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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이 발표된 6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피해당사자 양금덕 할머니가 정부안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강제동원 문제 해결방안이 발표된 6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피해당사자 양금덕 할머니가 정부안을 규탄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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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징용) 피해 당사자인 양금덕(95) 할머니는 6일 "잘못한 일본에게 돈을 받아야지 동냥해서 준 돈은 절대 안 받는다"라며 정부의 '제3자 대위변제' 피해배상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는 "빨리 대통령이라는 옷 벗고 나가서 일반 사람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잘 뉘우치기 바란다"는 가시돋친 발언도 쏟아내기도 했다.

양 할머니는 이날 오전 광주시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입장 발표'를 생중계로 지켜본 뒤 "(정부 발표를 보면 일본이) 사죄한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잘못을 알고 용서를 빈다면 다 사람인지라 (사죄를 받을 수 있고) 양쪽 나라 합의도 할 수 있지만 억지 사과는 절대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양 할머니는 이어 이날 오후 광주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배상 관련 시민단체 주관 기자회견에 참석해 작심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양 할머니는 "윤석열 대통령이 한국사람이오, 일본사람이오. 아흔 살 넘게 먹도록 이런 경우 처음 본다"며 "(일본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의 사죄·배상이 없다면) 나는 억울해서라도 못 죽는다"라고 호소했다.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6일 오전 광주 서구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사무실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가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한 정부의 징용 피해배상 문제 해결 방안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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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을 비롯한 광주·전남지역 23개 시민단체는 정부의 이번 강제동원 배상 해법안을 '매국 행위', '제2의 을사늑약'으로 규정하면서 국민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가 내놓은 '강제동원 해법'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실패를 그대로 보여준 것으로 피해자를 욕보이는 것은 물론, 국민의 자존심에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준 것"이라고 규탄했다.

아울러 "정부가 오늘 내놓은 소위 '해법'은 10년 전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근로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 시민모임(강제동원시민모임의 전신)'에 강제징용 해법으로 제시했다가 퇴짜 맞은 안과 동일하다"며 비판했다.

이국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이사장은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자 법치주의 국가"라며 "이 문제를 정부가 일방 추진할 경우 국민 반발을 불러와 결국 정권의 무덤을 스스로 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 할머니는 일제강점기인 1944년 전남 나주대정공립소학교 6학년 재학 중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중학교도 보내 준다"는 일본인 교장의 말에 속아 나고야로 끌려가 미쓰비시중공업 항공기 제작소에서 중노동에 시달렸다.     

1999년 3월 1일 강제동원 피해자들과 함께 나고야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일본 법원은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어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국내 첫 소송을 제기했다. 피고기업이 불복을 거듭하면서 제소 6년여 만인 2018년 1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피고기업이 대법원 확정판결에도 손해배상금 지급을 거부하자, 양 할머니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국내 자산(상표권 등) 특별 현금화(강제 매각)을 구하는 절차를 사법부에 구했다. 1·2심에서 양 할머니가 잇따라 승소,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매각을 위한 대법원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관련 해법' 발표가 이날 오전 나온 것이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소녀들이 행진하고 있다.
▲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서의 근로정신대 소녀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소녀들이 행진하고 있다.
ⓒ 나고야소송지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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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광주를 찾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쓴 손편지.
 양금덕 할머니가 2022년 9월 광주를 찾은 박진 외교부 장관에게 쓴 손편지.
ⓒ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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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양금덕, #강제동원, #미쓰비시, #윤석열,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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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라본부 상근기자. 제보 및 기사에 대한 의견은 ssal198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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