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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방미 성과 등에 관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4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방미 성과 등에 관해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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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미국 정보기관의 한국 국가안보실 도청 의혹에 대해 "한국이 오히려 미국의 대변인 내지는 옹호하는 듯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은 잘못"이라며 "진상 규명, 미국의 분명한 대응 등을 당당하게 요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해외 투자유치, 청년기회 확대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김동연 지사는 14일 오후(현지 시각) 취재진과 간담회에서 "외교는 우리의 요구를 해야 하고, 저자세로 가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앞서 최근 유출된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건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국가안보실 회의를 도청한 듯한 대목이 담겨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문건에는 한국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거론하는 등의 대화 내용이 포함됐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지난 11일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이라며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대통령실 발표 이후 "동맹국인 미국이 우리에게 어떤 악의를 가지고 (도청)했다는 정황은 지금 발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중앙정보국이 한국 정부에 불법 도청하고 있는 행위를 재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전국민중행동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중앙정보국이 한국 정부에 불법 도청하고 있는 행위를 재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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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동맹 관계 중요하지만, 균형 잡힌 외교 스탠스 취해야"

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도청 문제는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고, 당당하게 미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2013년 '스노든 폭로' 등을 예로 들었다. 당시 전 CIA 요원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적대국뿐만 아니라 한국, 프랑스, 독일, 브라질, 이탈리아, 일본 등 다른 동맹국의 미국 주재 대사관을 염탐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따라 프랑스, 독일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한테 강력히 항의했고, 브라질 대통령은 국빈 방문을 취소했다.

김 지사는 "2015년에도 (미국이)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의 통화를 감청해서 올랑드 대통령이 직접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의했고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했다"면서 "도청 문제는 분명하게 우리 입장을 밝히고 당당하게 미국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는 또 "외교 문제는 균형 잡힌 시각에서 분명한 외교의 비전과 원칙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민주주의, 인권, 기후변화, 자유무역 등과 관련해 어떤 사안이 터졌을 때 다른 나라들이 '한국은 이제까지의 외교 원칙에 따라서 이렇게 하겠구나'라는 걸 예측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면서 "그런 원칙이 정권에 따라서 왔다 갔다 하게 되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동연 지사는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 안에 드는 나라이고, 이렇게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미국도 중국도 일본도 함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며 "자주권을 가지고 방향을 분명히 세워 원칙에 따라서 당당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지사는 이어 "이런 도청 문제에 있어서는 우리 목소리를 분명히 내야 하고 미국과의 동맹 관계도 중요하지만, 다른 균형 잡힌 외교의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처가) 좀 아쉽다"고 덧붙였다.
11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 등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미국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11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 등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미국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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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 '국빈' 아닌 '국익' 정상회담 기대'

김동연 지사는 이달 말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정상회담을 하는데 경제 정상회담이 돼야 한다"며 "(정부는) 국빈 방문을 강조하는데, '국빈'이 아니라 '국익'을 위해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연 지사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와서 IRA, 반도체에 있어서 확실한 답을 얻어야 하고, 또 답을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 내 급등한 인플레이션을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IRA(Inflation Reduction Act)는 현대·기아차 등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세액공제 혜택)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국 공장에 기술 상한선을 설정할 것이라 밝혀 반도체 업계 생산거점 다변화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김동연 지사는 "지금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 정상회담'을 만들어야 한다"며 "사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서 우리가 큰 비용을 치렀다. 그렇다면 '저자세'가 아니라 대등한 입장에서 적어도 경제 문제는 이번에 확실하게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미 성과, 대단히 만족... 기대 이상이었다"

반면 미국에서의 투자유치 활동을 마치고 15일(현지 시각) 일본으로 넘어가는 김동연 지사는 자신의 방미 성과에 대해 "대단히 만족한다. 기대 이상이었다"고 자평했다. 김 지사는 취임 후 첫 미국 순방에서 미시간, 뉴욕, 코네티컷,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 등 5개 지역을 방문, 4개 해외 기업으로부터 약 4조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렉싱턴애비뉴에 위치한 W본사(ESR그룹 주주사이며 글로벌 사모 주식펀드 회사)에서 물류부동산 개발 및 운영 회사인 ESR켄달스퀘어(주)와 약 3조 원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 조성 투자 협약을 맺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13일 오후(현지 시각) 미국 뉴욕 렉싱턴애비뉴에 위치한 W본사(ESR그룹 주주사이며 글로벌 사모 주식펀드 회사)에서 물류부동산 개발 및 운영 회사인 ESR켄달스퀘어(주)와 약 3조 원 규모의 친환경 복합물류센터 조성 투자 협약을 맺었다.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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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지사는 "특히 만족하는 건 투자에 있어서 경기도의 정책 방향을 얘기했을 때 4개 사 중 최소한 2개 사 이상은 자기들이 더 추가로 투자하겠다는 의사 표시를 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받기 위해 좋은 기반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번 미국 방문의 주목적인 청년기회 확대 측면에서도 김 지사는 미시간주립대, 뉴욕주립대버팔로와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을 함께하기로 합의했다. '경기청년 사다리 프로그램'은 경기도 청년을 대상으로 해외 대학 연수와 현지 문화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경기도는 이를 통해 사회적 격차 해소와 계층이동의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에 두 대학과의 협약에 따라 올해만 80명 이상의 경기도 청년이 두 미국 대학에서 해외 연수를 할 수 있게 됐다.

한편 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사건에 대해 김동연 지사는 "분명하게 수사를 통해서 밝혀야 하고 민주당에서는 이 문제를 어물쩍 넘겨서는 안 된다"며 "만약 수사를 통해서 불법이나 탈법, 불미스러운 일이 확인된다면 책임 소재를 분명히 가리고, 확실히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으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태그:#김동연, #도청사건, #김동연미국방문, #한미정상회담, #돈봉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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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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