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오늘날 우리 사회의 가장 민감한 화두 중 하나다. 최근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는 학교폭력 피해자의 복수극을 소재로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체육계-연예계에서는 '학폭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일부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이 과거 학교폭력 가해자이거나 혹은 피해자였음이 알려졌다. 또한 본인이 아니더라도 자녀의 학교폭력 전력이 사회적 이슈가 되면서 유력한 공직자가 하루아침에 낙마하기도 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학교폭력을 더이상 '철없는 시절의 과오나 지나간 해프닝' 정도가 아닌, 용서할 수 없는 범죄이자 심각한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학교폭력에 대한 피해자들은 평생 고통을 받는 반면 가해자는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잘 지내는 현실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쇼미더머니9> <놀면뭐하니> 'MSG워너비' 활동 등을 통하여 특유의 멍뭉미와 반전 랩핑 실력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MZ세대 대표 래퍼 원슈타인도 학교 폭력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4월 14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는 원슈타인이 의뢰인으로 출연하여 '스트레스를 받으면 폭력적으로 변한다'는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원슈타인의 눈물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원슈타인은 혼자 있을 때 감정이 격해지면 주먹을 벽으로 치거나 머리를 쥐어뜯는 등 폭력적이고 위험한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원슈타인은 "벽을 치는 순간에는 두려움이 없다. '손을 부러뜨리자'는 생각으로 치는 느낌이랄까. 적당히 치는 게 아니라 차라리 크게 다쳐야 정신을 차린다고 생각했다"는 속내를 밝히며, 밝고 귀여운 얼굴과 대비하는 과격한 면모로 모두를 경악하게 했다.
 
실제로 원슈타인은 최근에도 소파를 주먹으로 치다가 팔을 크게 다쳐 깁스를 한 적도 있었다. 또한 공연에서는 무대에 올라 붕대를 풀어버리는 위험한 돌발행동을 저지르기도 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이 평소 분노조절에 어려움을 겪는지를 질문했다. 원슈타인은 "내가 화를 내도 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갑자기 쌓였던 화가 분출된다"면서도 "그나마 사람이 있을 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보는 사람 없이 혼자 있을 때는 과격한 행동이 나온다"고 고백했다.
 
이어 원슈타인은 "더 솔직히 말하면 '폭력적 행동을 어떻게 치유할까'보다, '이렇게 하면 괜찮아지는데 이 방식을 유지해도 될까요'가 진정한 고민"이라고 털어놨다. 과연 폭력성을 표출하는 것만이 자신의 유일한 분노조절 방법인 것인지, 그리고 그 방식을 굳이 고쳐야만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원슈타인의 고민이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이 알고 있는 '화'란 과연 진정한 화일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의 행동은 매우 충동적이다. 반응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그런 행동으로 본인이 다쳤음에도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원슈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여웠다. 이건 '자해'가 맞다"라고 강조했다.
 
원슈타인이 사람들 때문에 화가 나는 경우는 어떤 상황일까. 원슈타인은 "아티스트로서 많은 스태프들과 협업하며 상황을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일 때가 있다. 사람들에게 불평이 생겨도 마음속으로 해결하는 성격이다"라고 밝히며 "남에게 불만을 토로하는 유형의 사람을 싫어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 성격에 맞춰 본인의 성격을 바꾸는 방법을 선택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오은영은 "사람은 타인의 표현을 신경쓸수록 화가 많이 난다"고 설명하며 "타인의 감정은 내가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오은영은 "원슈타인은 부정적 감정을 타인에게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에 대하여 과도하게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이 자해를 하게 되는 심리를 파헤쳤다. 원슈타인은 아티스트로서 자신의 결과물이 좋지 않을 때 '타인이 나를 비웃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이 부끄러움을 느끼는 감정에 대하여 나를 비웃는 타인의 시선과 스스로 바라본 자신의 존재에 대한 수치심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원슈타인은 혹시 스스로에게 깊은 실망이나 혐오감이나 수치심을 느꼈던 순간이 있는지를 질문받고 잠시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학교폭력'에 관련된 학창시절의 아픈 추억을 털어놓았다.
 
