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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불량 학생 수용 불가."
"기숙형 대안학교 주민들은 불안하다."
"부적응 대안학교 건립 철회하라."


단재고등학교가 들어설 충북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에 내걸린 현수막 내용이다.

단재고(가칭)의 설립 취지는 미래인재 육성이다. 그러나 현수막 내용은 당초 충북교육청이 의도했던 단재고 설립 취지와는 전혀 딴판이다. 개교도 하지 않은 단재고는 어쩌다 '불량학교'로 낙인찍혔을까.

우선 현수막을 내건 주체를 살펴봤다. 가덕중학교 총동문회와 가덕면 주민자치 위원회다. 우선 김아무개 가덕면 주민자치 위원장에게 현수막을 건 이유를 들었다. 

"청주교도소가 들어온다면 마음이 편하겠어. 교도소는 통제하잖아. 경비도 서고 보안시설도 있고. 그런데 기숙형 고등학교는 아니지. 아이들이 사춘기인 만큼 우발적인 사건·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마을에 딸 셋을 키우는 집도 있는데 그 사람들이 불안해 해. 학생들이 범죄를 저지를까 봐. 착한 가게 간판을 붙여 놓고 불량품을 팔고 있는 거랑 마찬가지야."

김 위원장은 단재고의 학생들을 이미 '예비 범죄자'로 규정하고 있었다. 

충북교육청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은 지난 2년여 동안 미래인재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단재고 교육과정을 준비해왔다. 그렇다면 대안교육연구회 교사들과 가덕면 주민들의 생각 차이는 과연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김 위원장에게 불량학생 출처를 물었다. 그는 유상용 충북도의원(교육위원회·국민의힘·비례)으로부터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유상용 의원한테 단재고가 정규교육에 부적응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라고 들었어요. 특목고나 과학고처럼 좋은 학교,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온다면 반대하지 않죠."

설명을 듣다 보니 김 위원장이 생각하는 좋은 학교란 또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전통 있는 학교요. 졸업생들이 어디 나가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 학교, 여기 학교를 졸업한 사람들이 잘 되어서 공무원이 됐든 고위직이 됐든 올라갔을 때 자기들이 다녔던 학교에 더 좋은 쪽으로 보답하겠죠."

공무원이나 고위직을 배출하지 않는 학교는 좋은 학교가 아닌 걸까? 또 국어·영어·수학 외 운동이나 미술, 음악, 컴퓨터, 태권도 등은 공부가 아닌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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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용 도의원에게도 물었다. 그는 자신이 김 위원장에게 불량학생이 아닌 '공부 부적응 학생'이라고 표현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어 단재고 교육과정과 미래인재는 상관이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대안교육 교사들은 단재고에서 미래인재를 육성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어요. 교육과정에 미래인재 육성에 적합한 내용이 없어요. 목공과 철공이 눈에 띄었어요. 목공과 철공이 미래교육인가요? 직업계 고등학교랑 비슷하더라고요. 저도 아이를 키워봤고 부모 입장에서 보면 그렇잖아요. 영재고, 과학고 보내고 싶고, 의사를 만들어볼까, 판사를 만들어볼까 그렇게 생각하잖아요."

공동체 의식을 가진 자기 주도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단재고에서는 목공과 철공 외에도 철학·언론학·예술·스포츠·노동·인턴십 등의 대안교과가 진행될 예정이다. 교육위원회인 유 의원은 그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 하다.

표현의 자유가 중요하다지만, 현수막으로 인해 공무원이나 고위직이 될 수 없는 학생들, 기존 교육에 흥미가 없는 학생들은 부적응 학생이 되었고, 불량 학생으로 전락하였다.

현재 윤건영 교육감이 취임한 이후 충북교육청은 단재고 설립과 관련해 지지부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개교 1년여를 앞둔 시점에서 여전히 교육 과정을 확정 짓지 않고 있다. 교육과정을 준비했던 교사들은 맥이 빠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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