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맞아 한 해를 정리하는 방송국 주최 시상식 및 각종 행사들이 성황리에 거행되는 요즘이다. 그런데 연예대상, 연기대상, 가요대축제 등은 모두 지상파 3사 주최로만 치러진다. 지상파 이외의 영역에서 활약하는 방송인들은 빼어난 성과를 거두더라도 수상으로 노고를 치하받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케이블, 종편 채널과 더불어 요즘 예능의 또다른 한 축을 담당하는 웹 예능은 시상식이라는 제도에선 외면 받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지상파 프로그램 이상으로 애정과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크다. 비록 변변한 트로피 하나 없는 기사에 불과하지만 이를 통해서라도 그들이 보여준 올해의 멋진 활약에 큰 박수를 보내고자 한다.  

이용진,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제대로 맞이한 전성기
 
 웹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웹예능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의 한 장면 ⓒ 스튜디오와플

 
TV 매체와 유튜브를 병행하는 예능인들은 이제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기존 방송사들도 오래 전부터 독자적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TV로는 수용하지 못하는 소재, 내용으로 많은 구독자 및 조회수를 기록하는 다채로운 예능을 만들고 있다. 개그맨 이용진은 이러한 방송가 변화를 잘 활용하면서 2022년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꾸준히 tvN <코미디빅리그>로 공개 코미디를 지탱하는 그에게 유튜브는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 <바퀴 달린 입>(이상 스튜디오 와플), <용진건강원>(박스미디어), <뭔지 몰라요>(GS25) 등 여러 웹 예능에 고정 출연하면서 즐거운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튀르키예즈 온 더 블럭>은 단연 발군이다. <터키즈 온 더 블럭>에서 시작된 B급 감성 넘치는 토크 예능은 어느새 유명 배우들도 자신의 신작을 홍보하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출연하는 인기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리듬을 타는 듯한 독특한 어조는 많은 사람들도 따라할 만큼 <튀르키예즈>는 여느 TV 예능 이상의 파급력을 갖게 됐다. 뿐만 아니라 풍자, 신기루 등 이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방송인들은 어느새 유튜브를 넘어 TV 매체로도 진출하는 성과를 얻고 있다.

[추천 에피소드]: 르세라핌 김채원&카즈하(ft. 다나카) 편ㅣ튀르키예즈온더블럭 EP.16

츄, <지켜츄>... 깨물 하트 넘어 단독 MC로 우뚝
 
 웹 예능 '지켜츄'의 한 장면.

웹 예능 '지켜츄'의 한 장면. ⓒ DIA TV

 
벌써 만 2년이란 시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지켜츄>(DIA TV)는 아이돌 그룹 멤버의 단독 웹 예능으로는 보기 드물게 장기간 방송되면서 시청자들에게 또렷이 인식된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지구를 지켜! 츄>라는 환경보호 소재 프로그램으로 출발했지만 소재의 제약 등으로 이후 시즌을 개편하면서 지금의 이름으로 변경되었다.

이 예능의 포맷은 비교적 단순하다. <워크맨>과 같은 직업 체험부터 태권도, 리듬체조, 테니스 등 스포츠 배우기, 요리 만들기 등 츄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지켜츄>에선 가능하다. 똑부러짐과 허술함이 공존하는 묘한 캐릭터를 지닌 츄의 진행 속에 동료 아이돌 또한 그를 믿고 기꺼이 출연에 나설 만큼 케이팝 아이돌이라면 한번쯤 나올 만한 예능으로 각인되었다. 비록 최근 계약 분쟁 속에 오랜 기간 활동했던 팀에서 나오게 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구독자들은 츄에게 성원을 보내면서 든든한 응원단이 되어준다.

[추천 에피소드]: 첫 손님부터 킹 받네요 비건라면 해줬더니 병건라면으로 갚네... | 지켜츄 EP63

박명수, <할명수>... 1.5인자? 유튜브에선 1인자
 
 웹예능 '할명수'의 한 장면

웹예능 '할명수'의 한 장면 ⓒ JTBC

 
지난 2018년 무한도전이 종영되었을 때, 일각에서는 박명수를 두고 "유재석 없이 독자 생존이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박명수는 수년째 진행 중인 KBS Cool FM <박명수의 라디오쇼>와 더불어 웹 예능 <할명수>(JTBC)로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음을 증명해냈다. 최근 그가 고정으로 출연 중인 웹 예능만 하더라도 12월 기준으로 무려 5개에 달한다.

<할명수>뿐만 아니라 <대쪽상담소>(tvN D) 등 기존 TV 제작사에서 만드는 프로그램과 <차차 나아지겠지>(현대 모비스), <로망의 동네>(신세계까사), <한국인의 밥상머리>(핀트) 등 국내 굴지의 인테리어, 자동차 부품 업체 등에서 만드는 웹 예능에서도 박명수를 만나볼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 유튜브 속 박명수는 이미 스타성이 증명된 신뢰의 대상이다.

<무한도전> 시절부터 트레이드 마크가 된 두서 없는 진행 솜씨는 유튜브라는 자유분방한 미디어를 만나면서 역설적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도구가 되었다. 지난 21일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대한외국인>이 종영하면서 그가 고정 출연중인 TV 프로그램은 <토요일은 밥이 좋아>(E채널)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할명수>라는 나름의 브랜드를 앞세운 박명수에겐 딱히 위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지를 십분 살린 라디오 DJ로서의 성공과 더불어 유튜브에서 만큼은 '쩜오'가 아닌 '일인자'로서 당당하게 자리 잡았다.

[추천 에피소드]: "공사다망한 30년차 방송인의 하루"ㅣ할명수 ep.100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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