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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직전 교육과정의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 사이에 존재하던 “5?18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를 솎아냈다.
 2022 개정 사회과 교육과정. 직전 교육과정의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 사이에 존재하던 “5?18 민주화 운동”이란 용어를 솎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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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사회과 교육과정.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 사이에 "5·18 민주화 운동"이 들어 있다.
 2018 사회과 교육과정. “4·19 혁명”과 “6월 민주 항쟁” 사이에 "5·18 민주화 운동"이 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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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 용어를 일제히 삭제한 사실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과 교육부, 여당 등에서는 "전적으로 연구진의 자율성에 의해 반영된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에 구성된 교육과정 연구진에게 책임을 돌린 것이다.

5.18 삭제, 연구진 책임론?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문재인 정부 때인 2021년 12월, 연구진이 교육부에 제출한 최초 시안부터 5.18 민주화운동이 포함돼 있지 않았다"며 이전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같은 날 양금희 국민희힘 수석대변인도 "2021년 당시 유은혜 교육부장관 시절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을 시작하면서 모든 교과에 '학습 요소'라는 세부 항목을 생략했고 이에 따라 서술이 최소화되는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빠진 것"이라고 강조했다(관련 기사: 대통령실 "5.18 지우기? 문재인 정부 때 시안 마련" http://omn.kr/228fn ).

오승걸 교육부 책임교육정책실장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연구진들이 시안을 제출했고 전적으로 연구진의 자율성에 의해 (5.18 민주화운동 삭제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전적으로 자율성을 줬기 때문에 연구진에 책임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같은 해명에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연구진들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12월에 구성된 것이 맞다. 하지만 연구진이 마련한 교육과정 시안이 국민참여소통채널에 처음 공개된 시점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인 2022년 8월 30일이다. 해당 연구진이 교육부 실무자들과 협력하면서 최종 시안을 작성하고 완성한 때는 윤석열 정부인 셈이다. 

이 시안에는 교육부 지적대로 '5.18 민주화운동'이란 용어가 들어있지 않았다. 하지만 5.18뿐만 아니라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이란 용어 등도 없었다. 그러자 교육부는 자유민주주의와 6.25 남침이라는 두 용어를 기재하겠다고 나섰다. 
 
2022년 3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2022년 3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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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는 시안을 공개한 지 하루만인 지난해 8월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6.25 남침'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기본 상식"이라면서 "교육부는 미래세대의 균형 있는 역사관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헌법정신에 입각한 역사 교육과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관련 기사: 역사 교육과정안, 하루 만에 뒤집기...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 http://omn.kr/20j2t ).

교육부가 '6.25 남침'과 '자유민주주의'란 용어를 연구진 뜻과는 상관없이 새 교육과정에 넣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당시 교육부는 일부 언론이 두 용어가 빠진 사실에 대해 비난보도를 내자 빠르게 수정 작업에 들어갔다. 결국 두 용어는 지난해 12월 22일 확정, 발표된 교육과정에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6.25 남침' 서술은 연구진이 수긍했지만, '자유민주주의' 용어에 대해서는 연구진 전원이 반대했는데도 교육부는 기재를 강행했다. 

권한 없는 자에게 책임 돌리는 정부여당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용어를 포함시키는 과정에서 당시 연구진의 자율성은 훼손됐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5.18민주화운동 용어 삭제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연구진의 자율성'에 따른 결정이라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하고 발표한 주체는 교육부다. 교육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에도 이 사실이 명시돼 있다.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호)는 12월 22일(목),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발표하였다."

교육과정 고시 권한에 대해 초중등교육법 제23조에도 "국가교육위원회(2022 교육과정까지는 교육부장관)는 교육과정의 기준과 내용에 관한 사항을 정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정부여당이 '5.18 민주화운동' 용어를 삭제한 사실에 대해 연구진이나 전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책임회피'에 불과하다. 

국회 교육위 민형배 의원(무소속)은 <오마이뉴스>에 "정부여당이 연구진과 전임 정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전형적 물타기"라면서 "교육과정 시안과 최종안 발표시기, 공포주체 모두 윤석열 정부가 당사자"라고 지적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주요 관계자도 "교육부가 윤석열 정부 들어 마련된 연구진의 시안을 발표하고 이를 손질한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라면서 "교육부가 힘 없는 연구진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단독] 윤석열 정부, 개정 교육과정에서 '5.18민주화운동' 삭제 http://omn.kr/22856
"윤 대통령, 5.18 정신이 헌법정신 그 자체라더니..." http://omn.kr/228eo
의원 58명 "'5·18', 의도된 삭제 아니다? 그럼 교육과정에 담아야" http://omn.kr/228d2

태그:#5·18 민주화운동 삭제, #교육과정 논란, #자유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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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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