 없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한화 마무리투수 강재민의 제구 난조로 안타 없이 1사 만루가 됐다. 가운데로 몰리는 실투를 놓치지 않은 이대호는 강재민의 4구 포크볼을 그대로 잡아당겨 역전 만루포를 쏘아올렸다. 타격하는 순간 홈런을 직감한 이대호는 '배트 플립'을 선보이며 홈런을 자축했다.

아웃카운트 두 개에 몰렸던 롯데 팬들은 만루포를 친 이대호를 기립박수로 맞이했다. 팬들의 함성이 끊이질 않자 직접 덕아웃 앞으로 걸어나온 그는 3루 관중석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고마움을 표했다.

은퇴투어 끝나가지만... 멈추지 않는 불방망이
 
이대호 대전서 은퇴 투어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은퇴 투어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한화이글스 하주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이대호 대전서 은퇴 투어 20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와 롯데의 경기. 은퇴 투어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한화이글스 하주석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7월 28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서 시작된 이대호의 은퇴투어는 22일 잠실 LG 트윈스전 딱 한 차례만 남겨두고 있다. 공식 은퇴식이 진행될 10월 8일(사직 LG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대호를 떠나보내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대호의 불방망이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잠시 주춤했던 7월을 뒤로하고 8월부터 페이스를 끌어올리더니 이달 들어서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이는 중이다. 9월 월간 성적이 61타수 25안타(4홈런) 타율 0.410 17타점으로 이정후(키움 히어로즈), 호세 피렐라(삼성 라이온즈) 등과 함께 타격왕 경쟁까지 펼치고 있다.

이대호가 일본, 미국을 거쳐 롯데로 복귀한 2017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도 이 정도로 잘했던 시즌이 많지 않았다.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한 2017년과 2018년에 버금가는 성적이다. MVP는 힘들 수 있어도 골든글러브 수상은 가능해 보인다.

이대호의 활약에 팀도 분위기를 탔을까, 포스트시즌 진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현재 8위 롯데(잔여경기 13G)와 5위 KIA 타이거즈(잔여경기 10G)의 격차는 3경기 차로, 산술적으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격차다. 물론 그 사이에 있는 6위 NC 다이노스와 7위 삼성 라이온즈의 페이스도 만만치 않다.

은퇴를 번복해달라는 팬들의 이야기에도 이대호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정규시즌 최종전이 열리는 10월 8일까지 후회없이 경기를 치르고 떠나겠다는 생각만 갖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선수와 팀의 마음이 간절한 가을, 남은 10경기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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