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벡

제프 벡 ⓒ 프라이빗커브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제프 벡(Jeff Beck)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78세. 제프 벡의 유족 측에서는 공식 SNS를 통해 "제프 벡은 급성 세균성 뇌수막염을 앓다가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했다.

1944년 영국에서 태어난 제프 벡은 어린 시절부터 기타를 분해하고 조립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기타 키드'였다. 1965년, 전설적인 록 밴드 야드버즈(The Yardbirds)에 합류하면서 'Heart Full Of Soul',  'Shapes of Things' 등의 명곡을 탄생시켰다. 야드버즈는 제프 벡을 비롯, 에릭 클랩튼과 지미 페이지(레드 제플린) 등을 배출한 것으로 유명한 밴드다.

1년만에 야드버즈에서 탈퇴한 그는 훗날 롤링스톤즈의 멤버가 되는 론 우드, 로드 스튜어트 등과 함께 제프 벡 그룹을 결성했다. 제프 벡 그룹의 데뷔 앨범 'Truth'는 훗날의 헤비메탈 밴드들에게 큰 영향을 준 앨범으로 손꼽힌다. 비틀즈의 프로듀서 조지 마틴과 협업한 < Blow By Blow >는 재즈 록을 대표하는 명반으로 불린다.

스티비 원더가 선사한 명곡 'Cause We've Ended as Lovers', 보코더의 활용이 재미있는 'She's a Woman', 현란한 'Scatterbrain' 등이 이 앨범에 실려 있다. 다채로운 사운드가 빛나는 이 앨범은 제프 벡의 커리어를 넘어, 록 역사상 최고의 명반 중 하나다. 이후 제프 벡은 록과 재즈, 블루스, 일렉트로니카까지 오가는 혁신가로 활약했다. 1992년에는 야드버즈의 멤버로서, 2009년에는 솔로 아티스트로서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두 번 헌액되었다.

세월호 추모곡 연주했던 기타의 신
 
 2010년 내한공연 당시 제프 벡(오른쪽)을 만난 이승환(왼쪽)

2010년 내한공연 당시 제프 벡(오른쪽)을 만난 이승환(왼쪽) ⓒ 이승환 페이스북

 

제프 벡은 타계 이전까지 꾸준한 현역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6월에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등장해 건재함을 과시했고, 오지 오스본의 신곡에 피쳐링했으며, 배우 조니 뎁과 협업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제프 벡은 한국의 록 팬들과도 인연이 깊다. 'Cause We've Ended as Lovers'는 한국에서 많은 인기를 얻었다. 2010년과 2014년, 2017년 세 차례의 내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후 약 2주 후에 열린 두 번째 내한 공연에서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와 'People Get Ready'를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바치기도 했다. 내한 공연 당시 그의 신들린 기타 연주를 목도했던 이들은, 이 기억을 더욱 애틋하게 간직하게 되었다.

제프 벡의 갑작스러운 타계에 많은 뮤지션들이 추모의 메시지를 보냈다. 블랙 사바스의 기타리스트 토니 아이오미는 "제프 벡은 좋은 사람이었으며 천재적인 기타리스트였다. 또 다른 제프 벡은 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프 벡 그룹 시절의 동료이자 롤링스톤즈의 기타리스트인 로니 우드는 "자신의 형제 중 하나가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고, 역시 제프 벡 그룹을 함께 했던 로드 스튜어트는 제프 벡과 함께 찍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제프 벡은 다른 행성에 있는 존재였다"며 함께 밴드로 활동하던 시절을 회고했다.

동시대 뮤지션들은 물론, 21세기를 상징하는 기타리스트들 역시 추모에 동참했다. 존 메이어는 "제프 벡의 콘서트에서 모든 청중이 경외심을 담아 그를 지켜보며, 아이들처럼 웃는다"며 회고했고, 끊임없는 영감에 감사했다. 잭 화이트는 과거 제프 벡과 함께 무대에 섰던 영상을 게시하면서, 이 순간을 '인생의 가장 큰 전율'이라고 말했다. 제프 벡의 첫 내한 공연 기획에 참여했던 이승환,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 등 국내 뮤지션 역시 제프 벡을 추모했다.

롤링스톤 지는 2015년 제프 벡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인 중 5위에 지명했다. 그리고 제프 벡의 기타 연주는 "나는 제프 벡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표현했다. 특유의 기타 톤 만큼이나, 제프 벡은 대체될 수 없는 기타의 아이콘이었다. 20세기 록 음악의 문법을 확립한 영웅들이 하나 둘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제프 벡 야드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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