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서울 삼성 경기. 캐롯 전성현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지난 1월 30일 경기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캐롯-서울 삼성 경기. 캐롯 전성현이 3점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 연합뉴스

 
고양 캐롯의 슈터 전성현은 올시즌 농구팬들에게 가장 주목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로 꼽힌다. 전대미문의 3점슛 기록 행진은 연일 프로농구 역사를 새롭게 써내려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성현은 올 시즌 현재 42경기에 출전하여 평균 19점(전체 3위, 국내 1위)과 2.9어시스트, 2리바운드, 1.1 스틸을 기록 중이다. 전매특허인 3점슛은 무려 누적 158개(평균 3.8개, 성공률 39.5%)을 성공시키며 성공 횟수과 평균, 슛시도 대비 성공률에서 모두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전성현은 올 시즌 KBL의 득점과 3점슛 부문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전성현은 조성원(은퇴, 전 창원 LG)가 2000-2001시즌부터 2001-2002시즌에 걸쳐 기록했던 종전 54경기 연속 3점슛 성공 기록을 무려 76경기까지 경신했다. 또한 전성현은 25경기 만에 세 자릿수 3점슛 고지를 돌파하여 역대 최단 기록을 갈아치웠다.
 
전성현은 2009-2010시즌 문태영(21.9점. 은퇴) 이후 계보가 끊긴 국내 선수 20점대 평균 득점에도 도전하고 있다. 전력상 약팀으로 평가받던 신생팀 캐롯도 전성현을 앞세워 2점슛(32.4개) 시도보다 3점슛(34.8개)을 더 많이 던지는 '양궁농구'로 돌풍을 일으키며 6강권에 올라 선전하고 있다.

이제 전성현의 남은 목표는 지난 시즌 자신의 커리어하이(177개, 역대 5위)를 뛰어넘어 KBL 한 시즌 최다 3점슛 신기록과 최초의 '200 클럽' 도전이다. 남은 12경기에서 전성현이 현재의 3점슛 페이스를 유지한다고 했을때 산술적으로 203-204개까지도 가능하다.

개인 커리어하이 경신은 이변이 없는 한 무난해보이지만, 200클럽은 현재로서는 속단하기 힘들어졌다. 전성현은 4라운드 중반까지만 해도 슈팅의 양과 질 모두 최고의 상승세를 유지하며 220개까지도 가능하다는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올스타 휴식기가 지나면서 전성현의 페이스가 다소 흔들리고 있다. 최근 11경기에서는 30개(경기당 2.72개)의 3점슛을 추가하는데 그쳤다. 평균 4.1개를 넘었던 3점슛 성공횟수는 올스타 휴식기 이후 3.8개로 내려왔고 이 기간 적중률도 28.5%(30/105)로 크게 하락했다.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혼자 공수에서 많은 짐을 짊어진 체력적 부담이 주 원인으로 보인다. 200클럽 고지에 도달하려면 전성현은 남은 경기에서 평균 3.5개 이상의 3점슛을 성공시켜야만 한다.

한편으로 전성현의 놀라운 3점슛 행진이 부각되면서 덩달아 재조명받기 시작한 것이 바로 KBL의 종전 3점슛 관련 기록들이다. 현재 KBL 한 시즌 최다 3점슛 부문 1위 기록은 우지원(당시 울산 현대모비스)이 달성한 197개, 2위는 문경은(당시 인천 전자랜드·현 KBL 경기본부장)과의 194개다. 또한 한 경기 최다 3점슛 부문에서도 문경은이 22개, 우지원은 21개를 성공시켰고, 한경기 개인 최다득점 기록도 우지원이 70점-문경은이 66점으로 나란히 1, 2위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모두 2003-2004시즌에 작성된 기록들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부끄러운 사연이 숨어있다. 두 선수는 2003-2004 시즌 '3점슛왕' 타이틀을 놓고 막판까지 치열한 경쟁을 펼쳤고, 순위가 확정되며 승패가 의미 없어진 시즌 최종전에서는 상대팀 선수들과 담합하여 개인 타이틀을 위한 '몰아주기'가 횡행했다. 같은 경기에서는 당시 전자랜드가 상대한 TG삼보에선 김주성(현 DB 감독대행)의 '블록슛 몰아주기'도 동시에 이뤄졌다.

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에서 농구인들의 부끄러운 '동업자 의식'은 당연히 팬들의 분노를 불러왔다. 거센 비난 여론이 악화되자 놀란 KBL은 결국 부작용을 막기 위하여 개인 기록에 의한 수상 자체를 폐지했다. 이 사건은 지금도 KBL의 대표적인 부끄러운 일로 꼽힌다.

하지만 가장 큰 실책을 저지른 것은 따로 있었다. KBL은 해당 경기에서 우지원과 문경은의 기록들을 그대로 공식 기록으로 인정해주는 최악의 선택을 내렸다. 덕분에 무려 19년이 지난 지금도 몰아주기 경기에서 나온 기록은 여전히 KBL를 대표하는 역사의 최상단에 버젓이 남아있다. 이는 말하자면 '경기조작'에 공식적으로 면죄부를 준 꼴이나 마찬가지였다.

기록은 역사가 되고, 역사에는 '정통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포츠의 기록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전성현은 문경은의 3점슛 기록에 36개, 우지원의 기록에는 39개를 남겨두고 있다. 만일 전성현이 선배들의 기록을 뛰어넘어 사상 첫 200클럽 고지까지 등극한다면 KBL로서도 19년 만에 '부끄러운 기록'과의 불편한 동거를 벗어날 수 있게 되어 반가운 일이다.

올 시즌 전성현의 3점슛 기록도전이 이슈몰이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KBL로서도 이 기회에 지나간 역사를 바로잡을수 있는 명분을 얻은 셈이다. 마침 최근 들어 2004년 이후 폐지된 '개인기록에 의한 시상' 부문을 다시 부활시켜야한다는 여론도 조금씩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몰아주기 경기에서 나온 기록들은 역사에서 과감하게 삭제하고 공식 기록을 재정비하는 작업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일 2004년의 기록을 제외한다면, KBL 역대 한시즌 3점슛 부문 1위와 마지막 개인상 수상자는 2003년 189개(경기당 3.5개)를 기록한 문경은이 된다.

그동안은 '경각심과 부끄러움을 주기 위해서라도 잘못된 기록을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컨닝이나 부정행위로 얻은 점수를 공정하게 시험을 치른 다른 수험생들의 성적과 동등하게 인정하자는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한 전성현이 올시즌 우지원-문경은의 설사 2004년 기록까지는 아깝게 도달하지 못한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순수하게 본인의 '자력으로' 올린 성과라는 점에서, 몰아주기로 이뤄낸 부끄러운 기록과는 그 가치와 정통성을 감히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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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현 3점슛기록 몰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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