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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10차 출근투쟁 중 김태운 지회장이 발언 모습
 지난 15일 10차 출근투쟁 중 김태운 지회장이 발언 모습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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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시장이 문제라고 한다. 윤석열 정부의 고용노동부는 각종 위원회와 자문단을 통해 소위 노동 관행들을 뜯어 고치겠다고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조폭이라는 등 일종의 프레임을 만들고 있고, 국가보안법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정부가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다. 노조 관계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도 불만을 드러냈다. 성세경 희망노조 위원장은 "윤 대통령이 지난 2월 20일 발언한 '국민의 혈세인 정부지원금 수천억 원을 사용한다'는 발언은 2018년도부터 받아온 1500억 원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양대노총이 받은 지원금 46억 원밖에 되지 않고 그중에서도 민주노총은 4억 원 정도였다. 정당하게 국가가 할 일을 대신해 받는 '보조금'과 경제 3단체도 받는 '지원금'을 분간하지 못하는 윤석열 정권은 양대노총 특히 민주노총을 와해시키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17년도부터 2021년 5년간 노동조합이 중앙정부에게 받은 지원금은 연평균 46억 원이었다. 2017~2021년 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 등 세 단체가 받은 보조금은 연평균 1226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윤 정권의 '노조 죽이기'와는 별개로 민주노총 조합원으로서 노조를 지키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충남 천안의 '유일주류'에서 주류배송일을 하는 김태운씨다. 그는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산하 '희망노조' 유일주류지회의 유일한 조합원이자 동시에 지회장이다. 지난 9일 천안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코로나19 이후 30% 삭감... 노조 결성의 이유
 
15일 열린 출근투쟁에서 발언하는 장면
 15일 열린 출근투쟁에서 발언하는 장면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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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김태운 지회장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는 다른 직장인처럼 평범하게 직장 동료와 술 한잔 나누는 것이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하지만 2년 전인 지난 2021년 코로나로 김태운 지회장에게도 투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하나둘씩 내몰렸다.

김 지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코로나19 국면이 시작되자 얼마 후 월급 20% 삭감을 들고나 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입사 1년 차 직원들은 제외하자고 주장했고, 회사에서는 이를 받아들였다. 나름 회사의 사정도 어느 정도 이해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 

그런데 바로 다음 달 30% 삭감액을 들고나온 회사 측은 1년 미만 직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했다. 그리고 명절 등에 지급됐던 상여금 등은 50% 정도로 삭감시켰다.

이외에도 말 못 할 상황이 계속 벌어지자 김태운 지회장은 주류 배송 기사들의 노동 현실 개선을 위해 노동조합 활동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 희망노조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유일주류 전체 배송 기사 22명 중 18명이 조합원으로 가입했고, 희망노조 '유일주류지회'를 설립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소속의 '희망노조'에게는 첫 사업장의 노조 설립이었다. 당시 유일주류지회 조합원들에게도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상황은 점점 힘들어졌다. 한두 명씩 노조를 탈퇴하기 시작해 조직부장과 부지회장을 맡았던 조합들도 노조에서 탈퇴해 버렸다. 그렇게 그가 유일한 조합원이자 지회장이 됐다.

사측의 탄압이라면 견뎌 낼 수도 있었겠지만, 같이 노조를 만들자며 함께 으쌰으쌰 했던 사람들이 점점 김 지회장을 멀리했다. 김 지회장은 "원래 일 끝나고 나면 사람들끼리 술도 자주 마셨다. 그런데 지금은 전화하는 사람도 없다. 처음에는 속상하고 잠도 자주 설쳤다"라고 말했다.

몇몇 사람들은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사측의 입장에서 증언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작년 중노위에서 부당인사발령과 부당징계 등에 대해서 김태운 지회장의 주장이 인정받았다. 

중노위 승리했지만... 여전히 투쟁 중
 
지난 8일 열린 유일주류지회노조 출근투쟁 모습
 지난 8일 열린 유일주류지회노조 출근투쟁 모습
ⓒ 최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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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직도 사측은 부당인사발령과 부당징계를 철회하지 않았다. 당연히 사과도 하지 않은 상태다. 그리고 각종 수당 등을 깎았다. 하지만 그는 지치지 않았다.

지난 7일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대의원대회에서 김태운 지회장은 모범조합원상을 받았다. 그는 이 자리에 직접 참가하지는 못했지만 "아직 미흡하지만 많은 걸 배우고 느끼며 노동자들의 열악한 현실에 맞서 노동자들이 모두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세상을 희망한다. 조합원으로서 단결과 투쟁할 권리를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용기와 신념을 가질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김 지회장은 "솔직히 얘기하면 좀 고집이 세다. 그래서 악으로 더 버티고 싶었다. 지는 걸 너무 싫어해서 이대로 만약에 제가 힘들어서 사측이 괴롭힌다고 해서 그만둬버리면 제 자존심이 허락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찌 보면 조합원들이 다 배신한 상황임에도 어떻게 그런 마음이 생겼을까.

김 지회장은 "처음에 제일 힘들었던 거는 탈퇴한 동료들이 저한테 이제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업무 끝나고 전화했던 사람들도 이제는 내 전화를 안 받으니 왕따 같은 기분을 느낄 때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만둬야 하나 그런 생각도 많이 하긴 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오랫동안 출근 투쟁 같은 걸 하다 보니까 예전에 없던 이상한 마음이 생겼다. 조합원들에 대한 '신뢰', '믿음' 같은 것이 생긴 것이다. 특히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연대 해 줄 사람이 많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 때문에 힘들었지만, 사람 때문에 끝까지 투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태그:#유일주류지회, #희망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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