원슈타인은 자신이 학창시절 '학교폭력의 비겁한 방관자'였다는 사실을 고백했다. 당시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던 한 친구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내내 모른 척 방관했다고. 심지어 따돌림 당하던 친구의 친동생까지 동참하여 자신의 누나에게 돌을 던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던 놀라운 일화를 털어놓으며 원슈타인은 눈물을 흘렸다. 이윤지 역시 어린 시절 학폭에 시달리던 친오빠를 지켜주지 못 했던 죄책감을 털어놓으며 공감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처럼 직접적인 가해자는 아니지만 부조리한 상황에 어쩌지 못 하고 침묵하는 이들을 '무죄의 방관자'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오은영은 "내가 혹시 피해자가 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고, 방관자가 되어버린 자신에 대한 혐오감도 생겼을 것"이라고 원슈타인의 심리를 분석하며 "스스로를 존중하는 경험이 부족할수록 무죄의 방관자가 되었을 때 더 큰 죄책감에 흔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슈타인 역시 학교폭력의 심각한 피해자였던 경험이 있었다. 어느 학교에나 존재했던 무섭고 거친 아이들에게 표적이 된 원슈타인은 일상적인 폭력에 시달려야 했다. 원슈타인은 "절 괴롭히던 아이들이 너무 밉고 같은 공간에 있기 싫었다. 틈이 보이면 도망가곤 했다"고 토로했다. 항상 남은 수업시간 동안 혹시 또 무슨 일이 생길까라는 두려움에 가슴이 두근거렸다고. 어린 원슈타인에게 학교 교실은 벗어나고 싶은 '끔찍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원슈타인은 당시 자신을 괴롭힌 가해자들의 숫자에 대하여 "저를 전담하듯이 괴롭힌 친구는 1명이었고, 그 외에도 저를 괴롭혔던 이들은 너무 많았다. 거의 20~30명"이라고 고백했다.
 
교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무수한 가해자들에게 둘러싸인 원슈타인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잠을 자면서 현실에서 도피하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가해자들은 엎드려 자고 있던 원슈타인을 이유없이 가격하는가 하면, 돈을 빼앗기도 하고 다른 친구와 말을 주고받는 것조차 방해하며 괴롭혔다.
 
오은영은 "학교폭력이 있는 교실은 지옥이다. 학폭은 명백한 범죄"라고 단호하게 정의하며 "괴롭힘은 흔히 심리적 지배(가스라이팅)를 동반한다. 가해자들은 신체적인 괴롭힘만이 아니라 피해자들의 정신세계를 무너뜨린다"라고 지적했다. 
 
원슈타인은 "내가 받은 만큼 되돌려주고 싶었다. 내가 왜 이런 불안을 겪어야 하지?"라며 학폭에 시달리던 당시의 감정을 떠올렸다. 한 번은 부당한 괴롭힘을 참다못하여 저항하기도 해봤지만 오히려 덩치 큰 가해자에게 제압 당하며 자존심에 더 큰 상처를 입어야 했다고. 정형돈은 중고교시절에는 '힘의 서열'을 따지는 남학생들 특유의 학교 문화를 회상하며 자신도 금전을 갈취 당한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으면서 원슈타인의 아픔에 공감했다.
 
원슈타인은 왜 자신이 피해자가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하다가 "반응하지 않고 소극적인 대처 때문에 만만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런데 원슈타인은 "가해자들을 이제와서 원망하고 싶지 않다. 그들도 이유가 있었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라는 뜻밖의 속내를 털어놨다. 하지만 오은영은 "학교폭력은 하는 사람의 잘못"이라고 선을 그으며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원슈타인, 아직도 '가해자의 시선'으로 자신 바라보고 있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원슈타인을 괴롭혔던 가해자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시간이 흘러 가해자들의 소식을 전해 들은 원슈타인은, 범죄자가 되어 옥살이를 하고 있는 가해자도 있고,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가해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해자들의 사연을 들은 원슈타인은 그들의 악행에도 원인과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됐고, "어쩌면 그들도 운이 안 좋았던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그런데 진지하게 경청하던 오은영은 "원슈타인은 아직도 '가해자의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예리한 지적을 날리며 원슈타인을 당황하게 했다. 오은영은 "자꾸만 가해자의 서사를 이해하려는 원슈타인이 걱정스럽다. 가해자를 이해하지 않으면 본인의 자존심이 상해하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우려했다.
 
이어 오은영은 "원슈타인은 본래 화가 많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본인을 자꾸 가해자의 시선으로 보니까 자신이 다치고 아파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라며 원슈타인의 자해 심리를 분석했다.

