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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을 물 대신 커피랑 먹어도 되나요?"

약국에서 가끔 듣는 질문이다. 커피가 얼마나 일상 음료화돼 있는지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깨워주는' 능력 덕분으로 현대인들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어버린 커피가 요즘은 거의 중독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꼭 커피를 마셔야 생활할 수 있다', '커피 없이는 일이 시작되지 않는다', '커피를 안 마시면 소화가 안 되는 것 같다' 등은 주위에서 흔히 듣는 하소연이다.

이런 커피의 중요성분인 카페인은 각성작용과 금단현상이 있어서 정신신경에 영향을 미치는 물질이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별다른 규제 없이 의약품과 식품에 포함돼 널리 유통되고 있다.

커피 이외에도 카페인은 녹차·홍차 등의 차나 초콜릿·아이스크림·과자·콜라·에너지 음료·시리얼 등에 자연적이거나 합성의 형태로 포함돼 있어서 저항감 없이 우리에게 친숙한 성분이 돼 버렸다.

카페인은 우리 몸에서 영양소로 작용하는 물질은 아니지만, 체내 대사 작용으로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흥분과 각성·이뇨·진통 등의 의약적 효과와 함께 피로를 줄이는 등의 효과가 있어서 의약품과 식품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 등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심장병 같은 대사성 질환 예방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집중력을 높여 업무능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전해진다.

카페인 작용,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카페인과 약물은 최소한 3~4시간 정도는 간격을 유지해야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카페인과 약물은 최소한 3~4시간 정도는 간격을 유지해야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 고양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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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카페인의 작용은 대사의 차이로 인해 사람마다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적은 양의 커피 한잔으로도 불면이나 심장의 두근거림이 올 수 있고 어떤 사람은 여러 잔을 마시고도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의약품으로서 카페인은 체내에 들어오면 부신을 자극해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하므로 결과적으로 뇌·심장·위장·신장 등 신체 기능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특정 감기약·진통제·생리통 치료제·이뇨제에 포함돼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천식 치료를 위해 기관지 확장제로도 사용되며 여러 종류의 자양강장제에도 함유되어 있다. 

카페인이 함유돼 상용되는 의약품을 살펴보면, 박카스·원비·구론산바몬드 등의 자양강장제에 30mg이 함유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감기약의 대명사인 판피린, 판콜에도 30mg, 게보린, 펜잘, 사리돈에 50mg 등 일반의약품과 일부 전문약에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 우리가 즐겨 먹는 식품류에 들어있는 대략적인 함유량을 살펴보면 녹차 30mg, 커피믹스 50mg, 캔 커피 80mg, 커피전문점 커피 1잔 140mg, 에너지 음료(핫식스, 레드불스 등 1캔 250ml) 90mg, 콜라 1캔 125mg 등이다. 

이렇게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우리 몸에서 다양한 작용을 하는 카페인은 건강 면에서 다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카페인은 우리 몸에 흡수가 빨라 복용 후 10~15분 후 혈액에 도달하고, 30~40분 후 농도가 최고에 도달하므로 특히 감기약·천식약·경구 피임약·심장약·갑상선약·항우울제·퀴놀론계 항생제 등과 같은 약물들을 복용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카페인과 약물은 최소한 3~4시간 정도는 간격을 유지해야 부작용을 최소로 줄일 수 있다. 

또한 카페인을 자주 또는 다량 섭취하게 되면(일반적인 성인 하루 권장량 400mg 이하, 청소년은 160mg 이하) 여러 가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뇌나 근육을 자극해 불면·신경과민·흥분·불안 등을 일으키고 소화계와 내분비계로 작용해 위액분비를 증가하며 고혈압·심장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뇨작용 효과로 인해 칼슘을 배출시킬 수 있어 골다공증을 유발하거나 제2형 당뇨병 발생을 촉진시킨다는 연구들도 있다. 당연히 청소년·위궤양 환자·불면증 등 관련 질환 소유자라면 피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약국에서도 가끔은 카페인과 약물의 관계를 복약지도할 경우가 있는데, 위장병 환자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분, 불면증 환자들이 커피의 양을 조절하면 빠르게 개선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후유증인 마른기침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커피를 잠시 중단하도록 권유했더니 빠른 증세의 개선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카페인의 이뇨작용이 기관지를 건조하게 만드는 데 작용했으리라 추측된다. 청소년들의 카페인 과다 노출에 대해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부작용 중에서 카페인에 대해 필자가 많이 우려하는 부분은 청소년들에 대한 과다한 노출이다. 카페인은 뇌에 작용해 도파민이라는 물질을 증가시키는데, 도파민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자극하여 살아갈 의욕과 동기를 부여하는 물질이다.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들 때 뇌에서 분비되어 우리 몸에 이롭게 작용하지만, 지나치면 쇼핑중독, 도박중독과 같이 충동적인 행동을 가져올 수 있다.

최근 심각한 사회적 이슈인 마약의 경우도 복용 시 다량 분비되는 도파민에 대한 중독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쉽게 접근된 콜라나 초콜릿·커피·에너지 드링크 등에 함유된 카페인에 한 번 학습이 된 뇌는 계속해서 이를 찾게 되고, 특히나 제어 능력이 부족한 어린이·청소년들은 계속해서 이러한 자극을 갈구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학생들이 졸음 방지를 위해 고카페인 음료의 위험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섭취하고 있는 것이 많은 설문조사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고양시 약사회에서도 관내 학교들을 방문해 '청소년 약물오남용 예방 교육 사업'을 꾸준히 실시하고 있지만, 이와 관련하여 청소년들에게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약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필요한 때다.

- 조기성 약사는 원당시장 앞에서 17년째 한국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우리동네 약사'다. 우리 몸의 자연치유력에 대한 공부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병을 이기는 건강법은 따로 있다>, <감기는 굶어야 낫는다> 등의 저서를 펴냈다. 현재 고양시약사회 감사, 대한약사회 한약위원장을 맡고 있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조기성 한국약국 약사입니다. 이 글은 고양신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커피,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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