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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포용과 화해와 감사' 행사에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소속 예비역 군인들이 참석했다.
 19일, 5.18기념문화센터 대동홀에서 열린 '포용과 화해와 감사' 행사에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소속 예비역 군인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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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전우회가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 조인식'을 하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특전사동지회의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요구한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반대 행동을 벌였다.
▲ 518단체·특전사동지회, 포용·화해·감사 선언 19일 오전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전우회가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 조인식'을 하고 있다. 5·18단체 일부가 추진한 이날 행사에 특전사동지회의 진상규명 협조와 진솔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요구한 시민단체 활동가 등이 반대 행동을 벌였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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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 군복을 차려입은 전직 특전부대원 150여명 정도가 자리했다. 이들은 사단법인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소속 예비역 특전부대원들로 5.18민주화운동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에 참석하기 위해 모였다. 

이날 행사는 공법단체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사단법인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가 공동주관했다. 주최 측은 '용서와 화해를 위한 대국민 공동선언문'에서 "5.18은 민주주의를 수호하고자 하는 광주·전남 시도민의 굳은 신념과 정의감의 발로였으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민주주의에서 실로 커다란 의미와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5.18 당시 광주 현장에 계엄군으로 투입되어 임무를 수행한 계엄군은 엄정한 상명하복을 원칙으로 하는 군인 신분으로 상부의 명에 따라 공적인 임무를 수행한 장병들이었다"며 "당시 상황에서 그들은 상부의 명에 복종하는 것이 불가피하였고 그 다수가 오늘날까지 오랜 정신적·육체적 아픔으로 점철해 왔다는 점에서, '피해자'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주최 측은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변천과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5.18은 이제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시비론(是非論)적인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 양측 모두가 실행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양시론(兩是論)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 마땅하다"고 했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황일봉 회장은 "자식 잃은 5월 어머님들도 사죄하러 온 계엄군들에게 "'당신들이 무슨 죄가 있겄소!'라고 말씀하시고 용서한다고 말씀하셨다"며 "굴곡진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시고 5.18민주주의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큰 결단해 주신 특전사대원들에게도 감사드린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는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 무소속 양향자 의원, 광주시의회 정무창 의장 등이 축사를 보냈다.

"계엄군이 피해자? 면죄부 주는 것" 

그러나 이날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동지회가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을 강행하자,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행사 소식을 접한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등 113개 단체는 성명을 내고 "계엄군이 광주에서 저지른 학살과 폭력은 공적인 임무가 아니라 국권을 찬탈하려 한 불법행위였다"며 "불법적 명령을 수행한 계엄군을 피해자로 규정한다면, 1980년 5월 광주에서 자행된 폭력과 이에 저항했던 시민들의 실천을 구분하는 기준은 사라지고 만다. 두 단체는 결과적으로 광주시민을 무참하게 학살했던 계엄군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계엄군이 광주에서 저지른 학살과 폭력은 단순한 공적 임무 수행의 수준을 넘어섰다. (그들은) 만삭의 임산부와 초·중학생에게도 총을 쏘았다. 도망가는 고등학생을 향해 조준 사격을 가했다"며 "길 가던 시민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대검으로 찌른 그들이 어떻게 피해자가 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5.18은 공법단체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며, 지켜나가야 할 역사"라며 "용서와 화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가해자들의 진실한 자기고백과 처절한 자기반성이다. 5월 두 단체와 특전사동지회가 합의한 행동강령에는 계엄군의 행위에 대한 반성과 사과에 대한 언급이 없다. 반성 없는 용서와 화해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게 만들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19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 150여 명을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을 진행하자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5.18묘역 앞에서 '기만적인 대국민공동선언 결사저지' 범시민대회를 개최했다.
 19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 150여 명을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을 진행하자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은 5.18묘역 앞에서 '기만적인 대국민공동선언 결사저지' 범시민대회를 개최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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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 150여 명을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을 진행하자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19일 5.18기념문화센터에서 5·18 부상자회와 공로자회가 특전사동지회 150여 명을 초청해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을 진행하자 광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강하게 반발하며 집회를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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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사회 반발에 주최측 5.18묘역 참배 일정 앞당겨 진행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5.18기념문화센터에서 '기만적인 대국민공동선언 결사저지 오월정신 지키기 범시민대회'를 진행했다. 5.18기념문화센터에서의 집회는 경찰 및 용역업체 등의 경호로 '대국민 공동선언식' 주최 측과 충돌하지 않고 마무리되었다.

시민사회의 반발을 예견한 행사 주최 측은 당초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국립5.18민주묘역 합동 참배 일정을 이날 오전으로 변경해 강행했다. 특전사동지회 25명과 5.18부상자회, 공로자회 대표자들이 5.18묘역을 참배했다.

5.18부상자회와 공로자회, 특전사동지회가 이날 오전에 이미 국립5.18민주묘역에 대한 참배를 마무리했다는 소식을 접한 집회 주최 측은 오후 2시부터 5.18묘역에서 범시민대회를 이어갔다.

이날 집회에서 발언에 나선 한광진 전 5.18구속부상자회 사무총장은 "특전사동지회 회장이 5.18 당시 광주에 온 건 질서유지 차원이었다는 발언을 했는데, 광주에 온 군인들은 시민들을 향해 총을 쏘고 집단 발포를 했다"며 "과연 제대로 된 반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5.18 두 단체(부상자회, 공로자회)는 화합과 포용을 이야기하면서 공청회 한 번 하지 않았다. 대화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화와 토론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그런 이야기를 꺼낸 회원들은 되려 징계를 받았다. 지금 이 자리에는 단체에서 징계를 받은 10여 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다"며 "가해자인 특전사와는 화합하면서 내부 회원들의 이야기는 듣지도 않는 오월단체들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월 두 단체는 즉각 광주시민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광주전남추모연대 박봉주 공동대표는 "5.18에 참여했던 시민들의 명예를 회복시키는 일은 시민의 몫이었다. 그렇게 함께 싸웠던 광주시민들과 국민들의 염원을 2023년에 와서 5.18단체들이 저버리게 됐다"며 "5.18이 누구의 손으로 지켜지고 계승될지, 앞으로 두 눈 똑똑히 뜨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오월어머니집 김형미 관장은 "오늘 5.18부상자회 황일봉 회장님께 '5.18이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의 것입니까?'라는 질문을 드렸다. 그렇지 않다. 5.18은 그 단체가 어떤 단체이든, 특정 단체의 것이 아닌 광주시민의 것이자 대한민국의 역사"라며 "현 공법단체 회장들이 앞장서서 계엄군을 피해자라고 인정해 주는 건 그 자체로 5.18역사에 대한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5.18 두 단체가 추진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선언식에서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첫 희생자 고 김경철 열사 어머니 임금단님과 공수부대 출신 장교의 모자결연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었다"며 "그렇지만 어머님을 설득해, 어머님은 현재 저희와 함께 계신다. 알고 보니 행사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과 설득이 없었다. 정말 잘못된 방식으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날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 중앙회가 국립5.18민주묘역 정문에 게시한 '화해와 감사로 5.18정신 이어가자', '5월의 아픈 상처 상생으로 치유하자' 등의 현수막은 분노한 시민들에 의해 찢어졌다.
 
19일, 특전사동지회가 5.18묘역에 내건 현수막이 찢어져 있었다.
 19일, 특전사동지회가 5.18묘역에 내건 현수막이 찢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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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5.18부상자회, #5.18공로자회, #특전사동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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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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