오은영은 "가해자는 항상 피해자에게 '맞을 만하니까 때린다'고 이야기한다. 그게 말이 되나? 피해자는 '나는 치료받을 가치도 없어, 아파도 괜찮아'라고 생각한다. 너무 슬픈 일이다"라고 언성을 높이며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가해자의 시선에서 벗어나지못하는 피해자들의 현실에 우려를 드러냈다.
 
비로소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게 된 원슈타인은 만화나 영화 주인공을 예로 들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뭐든 이겨낸다는 믿음이 있었다"고 털어놓으며 "그래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도 '깊이 생각하지 마, 그냥 좋게 생각해'라고 넘어가는 성향이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오은영은 "지나친 긍정은 왜곡이다. 견디기 힘든 일을 그냥 넘어가버리는 것은 건강하지 못한 긍정의 방식"이라고 조언하며 "긍정은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좋게만 바라보는 게 아니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그에 따른 나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은영은 '학교폭력 인지 감수성'이라는 개념을 설명하며, 폭력에 지금보다 관대했던 기성세대가 자칫 오늘날 학폭의 심각성을 안이하게 간과하는 위험성을 지적했다. 오늘날 학교폭력은 드라마 <더 글로리>에서 나오는 '고데기 신' 정도의 과격한 수위가 아니라도 그 범주가 넓고 다양하다.

오은영은 "학폭은 횟수나 강도보다 당하는 '피해자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학폭은 누구나 스스로 벗어나기 어렵다. 혼자 해결하지 못 한다고 해서 무능한 사람이 아니다"라고 자책에 빠지기 쉬운 피해자들을 격려했다.
 
또한 오은영은 "울고불고 난리를 치라"는 직설적인 표현으로 학폭 피해 예방법을 제시했다. 그 정도로 자신의 고통을 감추려하지 말고 표현해야 주변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누군가 개입할 수 있는 것.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채널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의 한 장면. ⓒ 채널A

 
하지만 원슈타인은 학폭 피해 사실을 부모님께는 차마 알리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부모님의 개입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 걱정됐고, 부모에게 일러바쳐서 문제를 해결했다는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될 것도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많은 피해자들이 학폭 사실을 제때 알리지 못 하는 이유다. 이에 오은영은 부모들이 내 아이의 학교폭력 징후를 민감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오은영은 학폭 피해자들이 흔히 겪게 되는 '학습된 무력감'을 경계했다. 지속적으로 학폭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자기 효능감과 유능감이 떨어지게 된다. 원슈타인이 학교에서 잠만 잤던 것도 폭력의 대상이 되기보다 차라리 관심 밖의 인물이 되기를 선택한 현실도피적인 대응이라는 것.
 
원슈타인은 한때는 TV과 게임만이 유일한 피난처가 되었다며 "게임 속 세상만이 내게 친절했다. 게임 속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런 친절한 대화는 처음이었다"라고 학폭에 시달린 이후 게임 중독자가 된 사연을 털어놨다. 항상 새로운 인생을 꿈꿨던 원슈타인은 학교를 졸업한 이후 "돈 한 푼 없이 지하방에 살아도 너무 행복했다. 음악으로 행복과 위안을 찾았다"고 고백했다. 자유로운 아티스트로 거듭난 원슈타인은 이제 스스로의 힘으로 영광을 찾는 데 성공했다.
 
오은영은 원슈타인같은 학폭 피해자들을 위한 솔루션으로 "'니들이 뭔데, 니들이 감히, 난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라는 당당함을 가질 것"을 조언했다. 원슈타인은 가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로 "너희들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걸 지금쯤은 깨달았으면 좋겠어, 너를 용서한 것은 아니고, 네가 반성했으면 좋겠어"라는 속마음을 전했다.
 
오은영은 오랜 시간 아픔을 겪었던 원슈타인을 위하여 "네가 지금 어떤 모습이든, 네가 무엇을 가졌든, 너는 태어날 때부터 소중하고 귀한 존재였어. 가해자의 시선이 아닌 너만의 시선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인생을 가치있게 느낄 수 있기를"이라며 따뜻한 위로를 전했다. 이제야 자신도 몰랐던 마음 속 깊은 진심을 깨달았다는 원슈타인은 감사를 전하며 "앞으로는 스스로 아끼면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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